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옆집 애는 벌써 뒤집기를 한다는데…"
"옆집 애는 벌써 뒤집기를 한다는데…"
  • 칼럼니스트 이창연
  • 승인 2018.04.25 18:10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우리 아이 동네 주치의] 다양한 발달 과정
발달 속도는 아이들마다 다르지만, 공통적으로 적용되는 세 가지 발달 기본 패턴이 있습니다. ⓒ베이비뉴스
발달 속도는 아이들마다 다르지만, 공통적으로 적용되는 세 가지 발달 기본 패턴이 있습니다. ⓒ베이비뉴스

지금 막 엄마아빠가 돼 새로운 세상을 경험하게 되는 부모님들은 태어난 순간부터 경주가 시작되는 아기들을 출발선상에 세워두고 자신이 출전시킨 선수가 좋은 성적을 거두지 못하면 크게 실망합니다. '어떤 아기들은 태어난 지 1주일 만에 옹알이를 하는데 왜 우리 애는 한 마디도 하지를 않지? 조리원 동기인 옆집 애는 10주 만에 뒤집기를 시작하는데 왜 우리 애는 12주가 됐는데도 아직 뒤집을 생각을 안 하는 거지? 사촌 애는 석 달 반 만에 물건을 잡기 시작했는데 왜 우리 애는 아직 그런 것도 못 하는 거지? 놀이방 동기 애들은 생후 5개월이 되면 똑바로 앉는다는데 6개월째인 우리 애는 왜 아직도 푹푹 쓰러지는 거지?' 하고 속으로 끙끙 앓는 경우도 많습니다.

하지만 경주에서는 1등으로 출발했다고 해서 끝까지 승자가 된다는 보장도 없고, 발달이 느리다고 해서 끝까지 뒤처지라는 법도 없습니다. 물론 명민한 아기가 나중에도 똑똑한 어린이, 성공적인 성인으로 성장할 가능성이 적게나마 있겠습니다. 하지만 아기의 지능을 측정해보고 그것을 근거로 몇 년 후 지능을 추측해보려는 시도는 전혀 소용없는 짓이며, 지금은 다소 느려 보이는 아이가 나중에는 소통을 잘하고 영리하고 성공적인 어른으로 성장할 수도 있습니다.

유아기 때 지능이 나타나기는 하는지 우리로서는 알 수 없다는 것이고 아기가 똑똑하다는 걸 알고 있다 해도 아기들은 표현을 하거나 말을 할 줄 모르기 때문에 증명할 길이 없습니다. 우리가 할 수 있는 것이라고 해야 고작 운동기능과 사회적 기능이 전부인데, 이런 기능을 지능으로 간주하기에는 적절치 않습니다. 게다가 초기 발달 기술을 평가했다 해도 평가가 변화가 심하고 어렵기 때문에 그 결과를 100퍼센트 신뢰하기는 어렵습니다. 아기가 제대로 기술을 실행하지 않은 이유가 그럴 능력이 없어서인지, 기회가 부족해서인지, 배가 고파서인지, 피곤해서인지, 아니면 그 순간 잠시 흥미가 없어서인지 우리로서는 결코 알 수 없으니 말입니다.

아이들은 태어날 때부터 특정한 시기가 되면 미소를 짓고, 고개를 들고, 똑바로 앉고, 첫걸음을 떼도록 프로그램 돼 있습니다. 그러나 여러 연구 결과들에 따르면 아기의 발달을 위해 충분한 환경을 제공하지 않고, 자극이나 기회를 제대로 주지 않으며, 영양 공급이 부실하고, 건강관리가 제대로 이루어지지 않으며, 충분한 사랑과 관심을 제공하지 않음으로써 아기의 성장을 늦출 수는 있어도, 성장 과정을 가속화하기 위해 할 수 있는 방법은 거의 없습니다.

그래도 일단 아기의 발달은 대개 네 가지 분야로 나눕니다.

◇ 사회성 발달

미소를 짓고, 옹알이를 하고, 사람 얼굴과 목소리에 반응하는 법을 얼마나 빨리 익히는지에 따라 아기의 사회성 발달 정도를 짐작할 수 있습니다. 천성적으로 다른 아기들보다 진지한 아기도 있고 더 애교가 많은 아기들도 있지만, 이 분야의 발달이 많이 늦어지면 시력이나 청력의 발달, 혹은 정서적 지능적 발달도 동반 지연되는 문제가 있을 수 있습니다.

