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시태그로 보는 육아맘] 엄마는 어찌해 ‘맘충’이 됐는가
[해시태그로 보는 육아맘] 엄마는 어찌해 ‘맘충’이 됐는가
  • 칼럼니스트 여상미
  • 승인 2018.04.16 08: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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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맘충 #노키즈존 #저출산 #갑질논란 #사회적약자

대기업의 갑질 논란이 실시간으로 이슈가 되고 있는 요즘이다. 대기업뿐만 아니라 주민들 간의 이해관계가 얽힌 갑질 논란도 툭하면 불거져 나온다. 언제부터 우리 사회가 갑과 을로 나눠진 관계가 돼 버린 걸까? 스스로 갑도 을도 아니라 생각하며 살아온 나는 ‘맘충’이라는 단어를 알게 되면서 누군가의 시선에서는 내가 갑의 입장에서 행동하는 사람으로 보일 수도 있다는 것을 늘 의식하게 돼 버렸다.

공공장소에 아이를 동반하고 와서 개념 없는 행동을 일삼는 엄마들을 혐오하는 뜻의 신조어인 ‘맘충’은 엄마를 뜻하는 ‘Mom’과 벌레 ‘蟲(충)’의 합성어이다. 이러한 신조어가 탄생된 배경에는 일부 엄마들의 몰지각한 잘못들이 분명히 존재했다. 식당, 카페 등등에서 버젓이 아기의 기저귀를 갈고도 뒤처리를 제대로 하지 않으며 심지어 테이블 위에 각종 쓰레기들과 함께 놔두고 가는가 하면 지하철, 극장 등에서 소리 지르고 뛰는 아이를 보고도 방치하거나 오히려 야단치는 어른들을 향해 매섭게 쏘아붙이는 소위 요즘 세대의 젊은 엄마들. 더 극한 사례도 찾으면 찾을수록 눈덩이처럼 불어난다.

이러한 엄마들에 대한 혐오감은 여기서 그치지 않는다. 근래 맘충이라는 단어는 그 범위가 더욱 확대돼 전업주부이면서 아이를 어린이집에 보낸다거나, 아이가 유치원이나 학교에 가 있는 시간 카페에 삼삼오오 모여 수다를 즐긴다든지 하는 엄마들에게도 적용되고 있다. 그래서 나는 맘충이 됐다.

평범한 사회 구성원이었던 나는 아이를 낳고 소위 '맘충'이 돼 있었다. ⓒ여상미
평범한 사회 구성원이었던 나는 아이를 낳고 소위 '맘충'이 돼 있었다. ⓒ여상미

직장을 다니지 않고 집에서 살림을 하며 간간이 재택근무를 하는 정도의 생활을 하는 나는 올해 초 아이를 어린이집에 보냈다. 아이가 외동이다 보니 여러 사람들과 만나 유하게 지낼 수 있는 사회성을 길러주고 싶기도 했고 나라에서 보육료 지원도 되니 이를 활용해 나를 발전시킬 수 있는 시간도 갖고 싶었다. 아주 솔직히 육아에서 조금은 벗어나 허락하는 시간만큼이라도 어른으로서의 한 인간, 한때 사회 구성원으로 활발하게 살아가던 그 시절로 돌아가 보고 싶었다.

그래서 아이를 보내고 며칠은 하염없이 유모차로 아이를 태우고 빙글빙글 돌며 밖에서 부러운 눈으로만 보았던 브런치 카페에 가보기도 했고, 아이와 같이 가기 힘들었던 매운 음식 파는 곳에 가기도 했다. 육아를 하며 정말 힘든 일 중 하나가 외식이었기 때문이다. 내가 사는 곳은 신도시라 그나마 모든 식당들이 깨끗한 편이고 곳곳에 아기의자도 넉넉히 준비돼 있다. 그렇다 해도 주말 저녁이라든지 술 손님이 많은 시간에는 테이블이 뻔히 남아있음에도 자리가 없다는 핑계로 입장을 거부당한 적이 많다. 이렇다 보니 아기의자가 없거나 아기가 먹을 만한 메뉴가 없는 식당은 아예 꿈도 꾸지 못할 일이었다.

세계적인 공항으로 인정받고 있는 인천공항 푸드코트에서도 하필 저녁 시간 붐비는 때라 그랬는지 모르겠지만 아기의자나 그와 비슷한 공간을 찾을 수가 없어 아기띠로 아기를 안고 식사를 해보려고 하다가 도저히 안 돼 모두 남기고 돌아선 적이 있다. 그나마도 아기띠에 갇힌 아기가 큰 소리로 울어대니 여기저기 눈치 아닌 눈치를 주는 것 같았고 그때 제일 먼저 머리에 스쳐간 단어도 ‘맘충’이었다. 결국 밥 한 숟가락 뜨지 못하고 일어났지만 그래도 그 순간에 나는 누군가에게 맘충이었던 것이다.

이제는 딱히 눈총을 받을 만한 잘못이 없다 해도 아이를 데리고 엄마라는 이름으로 세상 밖으로 나서는 순간 맘충이 되지 않기 위해 모든 신경을 곤두세워야 한다. “뛰지 마”, “쉿”, “안돼”, “가지 마”와 같은 단어는 아이를 낳기 전에 엄마가 되면 최대한 쓰지 말아야지 했던 단어지만 실상은 아이와 함께 나가면 저 말만 되풀이한다. 오죽하면 나는 체념한 듯이 노키즈존을 찬성한다고 말했던가! 나도 아이 키우는 엄마지만 다른 아이들이 공공장소에서 심하게 떠들고 저지레를 일삼으면 눈살이 찌푸려진다. 누군가에게 내 아이도 그런 밉상이 될까 싶어 차라리 노키즈존이라고 못 박는다면 깔끔하게 포기하겠지 싶은 마음에서다. 자신의 돈을 들여 조용하고 여유 있는 시간을 보내고 싶은 일부 손님들의 입장도 존중해 줘야 하니까.

차라리 직장을 다시 다녀볼까 생각한다. 그러면 또 누군가 이야기한다. 독하다고. 아이가 아직 한참 어린데 엄마가 돌봐주지 않고 기관에 맡기면 어떡하냐고. 모성애가 모자라다는 듯 나무란다. 나는 어떤 엄마가 되어야 하는 것일까? 최근 아이가 좀 자라고 나니 주위에서 둘째 계획이 없느냐는 질문을 종종 한다. 둘째요? 나를 맘충으로 만든 사회에서 아기를 더 낳으라고 말한다. 제도와 시설은 분명 아이 키우기 좋은 방향으로 바뀌어 나가고 있다. 하지만 엄마를 대하는 사회적 시선은 어떠한가! 나는 오늘도 맘충이 되지 않기 위해 발버둥 치며 대한민국에서 엄마로 살아가는 일에 대해 고민하고 또 고민해 본다.

*칼럼니스트 여상미는 이화여자대학교 언론홍보학 석사를 수료했고 아이의 엄마가 되기 전까지 언론기관과 기업 등에서 주로 시사·교양 부문 글쓰기에 전념해왔다. 한 아이의 엄마가 된 지금은 아이와 함께 세상에 다시 태어난 심정으로 육아의 모든 것을 온몸으로 부딪히며 배워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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