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누굴 닮아서 저래?' 이해할 수 없는 우리 아이
'누굴 닮아서 저래?' 이해할 수 없는 우리 아이
  • 칼럼니스트 한근영
  • 승인 2018.02.09 18:26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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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알쏭달쏭 아이심리] 천성이 중요할까, 환경이 중요할까?

Q. 5살, 7살 아들 둘을 키우는 엄마입니다. 애들이 크면서 친구들과 싸움도 하고 장난도 심하고 주의산만해서 걱정입니다. 또래들보다 학습능력도 떨어지는 것 같고요. 남편과 저는 조용한 성격이라 도무지 애들이 누굴 닮았는지 부부가 아이들 때문에 고민입니다. 제가 노력이 부족해서인지, 애들이 타고나기를 그런건지, 아이를 잘 키우는 방법 좀 알려주세요. 

좋은 부모가 되는 것은 노력을 통해서 가능합니다. ⓒ베이비뉴스
좋은 부모가 되는 것은 노력을 통해서 가능합니다. ⓒ베이비뉴스

우선 우리 아이와 그 부모인 나에 대한 바른 이해에서부터 시작합시다.

◇ 상담실을 찾는 부모

부모들은 참으로 다양한 이유로 아이들을 데리고 상담실에 옵니다. 사소하게는 한글을 언제부터 가르쳐야 하는지, 어떤 학습 교구를 쓰는 게 좋은지, 또래들 중에 누구랑 놀게 하는 게 좋을지에 대한 고민에서부터, 심각하게는 아이가 누구를 때리는 난폭한 행동이나 거짓말을 하거나 너무 어린 나이에 자위 행위를 하는 성적인 행동 문제에 대한 염려까지... 상담실에 오는 이유는 매우 다양합니다. 게다가 아이의 기질과 발달 연령, 부모의 기질과 가치관, 양육태도가 서로 다르다보니, 아이를 기르는데 정답이 있을까 싶은 생각이 들 정도입니다.

이런 이유로 어떤 가정에서 효과적이었던 방법이 다른 가정에서는 효과가 별로 없거나 그 효과가 아예 나타나지 않는 모습을 보게 됩니다. 부모들이 좌절하다가 상담실을 찾게 되는 이유는 ‘나름대로’, ‘최선’의 노력을 했음에도 불구하고 그 효과가 없다고 여기기 때문입니다. 예를 들어, 어떤 가정에서는 자녀의 행동을 하나부터 열까지 모두 간섭해도 아이가 잘 자라는 경우가 있는가 하면, 어떤 가정에서는 완전히 방임해도 아이가 잘 자라기도 합니다. 물론, 완전히 간섭하거나 완전히 방임하는 경우, 대개는 아이들이 언젠가는 심리적 어려움과 고통감 혹은 행동상의 문제를 드러내게 됩니다.

◇ 천성(nature) 대 환경(nurture)

그럼, 자녀들을 위한 부모의 노력은 효과가 전혀 없을까요? 부모가 효과적인 방법으로 노력하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요? 가정 환경의 영향만이 전부일까요? 심리학자들 사이의 오랜 논쟁거리 중의 하나는 사람의 성격이나 행동을 결정하는 요인을 ‘천성(nature) 대 환경(nurture)’으로 보는 것인데, 쉽게 말해 타고 나는 속성이 중요한지, 그 사람이 처한 환경이 중요한지에 대한 고민입니다. ‘콩 심은데 콩나고, 팥 심은데 팥난다’라는 속담이 천성을 중요하게 여기는 입장을 대변하는 말이라면, ‘근묵자흑(近墨者黑)’은 환경의 중요성을 강조하는 사자성어입니다.

천성을 중시하는 입장에서는 부모로부터 물려받는 개인의 생물학적이고 유전되는 경향성을 강조합니다. 다만, ‘유전된다’가 아닌, ‘유전되는 경향성’이 있다는 말로 논란을 비켜갑니다. 이 두 말은 비슷하면서도 다른 말입니다. ‘유전된다’라는 말은 부모의 생물학적 특성이 후대로 그대로 전달된다는 의미가 강한 반면, ‘유전적인 경향성이 있다’는 말은 '상당한 확률로 부모의 특정 유전 형질이 발현될 가능성이 높다’라는 의미입니다. 이 말은 부모의 특성이 매우 많은 부분에서 자녀에게 전달되기는 하지만, 그 특성이 그대로 나타난다는 뜻은 아니라는 점입니다. 오히려, 아이가 발달하는 동안 특정 자극에 노출되거나 상황에 놓여야 부모의 유전적인 특성이 아이의 인생을 살아가는데 보다 도움이 되는 방식으로 작동할 수 있게 된다는 의미일 것입니다.

유사한 유전적 특징을 갖고 태어나더라도 어떤 사람들은 강력계 형사나 특전사 요원이 되는 반면, 좋지 못한 환경에서 자라게 될 경우, 깡패나 살인와 같은 범죄자가 되기도 합니다. 간혹 부모 누구와도 닮지 않아, ‘쟤는 누구 닮아서 저럴까’ 하는 의문을 갖게 되는 경우도 있는데, 이런 경우는 부모들 자신도 모르는 자신의 모습이거나 자신이 보고 싶지 않은 모습이 아이에게 나타나는 경우 혹은, 부모의 유전자가 섞이는 과정에서 유사하기는 하지만 부모 누구와도 닮지 못한 경우도 있습니다.

◇ 아이를 잘 키우는 방법

그러면 어떻게 하는 것이 아이를 가장 잘 키우는 방법일까요? 너무도 당연하게 아이가 처한 가정 환경, 이 가정 환경을 구성하는 부모와 아이의 기질, 부모의 가치관을 고려하여, 아이의 연령대에 걸맞는 자극들을 적재 적소에 제공하는 것이 가장 좋은 선택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언뜻 보면, 매우 어려운 과정처럼 보이지만, 적절한 양육을 제공하는 부모를 만나 잘 성장한 사람들은 보기보다 많고, 여러 가지 사정으로 그렇지 못한 부모를 만나지 못했더라도 스스로의 힘으로 행복을 선택한 사람들도 많습니다. 좋은 부모를 만난 사람을 부러워하고, 그렇지 못한 부모를 만나 불행하게 사는 사람에게 ‘남들처럼 잘 살지 못하는 것’을 비난할 일은 아닙니다. 또, 좋은 부모를 만나는 것은 내가 선택할 수 있는 일은 아니지만, 내가 좋은 부모가 되는 것은 ‘노력’을 통해서 가능합니다.

맛집에 가면, 무언가 특별한 비법이 있는 것 같지만, 가장 중요한 것은 신선한 식재료와 오랜세월 시행착오를 거쳐서 정해진 조리방식등 오랜 기간 누적된 경험이 제일 중요합니다. 흔히 말하는 ‘기본을 지키는 것’, 경험에서 우러나오는 ‘손맛’이 맛의 비결인 경우가 많습니다. 우리 귀한 아이들을 잘 대하는 것도 이와 비슷합니다. 건강한 양육의 가장 기본적인 재료는 따뜻한 사랑과 존중입니다. 사랑과 존중이 자녀 양육의 주재료라면, 양념은 일관된 부모의 자세일 것입니다.

*칼럼니스트 한근영은 한국 몰입 연구소/로샤 코리아에서 근무하고 있으며, 한국가이던스에서 인성, 진로, 학습, 상담, 부모 교육 강의를 진행하고 있다. 부모 상담과 부모 교육, 학습 상담을 주로 하며, 수원 지방 법원 진단전문가/전문상담위원으로 활동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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