◇ 언어 발달

어려서부터 단어를 많이 알거나 다른 아이들보다 일찍 구절과 문장으로 말을 할 줄 아는 아이는 앞으로도 단어 구사 능력이 뛰어날 가능성이 있습니다. 하지만 만 2세에 접어들었는데도 말을 할 때마다 어떤 단어를 선택해야 할지 몰라 망설이고 몸짓을 활용해야 하는 아이라도 나중에 다른 아이들 정도의 언어 구사력을 충분히 따라잡을 수 있고 심지어 다른 아이들보다 훨씬 말을 잘할 수도 있습니다. 발달 과정에서는 표현언어 발달(실제로 말하는 능력)보다 수용언어 발달(상대방이 하는 말을 이해하는 능력)이 더 정확한 척도가 되기 때문에, ‘모든 것을 이해’하지만 거의 말을 하지 않는 경우 발달이 지연될 가능성은 거의 없습니다. 따라서 말하는 것이 늦다고 걱정하는 부모님들에게 아기가 말을 다 잘 알아듣는 경우에는 걱정을 하지 말라고 하기도 합니다. 수용언어 발달이 아주 느린 경우 시력이나 청력의 문제가 있을 수 있으므로 평가를 받아봐야 합니다.

◇ 대동작 운동 기능 발달

자궁 안에서 발차기 할 때부터 신체적으로 활발한 아기들은 태어난 후에도 대부분의 다른 아기들보다 일찍 고개를 지탱하고, 앉고, 서고, 걸으며, 운동신경이 발달할 가능성도 높습니다. 하지만 처음에 진도가 느린 아기라도 나중엔 축구나 테니스를 잘 할 수도 있습니다. 그러나 운동 신경이 지나치게 느리다면 신체적 장애나 건강상의 장애가 없는지 확실하게 평가를 받아봐야 합니다.

◇ 소동작 운동 기능 발달

눈과 손의 조정능력, 손을 뻗어 물건을 잡고 조작하는 능력이 평균 또래 아이들보다 빨리 발달한 아기들은 손재주가 있다고 예상해도 좋습니다. 그러나 이 분야의 기능이 발달하는 데 오랜 시간이 걸린다고 해서 나중에 반드시 ‘손재주가 없는’ 사람이 되는 건 아닙니다.

이와 같이 네 가지 분야를 영유아 검진에서 확인하고 미달이면 추적 진찰 검사를 주의 깊게 해야 합니다.

지능 발달을 알려주는 지표들, 예를 들어 창의력, 유머감각, 문제해결 능력 등은 아무리 빨라도 보통 첫돌이 지날 무렵에야 뚜렷하게 나타납니다. 그러나 기회를 많이 주고 수시로 격려하고 강화해주는 적절한 교육이 있어야 타고난 아이의 능력이 빛을 발하게 되고, 마침내 성인이 됐을 때 재능 있는 화가, 기지가 풍부한 기술자, 능력 있는 기금 모금자, 요령 좋은 증권 중개인, 세심한 교사, 소통 능력이 뛰어난 의사가 될 수 있습니다.

대개는 모든 분야의 발달 속도가 똑같이 진행되지는 않습니다. 생후 6주에 미소를 지을 줄 알아도 6개월이 지날 때까지 장난감을 향해 손을 뻗지 못할 수도 있고, 생후 8개월에 벌써 걸을 줄 알아도 1년 6개월이 지나야 겨우 말을 할 줄 알게 되기도 합니다. 간혹 모든 분야가 고르게 발달하는 아이도 있는데, 이 경우 장차 아기의 가능성을 보다 확실하게 짐작할 수도 있습니다. 가령 일찌감치 모든 분야가 고루 발달한 아이는 일반적인 아이들보다 더 똑똑할 가능성이 있는 반면, 모든 분야에서 유독 발달이 느린 아이는 발달상으로나 건강상 심각한 문제가 있을 수 있으므로 전문가의 평가와 개입(큰 도움을 받을 수 있다)이 필요합니다.

발달 속도는 아이들마다 다르지만, 환경적 신체적 장애가 없다는 가정 하에 공통적으로 적용되는 세 가지 기본 패턴이 있습니다.

