혈변 보는 아이, 응급실에 가야 할까요?
혈변 보는 아이, 응급실에 가야 할까요?
  • 칼럼니스트 이대용
  • 승인 2018.04.17 13: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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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흔한 소아질병 Q&A] 혈변을 보는 아이

Q. 네 살 밖에 되지 않은 우리 애가 변을 1~2일에 한번 꼴로 보는데 변 색깔은 괜찮은데, 변에 피가 조금씩 묻어있는 경우가 있어요. 휴지로 닦아주다 보면 가끔씩 많이 묻어나는 경우도 있어요. 항문 쪽에 상처가 난 것인지, 아니면 혹시 장 쪽에 무슨 문제가 있는지 걱정이 돼요. 혹시 큰 문제는 아닌 것인지, 병원에 가려면, 어느 과로 가는게 맞는지 궁금해요.

모든 혈변 증상이 응급상황인 것은 아니며, 따라서 반드시 응급실에 찾아가서 진료를 봐야만 하는 것은 아니다. 아이의 전신 상태 등과 함께 판단하는 것이 중요하다. ⓒ베이비뉴스
모든 혈변 증상이 응급상황인 것은 아니며, 따라서 반드시 응급실에 찾아가서 진료를 봐야만 하는 것은 아니다. 아이의 전신 상태 등과 함께 판단하는 것이 중요하다. ⓒ베이비뉴스

아이의 대변에서 혈변, 즉 피가 묻어 나온다고 하면 그 어떤 부모라도 당황하고 걱정스러울 것입니다. 물론 아이의 변에서 피가 묻어 나오는 소견은 어떤 경우에 있어서도 좋지 않은 증상임에는 틀림이 없습니다. 하지만, 모든 혈변 증상이 응급상황인 것은 아니며, 따라서 반드시 응급실에 찾아가서 진료를 봐야만 하는 것은 아닙니다. 아이의 전신 상태 등과 함께 판단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Q. 대변이 붉은데 피가 맞나요?

실제 혈변이 맞는지부터 확인하는 것이 필요합니다. 음료수나 빙과류 등에 포함되는 붉은 색소, 토마토 등의 붉은 음식에 의해 혈변처럼 보일 수 있으며, 시금치나 감초, 철분제 등에 의해서도 대변색이 검게 보일 수 있습니다. 따라서 최근 1~3일 정도의 섭취한 음식이나 약제 등을 확인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어린 영유아에서 대변이 전체적으로 푸르스름한 색깔이 있는 경우에는 블루베리를 먹은 이후에 발생하는 경우도 많습니다.

Q. 대변이 피가 맞다면 바로 응급실에 가야 하나요?

혈변이 맞다면 전신 상태와 실혈양을 확인해 봐야 합니다. 혈변의 양이 대변에 묻어 나오는 정도가 아니라 다량이거나 전신상태가 감소돼 있다면, 반드시 원인 감별과 즉각적인 처치가 필요할 수 있습니다. 전신상태의 확인은 간단하게는 아이의 활동성이나 소변양을 통해 확인할 수 있으며, 맥박이나 피부 색깔 등을 통해서도 확인할 수 있습니다.

특히, 주기적인 보챔이 있거나 처지는 영아에서 젤리 같은 혈변을 보는 경우에는 장중첩증 등의 응급상황을 우선적으로 생각하여 반드시 복부 초음파 등의 검사를 시행해야만 합니다. 어떤 원인에 의해서든지 다량의 혈변이 지속될 경우에는 급하게 나빠질 가능성이 있기 때문에 수액 등의 빠른 처치가 필요하며 혈액 검사 등 각종 객관적인 검사 지표를 확인해야 합니다.

만성적으로 혈변이 있는 반복되는 경우에는 심각한 장출혈의 가능성을 걱정하며 병원에 방문하시기도 합니다. 하지만, 지속적인 장출혈 소견이 있다면, 하루 한두 번 정도로 그것도 배변시에만 묻어 나오는 정도의 출혈로만 그칠 가능성은 낮습니다. 이러한 경우에는 복통이 동반되거나 다른 이상 증상이 동반될 가능성이 높습니다.

Q. 혈변은 왜 생기나요?

혈변의 색깔을 통해서는 출혈의 위치를 의심할 수 있습니다. 선홍색의 붉은 혈변이라면 하부 위장관(항문, 직장 등)에서 발생할 가능성이 높고, 검은색이 섞인 흑혈변, 흔히들 이야기하는 자장면 색의 혈변이라면 상부 위장관(위, 십이지장)에서 기원한 출혈일 가능성이 높습니다. 다만 상부위장관 출혈시에도 다량일 경우에는 선혈변으로 나오기도 합니다.

혈변의 원인은 연령에 따라서도 고려될 수 있습니다. 신생아 연령에서는 분만시 흡입된 혈액이 나오기도 하지만, 전신상태에 따라 장이 썩어가는 괴사성 장염이나 세균성 설사를 생각해 봐야 합니다. 알레르기 직결장염과 같은 질환에서는 고추가루 뿌린 듯한 혈변, 실 같은 혈변이 나오기도 합니다. 영아기에는 앞서 이야기한 장중첩증의 가능성을 항상 염두에 둬야 하며, 복통이 동반되지 않은 혈변인 경우에는 항문 열상, 멕켈 게실, 용종 등에 의할 수도 있습니다. 우유 단백 알레르기 또한 이 시기에 가능한 혈변의 원인 중 하나입니다.

모든 연령에 걸쳐 감염성 설사는 혈변의 흔한 원인이 될 수 있으며, 좀 더 높은 연령의 아이들에서는 헬리코박터 균이나 스트레스 궤양과 같은 소화기 질환에 의해서도 혈변이 발생할 수 있습니다. 용종의 가족력이 있거나 입술 등 피부 점막에 이상 소견이 있는 경우에는 대장 내시경 검사가 필요한 질환의 가능성이 있습니다.

물론, 혈변이라는 증상은 어느 것 하나로 딱 잘라서 말하기 어렵고, 원인 진단이 애매한 경우가 많습니다. 하지만, 아이의 상태 등을 면밀하게 관찰하고 파악한다면 무리한 검사나 응급실 방문 등으로 인한 의료비의 과잉 지출과 노력을 막을 수 있고, 정확한 진단과 치료를 하는데 도움이 될 수 있을 것입니다.

*칼럼니스트 이대용은 중앙대학교병원 소아청소년과 조교수이며 소아위장관영양 세부전문의이다. 위장관 질환과 모유영양에 대한 진료와 연구를 주로 하고 있다. 또한 2012년, 2017년에 태어난 두 아들의 아빠로서 육아는 책과 입으로 하는 이야기와는 다름을 몸소 느끼고 있는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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