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별기획] 부모들이 박근혜 대통령에게 쓰는 편지 - 가고 싶은 유모차
아이랑 지하철을 자주 이용합니다. 하루는 아이가 아파서 대학병원에 갈 일이 있어 유모차를 태워 지하철을 이용하였습니다. 환승을 2번 하는데 환승하는 동안 유모차를 태우고 이동할 엘리베이터가 없어서 결국엔 100개 이상 계단을 유모차를 들고 한 손으로는 아이 손을 잡고 같이 내려왔습니다. 엘리베이터가 없는 곳에서 아이가 다리가 아프다고 보챌 때에는 아이를 한 손에 안고 또 한 손에는 유모차를 들고 이동하였습니다.
아이를 유모차에 태워서 지하철을 이용해보니 장애인분들의 불편한 점에 대해서 많이 공감하게 되었습니다. 장애인을 위한 휠체어 전용 계단을 이용할 때 쓰는 보조기구가 있는 지하철 역은 그리 많지 않습니다. 그리고 보조기구를 사용하려면 버튼을 누르고 역에서 일하는 공익요원을 한참을 기다려야지만 공익요원이 기구에 휠체어를 탄 장애인을 올리고 계단을 사다리처럼 올리는 광경을 보았습니다.
아이를 키우면서 느끼는 노고와 고충은 누구나 다 있기에 환경적인 불편함에 대해서 순응하면서 살고자 합니다. 하지만 시간이 지나 아이를 키우는 사람들이 저 같은 환경에서 또다시 불편함을 느끼면서 아이를 키운다면 그것은 조금 개선해야 될 일인 것 같습니다.
누군가 한 번의 불편함을 느꼈다면 그 불편함은 접수가 되고 시정이 되고 바로 현실에 옮겨져야 될 것입니다. 불편함을 개선하면서 더 좋은 사회를 만드는 것이 바로 선진국가로 가는 길이라는 생각입니다. 선진국에서는 아이를 낳고서 키울 때까지 들어가는 경제적인 비용이나 사회적인 환경이 모두 현실적으로 양육자의 눈높이에 맞춰서 반영이 되는데 우리나라도 그런 시스템을 본받고 도입했으면 좋겠습니다.
아이와 이동하기 좋은 수단은 유모차인데 유모차를 끌고 다닐만한 곳이 많이 없다는 것이 아쉽기도 합니다. 무엇보다도 실생활에 꼭 필요한 대중교통에서만큼은 아이와 부모가 걱정 없이 유모차를 끌고 다닐 수 있도록 장기적인 계획을 세우고 현 환경을 고쳐주시면 좋겠습니다.
지하철에서 당장 유모차를 타는 영유아들이나 휠체어를 탄 장애인들을 위한 승강기 시설을 확충해 주시길 바랍니다. 또 보다 편리하게 이동할 수 있도록 계단을 언덕형식으로 대체하여 바퀴를 소지한 누구나가 편리하게 다닐 수 있는 길을 확충해주신다면 아이와 외출하는 것이 두렵지 않을 것입니다.
사실 대중교통을 이용하다 보면 유모차를 이용할 때의 어려움과 같이 힘겨움을 느낍니다. 요즘에는 아이랑 같이 다니면 버스나 지하철에서 자리를 양보해주는 사람을 많이 보지 못합니다. 심지어는 아이를 안고 서 있는 저에게 미안한 나머지 잠을 청하는 사람도 있지만 대다수는 창 밖을 보면서 외면해 버리기 일쑤입니다. 사람들의 양심이 어디로 간 것인지 예전과는 다름을 많이 느낍니다.
버스나 지하철에서는 "노약자에게 자리를 양보해주시기 바랍니다"라는 멘트는 여러 번 나오지만 실상 이것을 실천하는 사람들은 같은 어려움을 느낀 나이 드신 어르신들이나 아주머니들, 그리고 간혹 가다 젊은 학생들이 자리를 양보해주기는 하지만 시민의식이 높아지기까지는 아직도 많은 시간이 필요하다는 생각이 듭니다.
무엇보다도 일단 지하철에 승강기 확충을 위해서 우리모두의 관심을 모으고 그것을 운영하기 위한 예산을 모으고 또한 사람들의 관심 속에서 승강기가 확보가 되어 유모차를 이용하는 영유아 가족이나 장애인들이 보다 즐겁고 편리하게 대중교통을 이용하는 그날을 꿈꿔봅니다.
◇ 대통령에게 쓰는 편지 공모 안내
'박근혜 대통령에게 쓰는 부모들의 편지 - 가고 싶은 유모차' 공모에는 누구나 자유롭게 응모할 수 있습니다. 유모차를 이용하면서 느꼈던 불편했던 점과 유모차를 이용하게 되면서 교통약자에 대한 자신의 시선이 어떻게 바뀌었는지 적어 보내면 됩니다. 심사를 거쳐 채택된 원고에는 소정의 원고료가 지급됩니다. ▶ 보내실 곳 ibabynews@ibaby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