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들, 너는 지금 행복하니?
아들, 너는 지금 행복하니?
  • 칼럼니스트 김경옥
  • 승인 2018.03.26 14:53
  • 댓글 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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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엄마의 말] 우리에게 행복이란 무엇일까
단 한 번도 행복하지 않기란 어려운 일 아닐까. ⓒ김경옥
단 한 번도 행복하지 않기란 어려운 일 아닐까. ⓒ김경옥

그녀는 단 한순간도 행복한 적이 없다고 했다. '늘 행복해지기'란 결코 쉬운 일이 아니지만 단 한 번도 행복하지 않기란 그보다 훨씬 어려운 일이 아닐까, 35년 가까이 살아오면서 어떻게 단 한 번도 행복하지 않을 수 있단 말인가. 도대체 그녀에게 무슨 일이 있었던 걸까.

결혼 5년 차인 그녀는 이름만 들으면 알만한 언론 매체의 기자다. 대학을 졸업하고 번듯한 직장을 잡고 싶었던 그녀는 쉬이 기회가 오지 않는 현실을 맨몸으로 부딪치며 하루하루 메말라갔다. 바스락거리는 삶에 지칠 때쯤 원하는 직장을 잡았고 일 년 후 결혼을 했다. 그녀가 원하는 시기에, 그녀가 원하는 사람과 그녀가 원하는 방식으로 결혼생활을 이어가고 있었다. 하지만 여전히 행복과는 거리가 멀다는 그녀. 그런 그녀의 입에서 뜻밖의 말이 나왔다. "남편이랑 있으면 참 재미는 있어요." 그러곤 그녀는 흐뭇하게 웃었다. 그 순간 나는 '한 번도 행복해본 적이 없는 그녀'와 '남편과 함께 있으면 늘 즐겁다는 그녀' 사이에서 몹시 혼란스러웠다.

행복이란 무엇일까. ⓒ김경옥
행복이란 무엇일까. ⓒ김경옥

"즐거움과 행복의 차이는 뭐죠?"

"음...... 행복은 그냥 소소한 즐거움과는 다를 것 같아요. 뭔가 막 벅차고......" 그녀는 말을 잇지 못했다. 그래, 한 번도 느껴보지 못한 감정을 표현하기는 어려운 법이니까.

나무꾼의 자식인 틸틸과 미틸 남매는 한 할머니의 부탁으로 파랑새를 찾으러 나선다. 할머니는 병을 앓고 있는 딸을 위해 파랑새가 필요하다며 그것을 가져다주면 마법의 모자를 주겠다고 약속한다. 파랑새를 찾아 나선 남매는 여러 나라를 돌며 신비롭고 기이한 체험을 하게 된다. 한 번은 파랑새를 발견하곤 새장 속에 잡아넣었지만 햇빛 속에서 그 새들은 죽고 만다. 그러다 그들은 '행복의 궁전'이라는 곳에 다다른다. 그곳에서 그들은 '사치스러운 행복'과 '정의의 행복', '어머니 사랑의 행복'들을 만나고 진짜 행복이 무엇인지 알게 된다. 파랑새를 찾아 나선 여행이 끝나고...... 꿈에서 깨어난 틸틸과 미틸은 자기들의 새장 속 비둘기가 파란빛을 띄고 있다는 것을 발견한다. '저것이 바로 우리가 찾던 것이다. 파랑새다!'

나는 제법 자주 행복해지는 편이다. 너무 바쁘고 정신이 없어 '이게 뭐야!!' 싶다가도 누가 '커피 한 잔 마시러 갈까?' 얘기하면 그 커피 향과 커피를 마시는 여유로운 시간이 떠올라 급 행복해진다. 여행을 가면서 내다보이는 차창 밖 풍경들이 나를 행복하게 만들기도 하고 (말도 안 되게) 연필 한 자루를 사고 행복에 겨워하기도 한다. 실제로 연필이 지금 당장 너무 갖고 싶어서 주변 문구점을 돌고 돌아 마음에 드는 연필을 산 적이 있다. 초등학교 때의 일이 아니다. 방송 일을 시작하고도 한참이 지난, 서른 초입이었을 것이다, 그때가. 같이 연필 한 자루를 찾아주기 위해 차로 이동했던 동료들은 '이게 무슨 경우인지' 어이없어했고, 결국 맘에 쏙 드는 연필 세 자루를 손에 든 나는 가슴 콩닥콩닥하며 행복해했었다. 같은 풍경을 봐도 신랑은 "괜찮네"로 끝난다면 나는 "어머, 나 행복해졌어"라고 말한다. 갑자기 맥락 없이 행복해지는 여자를 이해하는 것은 어쩌면 피곤한 일일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들긴 하지만 행복하다고 말하는 순간 조금 더 행복에 가까워질 수 있다고 믿는다.

덕분에 나는 아이에게도 '행복하다'고 자주 이야기해준다. 

"엄마는 너랑 여기 와서 행복해."

"엄마는 네가 옆에 있어줘서 행복해, 오늘 좀 힘이 들었거든."

"너랑 누워있으니 행복하다."

"이거 행복해지는 맛이야, 먹어봐!"

아이가 잠들기 전에는 머리를 쓸며 "엄마는 네가 행복한 사람으로 자랐으면 좋겠어"라고 말해준다.

행복은 무엇일까. 10대 후반부터였을 것이다. 그것이 무엇인지 정의 내리기 시작한 것이. 여전히 행복이 무엇인지 잘은 모르겠다. 하지만 행복은 결코 크고 대단한 그 무엇은 아니다. 일상에서 느껴지는 아주 소소한 '좋은 느낌, 좋은 기분'에서 행복은 시작된다. 나는 아이가 자신의 파랑새를 먼 곳이 아닌 가까운 곳에서 발견하기를 바란다. 순간순간을 즐기고 그것이 행복임을 깨닫기를 바란다. 그리고 그러한 파란빛 행복이 아이의 삶에 켜켜이 쌓이기를 바란다.

*칼럼니스트 김경옥은 아나운서로, ‘육아는 엄마와 아이가 서로를 설득하는 과정’이라 생각하는 ‘일하는 엄마, 육아하는 방송인’이다. 현재는 경인방송에서 ‘뮤직 인사이드 김경옥입니다’를 제작·진행하고 있다. 또한 ‘북라이크 홍보대사’로서 아이들의 말하기와 책읽기를 지도하는 일에 빠져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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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ingka**** 2018-03-26 16:25:18
항상 그림이 재밌어서 챙겨보고 있습니다!!

moon**** 2018-03-26 15:56:36
일상 속에서 행복의 파랑새를 찾아봐야겠습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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