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 넷’ 철없는 다둥이 엄마, 충청도 시골로 간 이유는?
‘아이 넷’ 철없는 다둥이 엄마, 충청도 시골로 간 이유는?
  • 최규화 기자
  • 승인 2018.01.23 17:35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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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 ‘우리 집 보물 넷, 사람 만들기’ 저자 원혜진 작가

【베이비뉴스 최규화 기자】

지난 13일 ‘우리 집 보물 넷, 사람 만들기’ 저자 원혜진 작가와 그의 막내딸 은형이를 만났다. 김재호 기자 ©베이비뉴스
지난 13일 ‘우리 집 보물 넷, 사람 만들기’ 저자 원혜진 작가와 그의 막내딸 은형이를 만났다. 김재호 기자 ©베이비뉴스

아이의 웃음소리 덕에 건조한(?) 회의실 공기가 촉촉해졌다. 지난 13일 오후 서울 서초동 베이비뉴스 회의실에서 원혜진 작가를 만났다. 원 작가의 막내딸, 여덟 살 은형이도 함께였다. 인터뷰를 하는 동안 그림책도 읽고 엄마에게 장난도 치고, 기자의 질문에 엄마 대신 대답도 하며 노는 모습이 정말 예쁜 ‘보물’ 같았다.

원 작가는 지난해 12월 ‘우리 집 보물 넷, 사람 만들기’(블루프린트, 전자책)를 출간했다. “철없던 새색시가 네 아이를 낳고 키우며 아이와 함께 성장하는 과정을 담은 육아 에세이”(출판사 책 소개 중). 책 제목에서 짐작할 수 있듯이 원 작가는 3남 1녀 네 아이를 키우는 다둥이 엄마다. 원 작가는 2010년부터 베이비뉴스 칼럼니스트로 활동하며 같은 제목의 연재글로 꾸준히 독자들을 만나왔다.

원 작가는 확실히 남다른 엄마다. 일단 네 아이를 낳은 것부터. 그리고 네 아이 모두 완전모유수유로 키웠고, 큰아이는 학교 대신 집에서 홈스쿨링을 하기도 했다. 텔레비전도 스마트폰도 없이 아이들을 키웠고, 아이들이 한창 뛰놀 나이에 전원생활을 선물하기 위해 충청도 시골 마을로 귀촌까지 감행(!)했다.

원 작가는 “무지와 무모함” 때문이었다고 별것 아닌 듯 이야기했지만, 여러 결심에 앞서 반복했을 고민들 역시 짐작이 되고 공감이 됐다. 한 시간 남짓 인터뷰를 하고 나니, 더 부러워졌고 더 궁금해졌다. ‘다음에 또 책을 낸다면 그때는 원 작가가 사는 마을로 찾아가 인터뷰를 해야겠다’는 생각도 제멋대로(?) 해봤다. 글쓰기 이야기부터 아이 키우기, 시골 마을 생활 이야기까지 원 작가와 나눈 일문일답을 아래에 옮긴다.

원혜진 작가의 육아 에세이집 '우리 집 보물 넷, 사람 만들기' 표지. ©블루프린트
원혜진 작가의 육아 에세이집 '우리 집 보물 넷, 사람 만들기' 표지. ©블루프린트

Q. 책 출간을 위해, 그간 써온 연재 글들을 쭉 다시 읽어보셨을 텐데, 소감이 어땠나요?

“저는 제가 쓴 글을 좋아해요.(웃음) 가장 먼저 옛날 생각이 나서 좋았습니다. 어떤 부분에서는 눈물도 났고요. 어느 대목은 부끄럽기도 하고 고치고 싶기도 했지만, 그대로 두기로 했어요.”

Q. 어떤 이야기를 읽을 때 눈물이 나던가요?

“아무래도 큰아이 태어날 때 이야기죠. 병원에서 출생신고 하지 말고 마음의 준비를 하고 있으라고 했었거든요. 그때 진짜 많이 울었는데, 눈물을 부모님한테도 아기한테도 보일 수가 없어서 혼자 숨어서 울었어요. 지금 생각해도 눈물이 날 것 같아요. 근데 저는 무조건 이 아이는 살 수 있다고 생각했어요. 그때 제가 유선염을 앓아서 정말 아팠는데 오히려 마음이 편한 거예요. 엄마가 아플 테니까 너는 괜찮아지면 좋겠다는 마음… 원고 읽으면서 그런 일들이 다시 생생하게 생각났죠. 그 애가 지금 중2 올라가요.(웃음)”

