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와 함께 국회로… 엄마는 정치 ‘열공’ 중
아이와 함께 국회로… 엄마는 정치 ‘열공’ 중
  • 최규화 기자
  • 승인 2018.01.25 17: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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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장] 25일 여성·엄마민중당 1월 월례포럼 ‘엄마는 정치중’

【베이비뉴스 최규화 기자】

“오늘 처음으로 아이랑 같이 국회에 들어와 봤어요. 전에는 정당 당직자들, 국회의원들, 정치하는 사람들만 왔다 갔다 하는 공간이라고 생각했어요. 이런 데서 토론회도 해보니까 좋은 것 같아요. 동그란 국회 지붕 보면서 ‘이따 아이랑 기념촬영 해서 단톡방에 올려야지’라고 생각했어요. (웃음)”

25일 오전 서울 여의도동 국회의원회관에서 열린 여성·엄마민중당 월례포럼 ‘엄마는 정치중’에 참가한 김영신 씨의 말이다. 여성·엄마민중당 성남시위원장인 김 씨는 여섯 살 딸아이 ‘우리’와 함께 참가했다. 서울 최저기온이 영하 16도를 기록한 날. 한파 속에 여섯 명의 참가자들이 조촐하게 자리했다.

‘엄마는 정치중’은 “정부 정책에 따라 수혜 또는 피해를 입는 객체가 아닌, 엄마가 바라는 사회를 만드는 정치적 주체로 서자”는 취지로 매달 마지막 주 목요일에 열린다. 1월 포럼의 주제는 ‘보육정책의 현황과 과제’. 김나영 육아정책연구소 부연구위원의 강연과 질의응답으로 두 시간 동안 진행됐다.

25일 오전 서울 여의도동 국회의원회관에서 여성·엄마민중당 월례포럼 ‘엄마는 정치중’이 열렸다. ‘보육정책의 현황과 과제’를 주제로 김나영 육아정책연구소 부연구위원이 강연했다. 김재호 기자 ©베이비뉴스
25일 오전 서울 여의도동 국회의원회관에서 여성·엄마민중당 월례포럼 ‘엄마는 정치중’이 열렸다. ‘보육정책의 현황과 과제’를 주제로 김나영 육아정책연구소 부연구위원이 강연했다. 김재호 기자 ©베이비뉴스

◇ “출산율만 높이는 정책 말고 생애 전반에 대한 지원 정책 필요”

강연을 시작하며 김 부연구위원은 “우리나라 보육정책은 외국에 비해 결코 뒤처지지 않을 정도로 정말 많지만 활성화에 대한 고민이 크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가장 중요하다고 강조한 것이 보육정책의 패러다임 변화. 김 부연구위원은 “아이를 낳는 것은 개인의 생애에 있어서 굉장히 중요한 결정”이라며, “단순히 돈을 얼마 대주는 것에서 벗어나서 전반의 사고체계를 뒷받침해줄 변화가 필요하다”고 짚었다.

또한 우리나라 보육정책에는 장기적인 복지 인식이 부족하다는 연구자들의 지적을 전했다. 김 부연구위원은 “복지정책이 정권 임기 따라 맞춰가는 경향이 있다”며, “교육만 백년지대계가 아니다. 복지 정책은 장기적인 안목을 갖춰야 하는데 우리나라는 아직 부족하다”고 지적했다. 덧붙여 “과거 경제성장에 대한 비용과 시간의 장기적인 투자가 있었던 것만큼 복지에도 그런 투자가 있어야 하지 않나 생각한다”고 밝혔다.

그리고 1970년 4.53명에서 2016년 1.17명으로 변화한 합계출산율을 언급하며 “사회경제적 변화에 의해 출산율이 줄어드는 것은 당연하나, 우리나라는 정도가 너무 심하고 회복될 여지가 보이지 않는다”고 진단했다. 그에 따라 “단순히 가임여성의 출산율만 높이는 정책이 아니라 출산을 계획할 수 있는 생애 전반에 대한 지원 정책을 만들어야 한다”고 방향을 제시했다.

그런 차원에서 주목한 것은 여성의 경력단절 문제다. 김 부연구위원은 “양육기 여성의 경우 다른 나라는 노동시간만 줄어드는 형태지만, 우리나라는 경제활동 참여비율 자체가 줄어든다. 아예 노동시장을 떠나는 거다”라고 지적했다. 그리고 “중년 이후 여성의 경제활동 참여비율은 회복되지만, 그 일자리의 질이 청년기 일자리의 질만큼 확보되느냐 하는 문제가 있다”고 노동의 질을 강조했다.

