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린이집 면담, 교사와 부모가 서로를 알아줘야 해요
어린이집 면담, 교사와 부모가 서로를 알아줘야 해요
  • 칼럼니스트 최명희
  • 승인 2018.04.11 17:32
  • 댓글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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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맘대로 안 되는 아이] 부모와 교사 사이에서 자라는 아이들

Q 4월에 어린이집 면담이 시작됩니다. 학부형으로서 아이의 선생님을 공식적으로는 처음 만나는 일이라서 긴장되고 어떤 마음으로 선생님을 만나야할지 모르겠습니다. 아이가 집에 와서 보여주는 모습으로 선생님을 짐작은 하고 있지만 아직 선생님이 어떤 분이신지 정확하게 모르겠어요. 어린이집 선생님을 어떤 마음으로 만나야할까요?

부모와 교사 사이, 그 틈에서 아이들이 따뜻한 사람으로 성장한다. ⓒ베이비뉴스
부모와 교사 사이, 그 틈에서 아이들이 따뜻한 사람으로 성장한다. ⓒ베이비뉴스

◇ 어린이집, 4월의 봄

어린이집의 4월에도 봄은 온다. 3월 꽃샘추위를 헤치고 어린이집에 와서 문 앞에서 눈물바람으로 부모와 헤어지던 아이들이 4월이 되면 개나리 덤불 속으로 씩씩하게 산책을 나간다. 선생님 손 꼭 잡고 이게 뭐야? 저게 뭐야? 하면서 봄 햇살 속에서 의기양양하다. 요즘 아이들은 미세먼지 때문에 자연을 창밖으로만 보는 날이 많아져서 안타깝긴 하지만 가끔 있는 맑은 날에는 빨래를 탈탈 털어 넌 듯 아이들의 아장걸음이 어린이집 마당에 가득하다. 아이들이 손가락으로 눌러 심은 나팔꽃 씨앗이 가느다란 싹을 올리고, 아이들의 서툰 그림이 벽에 가득 붙어있다. 이제 어린이집에서 밥도 잘 먹고 낮잠도 투정 없이 금방 숨소리를 고른다. 그렇게 4월의 봄이 잔잔하게 온다.

◇ 부모의 어린이집 적응

아이들이 겨우겨우 어린이집에 적응하고 나면 부모들이 어린이집에 적응하기 시작한다. 4월이 되면 교사는 부모와 개별면담을 준비하고 부모는 교사와 할 이야기가 많아진다. 귀하게 자란 교사가 귀하게 자라고 있는 아이들을 돌보면서 겪는 어려움을 부모는 알지 못한다. 반대로 귀하게 자란 부모가 또한 아이도 귀하게 키우고 싶어서 겪는 어려움을 교사는 알지 못한다. 교사는 부모로부터 의심받는다고 생각하고 부모는 교사를 믿을 수 없다고 하는 경우를 왕왕 보게 된다. 세 살짜리 아이들 다섯 명을 하루 종일 먹이고, 재우고, 씻기고, 손잡고 산책 나가고, 책 읽어주고, 노래 불러주는 선생님이 살짝 긁힌 손등의 상처 때문에 시말서를 쓴다. 찰나의 순간을 보지 못한 방임이라고 한다. 요즘은 부쩍 그런 일이 자주 있다. 어떤 교사는 산책길에 세 살 아이가 뒤로 넘어져 뒷머리가 찢어져 피가 솟구치는데 자기도 울면서 아이를 응급실로 안고 뛰어가 치료를 했더니 연락받고 뛰어온 부모가 아이보다 먼저 선생님의 손을 잡고 얼마나 놀랐느냐고 했다고 한다. ‘가장 행복했던 순간이 언제였느냐’는 질문에 그렇게 대답하면서 눈시울을 붉혔다.