‘우리 집 보물 넷, 사람 만들기’ 원혜진 작가. ‘우리 집 보물 넷, 사람 만들기’는 네 아이를 낳고 키우며 아이와 함께 성장하는 과정을 담은 육아 에세이다. 김재호 기자 ©베이비뉴스
‘우리 집 보물 넷, 사람 만들기’ 원혜진 작가. ‘우리 집 보물 넷, 사람 만들기’는 네 아이를 낳고 키우며 아이와 함께 성장하는 과정을 담은 육아 에세이다. 김재호 기자 ©베이비뉴스

◇ “아이들은 나한테 온 손님… 어느 정도 ‘거리’가 필요해요”

Q. 아이들 이야기로 연재 글을 써야겠다는 생각은 어떻게 하게 되신 건가요?

“다둥이 엄마 인터넷 카페가 있어요. 누가 ‘베이비뉴스에서 칼럼니스트를 모집하는데 다둥이 엄마들 중에도 글솜씨 있는 사람 한번 지원해보라’고 글을 올렸더라고요. 그걸 보고 지원한 거예요. 연재 도중에도 다둥이 부모들이 보내준 응원과 공감이 기억에 많이 남아요. 이번에도 책이 출간됐다고 카페에 알리니까 축하해주시고 책을 사서 보신 분들도 계세요. 얼굴도 모르고 만난 적도 없지만 다둥이 부모들이 많이 힘이 됐죠.”

Q. 아이 넷을 키우다 보면 컴퓨터 앞에 조용히 앉아서 글을 쓸 시간도 별로 없을 것 같은데요.

“아이들 다 재우고 밤에 많이 쓰고요, 아이들 공부 시키고 옆에서 쓰기도 하고요. 앉아서 한번에 다 쓰지는 못하고요, 다른 일 하다 잠깐씩 스마트폰에 메모 해놨다가 나중에 고치고 고쳐서 한 편 완성해요.”

Q. 글쓰기에 가장 큰 도움을 준 사람은 누구인가요?

“엄마와 시어머니요. 제가 아기를 낳으면서 정말 엄마란 정말 위대하다고 생각했어요. 엄마는 네 아이를 키우셨고 시어머니는 세 아이를 키우면서 직장생활을 하셨거든요. 저는 인생을 살아가는 게 이렇게 고단하다는 걸 잘 몰랐어요. 엄마가 돼서 아이를 낳아보니까 너무 힘이 든 거예요. 엄마와 시어머니를 완전 존경하게 됐죠. 두 분이 정말 많이 지지해주세요. 정말 죄송하고 고맙죠. 글 쓰는 걸 좋아하기도 하지만, 일부러 공모에 응모도 내고 열심히 쓰는 건 존경하는 어머니들의 응원이 가장 큰 힘이 되는 것 같아요.”

Q. 네 아이 완전모유수유, 천기저귀 쓰기, 홈스쿨링 등 보통의 엄마들이 쉽게 할 수 없는 선택을 계속했습니다. 그런 용기(?)의 원천은 무엇인가요?

“무지, 무모함입니다. 내가 원하는 대로 살 수 있을 줄 알았죠. 실제로 귀촌할 때까지만 해도 거의 대부분 이뤄진 것 같고요. 살면서 보니까 ‘남들은 그게 나빠서 안 하는 게 아니라, 그게 힘들다는 걸 알아서 안 하는 거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어요. 저는 애 넷을 낳으면 이렇게 힘들다는 걸 몰랐어요.(웃음) 모험심? 내가 하고 싶은 건 해야 한다는 종교 같은 신념으로 해왔는데, 뭐가 잘나서 그런 건 아닌 것 같아요. 이 길이나 저 길이나 크게 다르지 않고, 남들도 다 저만큼의 소신을 가지고 살고 있다는 생각을 하게 됐어요.”

Q. 다둥이 육아를 함께 해나가는 동반자로 살아가기 위해서 작가님 부부가 정해놓은 특별한 부부 간의 원칙이나 규칙이 있나요?

“저는 둘째 키우면서부터 부부만의 시간이 필요하다는 생각이 들어서, 한 달에 한 번씩 연가 내고 둘만의 시간을 보냈어요. 아이들은 다 어린이집에 맡기고 둘이서만 밥도 먹고 영화도 보고요. 그리고 지금 드는 생각은 서로 간의 거리가 필요한 것 같아요. 서로 사랑하지만 너무 밀착돼 있으면 힘들어요. 저희는 근 십여 년을 샴쌍둥이처럼 가깝게 지냈어요. 이제 아이들이 점점 크니까, 그 거리가 부담스러워지더라고요.

