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북이 벨트에 몸을 맡겨야 하는 사람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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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북이 벨트에 몸을 맡겨야 하는 사람들
  • 칼럼니스트 박창희
  • 승인 2018.02.13 12: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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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창희의 살과 사랑이야기] 사회적 문제로 떠오른 비만

지난 호에 이어 비만 원조 국가인 미국의 얘기를 좀 더 해보자. 일부 지하철역이나 공항 등에는 수평보행기로 불리는 무빙워크가 설치돼 있다. 수평에스컬레이터라 하기도 하는데 속도가 워낙 느려 대부분 사람들은 그 위에서 축지법을 쓰듯 걸어간다. 보행의 편의와 신속을 도모하는 이 장치 위에서 하릴없이 서서 가야 한다고 생각해보자. 그것도 비행기 탑승 시각을 코앞에 두고 말이다. 일반인 같으면 분통이 터질 일이지만 어쩔 수 없이 그 거북이 벨트에 몸을 맡겨야 하는 사람들이 있다.

타인이나 훨체어의 도움 없이는 걷기도 벅찬 초초고도 비만인들이다. 그들이 떼를 지어 무빙워크에 몸을 맡긴 채 이동하는 모습을 상상해 보라. 미국 서부 디트로이트 공항에서 필자가 직접 목격한 일이다. 수평보행기의 설치 목적이 고작 일반인들의 보행 속도를 높이기 위함이 아님을 깨닫는 순간이었다. 이뿐만이 아니다. 그 위에서 감자튀김을 먹으며 이동하는 여성이 있었는데 손이 있어 음식을 집었고 입이 있어 거기로 가져갈 뿐인 공허한 식사로 보였다.

그 여성의 몸무게를 200kg으로, 체지방율을 50%로 가정한다면 그녀의 몸속의 잉여지방량은 약 100kg이다. 지방의 열량을 g당 9kcal로 단순 가정한다면 그녀는 약 200g의 체지방을 녹여 하루에 필요한 기초대사량을 충족시킬 수 있다는 계산이 나온다. 1kg으로 닷새를 버틸 수 있으니 100kg의 체내 비상식량은 500일 분량이다. 1년 이상 버틸 수 있는 에너지를 비축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그녀가 계속 먹는 이유는 무엇일까. 비만인들의 식습관은 확실히 문제가 있어 보인다. 항상성의 유지를 위해 먹는 음식이 되려 항상성을 해치는 상황이 됐다.

비만이 개인적 차원을 넘어 사회적 문제이다. ⓒ베이비뉴스
비만이 개인적 차원을 넘어 사회적 문제이다. ⓒ베이비뉴스

미국 동부 뉴저지 주에서 있었던 일이다. 화장실에서 넘어져 움직일 수 없다는 여성의 구조요청을 받고 현장에 도착한 구급대원은 자신의 눈을 의심했다. 체중 300kg 이상의 여성이 물에 젖은 거대한 솜처럼 바닥에 쓰러져 있었다. 촌각을 다투는 구급 의료현장에서 환자의 과체중 탓에 구출이 어렵거나, 구급차나 들 것 등 기존의 시설들이 너무 협소해 병원이송이 어려운 상황이 속출하고 있다. 구급대원들은 자신들이 가져 온 들것이 무용지물이 됐음을 깨닫게 됐다. 피자 한 판을 작은 접시에 받쳐 들 수 없듯 말이다. 골절이 예상되는 환자의 팔, 다리를 하나씩 들고 화장실 밖으로 나갈 수도 없는 노릇이다.

인근 소방서에 구조요청을 해 수십 명의 소방관이 몰려오고 특대형 들것이 도착했지만, 여성의 병원이송은 쉽지 않았다. 몸이 너무 무거워 결국 바닥의 변기를 떼어내고 창문과 일부 벽을 부순 후, 특수 사다리를 이용해 여성을 끌어내렸지만 상황은 여기서 끝이 아니다. 병원에 도착한 여성은 체중을 잴 수도, 일반인 병상에 누울 수도 없다. 심지어 혈압계도 여성의 팔뚝에 맞질 않아 측정할 수 없다. 피하층이 너무 두터워 일반 주사로는 채혈도 어렵다. 워낙 거대한 몸집 탓에 욕창이 생기면 닦을 수가 없으니 문제는 더욱 심각해진다. 상상해 보라. 500kg의 여성을 간호사 몇몇이 달라붙어 뒤집는 모습을.

이러한 모든 문제는 1인용이 아닌, 2인용 도입으로 해결될 단순한 문제가 아니다. 초고도 비만자의 접이식 침대 제작비용은 표준형의 4배에 달한다. 몇백 킬로그램의 거구들을 실어 나를 수 있는 대형구급차의 특별제작가격은 상상을 초월한다. 구조에 필요한 고가의 장비들을 지자체가 준비한다면 그 비용은 고스란히 지역주민에게 세금으로 전가된다. 비만이 개인적 차원을 넘어 사회적 문제임을 보여주는 대목이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비만 환자에게 할증요금을 청구하기도 한다. 육체적 고통과 함께 자존감에 상처를 입은 비만인에게 차별이라는 불만의 목소리가 터져 나온다. 대체 뭘 어쩌라는 것인가. 비만의 사회적 원인에 대해 다음 호에 좀 더 살펴보자.

*칼럼니스트 박창희는 전산과 체육학을 전공한 다이어트 전문가로서 다이어트의 필요성과 방법을 알리는 강사와 칼럼니스트로 활동하고 있다. 그는 비만 사회운동가로서 비만을 개인의 문제가 아니라 사회 구조적인 문제로 바라보고 비만을 일으키는 사회 구조적 문제점을 해결하기 위해서 노력하고 있다. 그는 현재 광고대행사와 방송 스튜디오의 대표이기도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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