◇ 행복이란 두 사람 간의 신뢰

행복을 연구하는 사람들은 행복이란 주변에 믿을 수 있는 사람이 많은 것이라고 한다. 믿을 수 있다는 것은 예측가능하다는 뜻이다. 내가 기대하는 방법으로 다른 사람도 그렇게 생각하고 행동하는 것이 믿을 수 있는 것이다. 서로가 서로의 마음을 헤아리며 말하고 행동하기 때문에 안심이 되는 상태가 믿음이다. 사랑의 어원이 ‘생각할 사思 헤아릴 량量’이라고 한다. 다른 사람의 마음을 헤아려 행동하는 것이 사랑이고 배려이다. 우리가 행복을 느끼려면 사랑과 배려가 충만해야한다. 반대로 다른 사람의 생각과 마음을 헤아리지 않으면 그 행동을 예측할 수 없다. 상대방이 나의 마음을 헤아리지 못하고 행동함으로 인해 그 마음과 행동을 예측할 수 없을 때 심리적으로 불안정한 상태에 빠진다. 그것이 불행이다. 우리나라의 아이들을 돌보고 가르치는 선생님과 부모가 행복한지, 서로를 행복하게 해주는지 생각해 볼 일이다.

◇ 우리는 얼마나 행복한가

최근 일련의 전문가 집단이 세계행복보고서(World Happiness Report)에서 세계 156개국의 행복도 순위를 발표했다. 이 보고서에서는 각국의 국내 총생산(GDP), 기대수명, 사회적 지원, 선택의 자유, 부정부패지수, 사회적 관용 등을 포함해 2015년부터 2017년까지의 통계점수를 합산해 순위를 결정했는데 우리나라는 57번째로 행복한 나라인 것으로 나타났다. 여러 가지 요소를 합산했을 때 가장 행복한 나라는 핀란드였으며 이민자들의 행복지수에서도 핀란드에 거주하는 이민자의 행복도가 가장 높았다. 이 보고서에서는 사람들의 행복도를 알기 위해 ‘지난달에 얼마를 기부했는가’, ‘인생에서 하고 싶은 것을 선택할 자유가 있는가’, ‘어려움에 처했을 때 친척이나 친구로부터 언제라도 도움을 받을 수 있는가’와 같이 다른 사람과의 관계에 관한 질문을 사용했다고 한다. 우리나라는 OECD국가 간 행복지수를 비교하는 분석에서도 번번이 모든 요소에서 낮은 그룹에 속한다. 그 중에서 사회적 유대, 즉 사람들 간의 신뢰에 대한 문항은 여러 해째 가장 낮은 순위에 머무른다. 서로 믿을 수 없다고 생각하며 살아가는 것 같다. 점점 더 그런 것 같다고들 한다.

◇ 배려를 마음에 품고 행동하기

여러 해 전에 가장 행복한 나라 핀란드의 보육현장을 직접 견학할 기회가 있었다. 헬싱키 변두리의 한 어린이집(페이베코티)을 방문해 견학하고 원장님과 질의응답을 하는 시간이었다. 일행 중의 한 사람이 질문했다. “아이를 늦게 데리러 오는 부모에게는 어떤 방식으로 추가보육료를 받나요? 혹시 교사가 그 아이로 인해 추가근무를 하게 된다면 추가급여는 어떻게 산정하나요?” 12시간 보육을 원칙으로 하는 우리나라 현실에서 교사들의 추가근무가 빈번하기 때문에 궁금한 내용이었다. 그러자 원장님은 “12년간 이 곳의 원장을 했지만 시간을 지키지 않는 부모는 단 한 명도 없었습니다. 예고 없이 늦는다면 혹시 아이를 유기한 것일지도 모르니 사회복지사에게 연락을 해야 합니다. 한국에서는 약속보다 늦게 오는 부모가 많은가요?” 우리는 대답을 슬금슬금 회피했지만 원장님의 대답은 많은 생각을 하게 했다. 서로 믿는다는 것은 예측가능성이 높은 것이다. 서로가 무언의 약속, 서로에 대한 배려를 마음에 품고 행동하는 것이다. 서로의 입장이 돼보려는 노력이 깃든 상호작용이다.