아이들에게도 그런 것 같아요. 어느 정도의 거리는 필요한데, 그 선을 잘 못 지키죠. 제 책 제목이 ‘우리 집 보물 넷 사람 만들기’잖아요. 아이들이 사람이 아니라고 생각했거든요. ‘얘네가 언제 번듯하게 사람이 될까’ 하면서 키웠는데, 지금 보니 다 사람이었던 거예요. 저는 그냥 아이들이 잘 자라게 도와주는 사람일 뿐인데…. 지금은 아이들은 나한테 온 손님이라는 말을 이해하고 그렇게 지내려고 노력하고 있어요.”

‘우리 집 보물 넷, 사람 만들기’ 원혜진 작가. 원 작가는 앞으로 ‘귀촌기’를 책을 펴낼 계획을 갖고 있다. ©베이비뉴스
‘우리 집 보물 넷, 사람 만들기’ 원혜진 작가. 원 작가는 앞으로 ‘귀촌기’를 책으로 펴낼 계획을 갖고 있다. ©베이비뉴스

◇ “육아에서 중요한 건, 엄마가 행복하고 엄마가 꿈을 이루는 것”

Q. 소로우의 ‘월든’을 비롯해 책에 대한 언급이 글 곳곳에서 보입니다. 좋은 엄마가 되기 위한 가르침 또는 깨달음을 주는 책을 딱 한 권만 꼽아 추천해주시면 좋겠습니다.

“랜디 포시의 ‘마지막 강의’를 추천하고 싶어요. 췌장암으로 시한부 인생을 선고받은 한 교수가 아내와 어린 아이들에게 남긴 마지막 강의인데, 아이들이 커서 자신의 말을 이해할 수 있을 때 보여주기 위한 아빠의 편지입니다. 삶을 유쾌하게 살며 꿈을 이루기 위해 노력하는, 어찌 보면 평범한 아빠의 이야기예요. 이분의 기본적인 삶의 모토가 ‘즐겁게 살자’거든요. 아이를 키우는 데서 중요한 것도 엄마가 행복하고, 엄마가 꿈을 이루는 것 같아요. 그것만 가능하다면 아이가 어떤 상황에 있어도 극복할 수 있을 거라고 생각해요.”

Q. 육아공동체에 대한 이야기가 인상적이었습니다. 작가님의 경험을 바탕으로 개인 또는 사회가 어떻게 노력하면 좋을지 조언을 좀 해주시면 좋겠습니다.

“말 그대로 육아공동체가 필요해요. 하지만 현대사회, 특히 도시에서 공동체를 형성하는 것이 쉽지 않죠. 지금 저는 충청도 작은 면 단위의 시골에 살고 있는데, 이곳은 마을 사람들이 함께 많은 것을 합니다. 삶을 함께 살아가는 거죠. 생활문화공동체마을 사업도 진행하고 있어서 문화예술과 관련된 여러 가지 활동을 같이 합니다. 도시라면 도서관이나 주민자치회관이 중간 플랫폼이 돼주는 것도 좋겠죠.”

Q. 아이들은 엄마의 글이 책으로 나온 것을 보고 어떤 반응을 보였나요?

“‘엄마 이제 진짜 작가 됐네요’라면서 좋아하죠.(웃음) 아이들한테 글에 실린 이야기를 해주고 사진을 보여주면 되게 좋아하고, 사랑을 느끼는 것 같아요. ‘엄마가 날 이렇게 사랑했어?’라고 생각하는 것 같아요.”

Q. ‘우리 집 보물 넷, 사람 만들기’ 글쓰기와 책 출간을 통해 가장 크게 얻은 것 한 가지는 무엇인가요?

“이런 기록이 가족들한테 선물이 되는 것 같아요. 그게 참 의미 있는 일이죠.”

Q. 마지막으로, 앞으로 또 어떤 글과 책으로 독자들을 만날 계획인지 궁금합니다.

“귀촌한 뒤로 논술 수업, 사물놀이 강습, 문해학교에서 할머니들께 한글을 가르치는 자원봉사를 시작했어요. 충북문화재단에서 동호회 관리하는 일도 하고 마을 사업 등 여러 가지 기획 일도 하구요. 지난해에는 문화예술단체를 꾸려서 공연기획을 맡아 이곳에서는 보기 어려운 멋진 공연도 올렸어요. 3~4년 동안 정말 재밌었어요. 제가 도시와 전혀 다른 곳에 가서 살면서 아이들을 어떻게 키웠고 어떤 일들을 시작했고 어떻게 뿌리 내리고 살았는지, 일종의 ‘귀촌기’를 쓰고 싶어요. 한두 해 안에 완성할 계획이에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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