그리고 “이런 문제는 개인적으로 속상하고 마는 문제가 아니라 사회적으로 큰 손실”이라고 말했다. 우선 “교육에는 인프라 구축을 위한 사회적 비용도 들어가는데 고등교육을 받은 여성들이 질 낮은 일자리에서 일하는 것만으로도 큰 사회적 손실”이며, 또한 “‘내가 아이를 낳고도 계속 일할 수 있을까?’라는 여성인력의 불확실성이 크기 때문에 이것이 경제성장을 저해한다”는 설명이다.

여성·엄마민중당 월례포럼 ‘엄마는 정치중’. 여섯 살 딸아이 ‘우리’와 함께 온 김영신 씨가 강연 도중 필기를 하고 있다. 김재호 기자 ©베이비뉴스
여성·엄마민중당 월례포럼 ‘엄마는 정치중’. 여섯 살 딸아이 ‘우리’와 함께 온 김영신 씨가 강연 도중 필기를 하고 있다. 김재호 기자 ©베이비뉴스

◇ “아동수당, 보편적으로 시작하고 추후에 세심하게 강화해야”

김 부연구위원은 정책 전반에 대한 평가뿐 아니라, 시간지원 정책, 수당 정책, 어린이집 정책 등에 대한 구체적인 현황들도 소개했다. 특히 유연근무제와 육아휴직 등으로 대표되는 ‘육아지원을 위한 시간지원 정책’에 대한 설명에 많은 시간을 할애했다.

우선 “유연근무제는 말은 아름답지만 실천이 안 된다”며 “법적 강제성도 없고 기업 오너들이 이런 제도를 인지하고 있는 경우가 적어서 근로자들이 활용할 방법이 없다”고 꼬집었다.

특히 유연근무제의 한 형태인 시차출퇴근제를 예로 들며 “오전 8시~오후 5시 근무라면 오전 8시에 출근은 가능하겠지만 오후 5시에 퇴근하는 게 가능한가”라고 현실과의 괴리를 지적했다. 그리고 “주 40시간 근무를 전제로 제도를 만들었지만 직장인이 주 40시간만 근무해서 살아남을 수 있나”라고 반문하며, “직장문화 바꾸자는 얘기를 그동안 얼마나 많이 해왔나. 결국 노동시간을 강제로 줄여야 한다”고 단언했다.

한편 최근 ‘보편지급 재추진’으로 논란이 되고 있는 아동수당에 대한 의견도 밝혔다. 김 부연구위원은 “우리나라 복지의 기본구조는 보편적 지원”이라며, “보편적으로 시작하고, 나중에 제도가 성숙한 뒤에 타깃팅을 해서 세심하게 강화하는 것이 좋지 않겠느냐”는 의견을 밝혔다.

또한 “소득 상위 10%를 배제하는 것이 과연 바람직한가 의문이 있다”며, “지원 이후에는 사후 관리가 지속적으로 이뤄져야 하는데 그것도 모두 비용과 세금이 들기 때문에 정책을 수립할 때 더 장기적으로 봐야 한다”고 선별지급에 따른 행정비용 문제를 언급했다.

여성·엄마민중당 월례포럼 ‘엄마는 정치중’. 김나영 육아정책연구소 부연구위원의 강연을 경청하고 있는 참가자들. 김재호 기자 ©베이비뉴스
여성·엄마민중당 월례포럼 ‘엄마는 정치중’. 김나영 육아정책연구소 부연구위원의 강연을 경청하고 있는 참가자들. 김재호 기자 ©베이비뉴스

◇ “직장어린이집 정책, 규제 강화할 부분 상당히 많다”

이후 질의응답 시간에는 ‘직장어린이집 정책에서 정부의 추진 속도나 의지에 답답함이 크다’는 문제제기가 나왔다. 김 부연구위원은 이에 공감하며 “규제나 제약을 강화할 부분이 상당히 많다”고 답변했다. 

끝으로 김 부연구위원은 “국민들이 목소리를 내면 그에 따라 정부가 움직이고 연구가 이뤄지고 결국 현실적인 정책이 만들어질 수 있다”며, “정책 연구의 자료는 결국 시민들의 목소리다”라고 시민들의 적극적인 관심과 행동을 독려하며 강연을 마무리했다.

이날 포럼에 참가하기 위해 경기도 성남에서 온 김영신 씨는 “주변 엄마들은 대부분 원치 않는 독박육아와 경력단절로 살아가고 있다”며 “여기에 오면 뭔가 해결책이 보이지 않을까 기대를 가지고 왔다”고 말했다.

그리고 “주변 엄마들은 대기업이나 공기업에 정규직으로 다니는 엄마들이 아닌데, 정부 정책은 주로 그런 분들을 대상으로 한 것 같아서 ‘이것도 부익부 빈익빈이구나’라는 생각을 했다”며, “보육정책은 모든 사람이 누릴 수 있는 것이 돼야 하는데 서민 입장에서는 답답한 마음이 들기도 한다”고 소감을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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