[연재] 사회복지사 문선종의 '아빠공부'
고대시대 아빠들은 사냥, 수렵, 채집 등의 기술을 자녀들에게 전수했습니다. 오늘날 우리는 아이들에게 무엇을 전수하고 있을까요? 학교에서 1등 하는 법? 아니면 돈 많이 버는 방법? 가장 중요한 것은 아이들의 안전이 아닐까요? 아이들을 키우다 보면 늘 가슴을 쓸어내리는 순간들을 만납니다. 아이들의 세상을 지켜주는 아빠가 되기 위한 워밍업! 함께 하시죠.
◇ 안전, 아동의 눈높이로 봐주세요
보통 육아서적에서는 '안전'을 잘 다루고 있지 않습니다. 있다 해도 페이지를 크게 차지하지 않죠. 아이들의 안전은 생존과 직결되기에 무엇보다 잘 알아합니다. 아동안전사고는 가정에서 가장 많이 발생하고 있는데요. 며칠 전 손님이 집을 방문하면서 천연비누를 선물로 주고 갔습니다. 이걸 잘 치웠다고 생각했는데 10개월 된 둘째는 어떻게 찾았는지 꺼내 한 입 먹어 버리고 말았습니다. 입에 거품이 나고, 침을 흘리며 기침하는 녀석을 발견하고는 소아응급실로 달려간 일이 있었죠. 나름 방을 꼼꼼하게 정리한다고 했는데 부주의했습니다. 그래서 10개월 된 둘째의 관점으로 집을 기어 다녀봤습니다. 소파 밑에 온갖 위험요소가 우글대고 있었습니다.
전문가들은 그냥 누워만 있는 아기에게도 사고가 일어날 수 있다고 조언합니다. 베개나 수건이 우연히 아기의 코에 있는 경우 질식사로 이어질 수도 있는 것이죠. 그리고 허리와 다리에 힘이 생기는 10개월 이후부터는 넘어지고, 굴러 떨어지고, 이물질 삼키기, 화상 등 끔찍한 일들이 벌어지기도 합니다. 연령별로 일어날 수 있는 안전사고도 꼭 체크해야 합니다. 집안 구석구석 기어 다녀보니 이런 생각이 떠오릅니다. 만약 아이들의 눈높이로 세상을 만들었다면 안전사고가 일어날까? 인체공학적이라는 말보다는 아동 친화적인 세상이 만들어져야 하지 않을까요?
◇ 안전불감증, 아동들에게 치명타
안전 불감증이란 안전사고에 대한 인식이 둔하거나 안전에 익숙해져서 사고의 위험에 대해 별다른 느낌을 갖지 못하는 것을 말합니다. 이 칼럼을 통해 고백하건대 저는 안전불감증 아빠였습니다. 2년 전의 일입니다. 잠잘 때 머리맡에 늘 놓아두는 보온물병을 소독한답시고 뜨거운 물을 담아 싱크대 위에 놓고, 잠깐 화장실에 간 사이 사단이 났습니다. 녀석은 물병을 가지고 가려다 우측 어깨에 2도 화상을 입은 것이죠. 울면서 자지러지는 아이를 부여잡고 화장실로 달려가 화상 부위에 차가운 물을 흘려보냈고, 119에 신고해 응급실로 이동해 처치를 받은 후 다음 날 화상전문병원에 입원했습니다.
밀려오는 죄책감, 못난 아빠라는 자괴감이 들었습니다. '아이를 키우는 부모는 죄인이다'는 말이 비수처럼 가슴에 박혔습니다. 아이에게 못해준 마음들이 표면 위로 떠오르면서 반성과 참회의 눈물을 흘렸습니다. 같은 병실에는 더 심한 아동들이 있어 오히려 그 부모님들께 위로를 받았습니다. 뜨거운 해장국을 옮기다 아이의 머리에 쏟아 얼굴과 목에 심한 화상을 입은 아이, 다 된 밥을 푸다가 진밥이 아이의 얼굴에 흘러내려 화상을 입은 아이. 고데기가 발목에 떨어져 심한 피부 손상을 입은 아이까지... 정말 많은 사연들을 만났습니다.
파울로 코엘료의 연금술사에는 이런 말이 나옵니다. "한 번 일어난 일은 다시 일어나지 않지만 두 번 일어난 일은 또다시 일어난다." 아이들에 대한 안전사고는 한 번이라도 일어나서는 안 되지만 저와 같이 한 번이라도 사고가 일어났다면 두 번 다시 일어나지 않도록 할 수 있는 모든 조치를 해야 할 것입니다.
◇ 빈틈없는 안전점검과 안전훈육
아동의 성장과 발달과정을 잘 이해한다면 사전에 사고의 가능성을 제거할 수 있습니다. 신생아의 경우 질식의 원인이 되는 요인은 없는지? 뒤집기를 할 경우 낙상의 위험은 없는지? 콘센트, 모서리, 식탁보, 베란다, 욕조, 가스레인지 등 아동의 활동 반경에 어떤 위험 요소들이 있는지? 빈틈없이 안전점검을 해야 할 것입니다. 그리고 위험요소에 접근할 경우 단호하게 "안돼!!"를 외치며 반복하여 주의를 주어야 합니다. 그리고 혹시 모를 상황에 대비해 상황별 응급조치 등을 숙지하면 지혜롭게 상황을 극복할 수 있을 것입니다. 수많은 위험 속에서 우리 아이들을 지키는 우리 아빠들! 아이들의 멋진 히어로입니다.
*칼럼니스트 문선종은 사회복지학과를 졸업하고, 초록우산어린이재단에 입사해 포항 구룡포 어촌마을에서 '아이들이 행복한 공동체 마을 만들기'를 수행하고 있는 사회복지사이다. 아이들을 좋아해 대학생활 동안 비영리 민간단체를 이끌며 아이들을 돌봤다. 그리고 유치원 교사와 결혼해 두 딸아이의 바보가 된 그는 '한 아이를 키우는데 온 마을이 필요하다'는 철학을 현장에서 녹여내는 지역사회활동가이기도 하다. 앞으로 아이와 함께 유쾌한 모험을 기대해 볼 만한 아빠 유망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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