◇ 교사와 부모가 서로를 알아주기

교사는 부모의 입장이 돼 보려고 노력했으면 좋겠다. 부모는 연습 없이 부모가 됐다. 부모 본인도 성장하면서 가족이나 이웃에서 아기를 볼 일이 거의 없는 채 부모가 돼서 인류의 초기행동양식을 보여주는 아기의 성장이 매일 당황스럽다. 부모가 되고 보면 자식에 대한 사랑이 넘치고 넘쳐서 간혹 이성을 잃거나 품위 없는 행동을 하기도 한다. 내리사랑이 이렇게 주체할 수 없이 흐르는 것인지를 처음 경험해서 양과 속도를 조절하지 못하곤 한다. 그게 자식에게 소용없는 일이라는 것을 너무 늦게 알게 되는 것이 딜레마이지만 처음 부모가 되면 자식 앞에서는 공평하기가 어렵다. 좋은 부모가 되려면 절제해야하고 마음을 숙여야하는데 이제 처음 부모가 돼서 아직도 배우는 중이다. 그래서 교사들에게 부탁하기를, 조금 어렵겠지만, 부모에게도 시간이 필요하다는 것을 알았으면 한다. 부모의 반응에 일희일비하지 말고 담담하게 부모의 성장을 바라봐주는 지혜가 필요하다.

부모는 교사의 입장이 돼보려고 노력했으면 좋겠다. 교사 자신도 대학에서 교사가 되는 공부를 여러 해 했지만 다섯 명의 아이가 이렇게 제각각인 줄을 상상도 못했다. 어떤 교사는 다섯 명의 아이들이 있는 만 1세반을 오미자차라고 표현했다. 제각각 신맛, 단맛, 쓴맛, 짠맛, 매운맛을 가졌더라면서 보편적인 발달이론을 어떻게 적용해야하는지 난감했다고 한다. 그 다섯 가지 맛이 어우러져 신비한 오미자 향과 맛이 된다는 것을 교사도 여러 해가 지나야 비로소 알게 된다. 어린이집 교사는 주변에서 누가 뭐라고 해도, 여러 가지 어린이집과 관련한 좋지 않은 뉴스가 들려오더라도 아이들과 함께 살아보겠다고 결정한 사람들이다. 어쩌면 교사의 부모도 ‘오뉴월 보리밭을 맬지언정 남의 아이는 봐줘도 공이 없다’고 말렸을지도 모른다. 그래도 자기만의 견딜만한 수백 가지 이유를 찾아가며 살아간다. 그래서 부모들에게 부탁하기를, 조금 어렵겠지만, 교사에게도 시간이 필요하다는 것을 알았으면 한다.

세 살의 아이를 사이에 둔 부모와 교사 모두 결코 쉬운 일이 아니다. 아이가 어른들의 노고를 알아주지 않으니 어른들이 서로의 노고를 알아줬으면 좋겠다. 4월 첫 번째 부모면담에서 낱낱이 서로를 알아내려고 하지 말고 담담하게 서로를 알아줬으면 좋겠다. 부모와 교사 사이, 그 틈에서 아이들이 따뜻한 사람으로 성장한다.

*칼럼니스트 최명희는 이화여자대학교 유아교육과에서 학사, 석사, 박사학위를 취득했으며 30여 년간 유아교육 현장과 보육정책 분야의 다양한 영역에서 일했다. 현재는 신구대학교 아동보육과 교수로 재직하고 있으며 생애초기의 삶을 살아가는 소중한 생명체인 영유아와 그들에게 세상을 만나게 해주는 부모, 교사의 역할에 대해 연구하고 나누는 일에 전념하고 있다. 많이 읽히는 저서로 「아이와 통하고 싶다」, 「교사다움」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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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9**** 2018-04-19 08:14:22
부모가되니 부모의입장에서 생각할수가 있었습니다
막연히 이럴것이다 추측하고 이해하려고 노력해보았지만
자식을향한 부모의마음은 백퍼센트 알지못하는것같습니다
그렇지만 부모와교사가 서로를 믿고 기다려주는시간은 필요한것같습니다 그속에서 신뢰라는것이 생기고 서로 행복할수있어지는것 같습니다
교수님의말씀에 깊이공감하며
선생님들이 공유해주어 글을접하게되었습니다
아이와통하고싶다를 읽고 교사전체가 감상문을보냈던 마포구 원감입니다 ^^좋은글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