첫째, 아이들은 위에서 아래로, 머리에서 발가락을 향해 발달하는데, 즉 머리를 똑바로 세울 줄 안 다음 등을 바로 세워 앉게 되고, 등을 바로 세워 앉은 다음 혼자 힘으로 일어설 줄 알게 됩니다. 둘째, 아이들은 몸통에서 팔다리를 향해 발달하는데, 예를 들면 팔을 사용한 다음 손을 사용하고, 손을 사용한 다음 손가락을 사용합니다. 셋째, 당연한 말이겠지만 간단한 단계에서 복잡한 단계로 발달 과정이 이루어집니다.

유아의 학습에 대한 또 다른 양상은 특정한 기술을 습득할 때 그 분야를 향해 깊이 집중한다는 것입니다. 아이들은 일어서는 연습을 하는 동안에는 옹알이를 시작하는 데 관심을 보이지 않습니다. 일단 한 가지 기술이 완성되면 다른 관심 대상을 향해 집중력을 보이는데, 이땐 새로운 분야에 깊이 몰두한 나머지 적어도 한동안은 지난번에 익힌 기술을 잊어버린 것처럼 보이기도 합니다. 예를 들면 아기가 최근에 익힌 걸 잊어버린 것 같다든지 아주 최근에 익힌 기술을 해보라고 졸라도 엄마 얼굴만 멍하니 쳐다봐도 걱정할 필요는 없습니다. 하지만 때가 되면 결국 다양한 모든 기술들을 한데 종합하게 되고, 각각의 기술을 필요할 때 자유자재로 적절하게 사용할 수 있게 됩니다.

아기의 발달 속도가 어떻든, 생후 1년 동안 눈에 띄게 익힌 기술이 어떤 종류든, 그렇게 많은 기술을 그렇게 빠른 속도로 익히는 일은 앞으로 결코 없을 것입니다. 그러므로 이 시기를 즐기고, 아기의 재주가 하나씩 늘 때마다 엄마가 아주 즐거워한다는 걸 아기에게 알려주면서 아기의 성장 속도를 기쁘게 받아들이면 아기 역시 자기가 잘 하고 있다는 걸 알게 될 것입니다. 다른 아이와 비교한다든지(큰아이나 다른 집 아이와) 표준 성장 속도와 비교하지 않는 것이 합리적이며 마음이 편합니다.

*칼럼니스트 이창연은 국립서울대학교 의과대학을 졸업하고, 서울대병원에서 소아청소년과 인턴 레지던트 임상강사 수료 후 동국의대와 고신의대 교수를 역임하고, 현재 99서울소아청소년과 대표원장으로 재직하고 있다. 아들 셋을 키우는 아빠이기도 하다.

【Copyrightsⓒ베이비뉴스 pr@ibabynews.com】

베사모의 회원이 되어주세요!

베이비뉴스는 창간 때부터 클린광고 정책을 유지하고 있습니다. 이것은 작은 언론으로서 쉬운 선택은 아니었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베이비뉴스는 앞으로도 기사 읽는데 불편한 광고는 싣지 않겠습니다.
베이비뉴스는 아이 낳고 기르기 좋은 세상을 만드는 대안언론입니다. 저희 기사가 마음에 드셨다면, 좋은 기사 후원하기에 동참해주세요. 여러분의 기사후원 참여는 아름다운 나비효과를 만들 것입니다.

베이비뉴스 좋은 기사 후원하기


※ 소중한 후원금은 더 좋은 기사를 만드는데 쓰겠습니다.


베이비뉴스와 친구해요!

많이 본 베이비뉴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

  • 서울특별시 마포구 마포대로 78 경찰공제회 자람빌딩 B1
  • 대표전화 : 02-3443-3346
  • 팩스 : 02-3443-3347
  • 맘스클래스문의 : 1599-0535
  • 이메일 : pr@ibabynews.com
  • 법인명: 베이컨(주)
  • 사업자등록번호 : ​211-88-48112
  • 인터넷신문등록번호 : 서울 아 01331
  • 등록(발행)일 : 2010-08-20
  • 발행·편집인 : 소장섭
  • 저작권자 © 베이비뉴스(www.ibabynews.com)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 개인정보보호 배상책임보험가입(10억원보상한도, 소프트웨어공제조합)
  • 청소년보호책임자 : 박유미 실장
  • Copyright © 2024 베이비뉴스. All rights reserved. mail to pr@ibabynews.com
ND소프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