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년 만에 '껌딱지' 없이… 엄마의 2박 3일
7년 만에 '껌딱지' 없이… 엄마의 2박 3일
  • 칼럼니스트 차은아
  • 승인 2018.05.03 10: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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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은아의 아이 엠 싱글마마] 한계 인정하기
2박 3일 동안 갑자기 생긴 휴가에 나는 그저 들떠 아무 생각없이 ‘잠이나 자자’라는 생각에 먹고 자고 먹고 자고 아무생각도 안하고 잠만 잤다. ⓒ베이비뉴스
2박 3일 동안 갑자기 생긴 휴가에 나는 그저 들떠 아무 생각 없이 ‘잠이나 자자’라는 생각에 먹고 자고 먹고 자고 아무 생각도 안 하고 잠만 잤다. ⓒ베이비뉴스

아이아빠와 이혼 후 육아와 가사에 요령을 부린 적도, 꾀를 부린 적도 없었다. 내가 아이를 방치한다면 아마도 아빠의 사랑에 목마른 우리 딸이 두 번이나 상처를 받을까 싶은 마음에 항상 나와 함께 껌딱지처럼 이곳저곳을 누비고 다녔고, 전 남편과 이혼을 한다며 여행용 캐리어를 세 개나 들고 한국에 왔을 때에도 우리 아이는 아기띠에 안겨 있었고, 내가 너무 힘들어 눈물을 흘렸을 때도 우리 아이는 아기띠에 안겨 있었다. 내 눈물이 뚝뚝 떨어지면 그 눈물이 아이 볼따구에 따라 흐르면서 엄마가 흘린 눈물과 함께 자란 아이다.

그런 아이는 다행히 건강하게 컸지만 내가 병들기 시작했다. 무기력과 우울증으로 밤마다 눈물로 울고 또 울었다. 그 긴 시간 동안 '제발 혼자 하루만 푹 쉬어봤으면' 하는 것이 나의 소망이자 희망이었다.

자존심이 센 나라서 누구에게 부탁을 하는 것도 신세를 지는 것도 싫었던 나는 혼자 끙끙 앓았고 그렇게 7년을 버틸 때 나는 이러다 모든 것을 포기할 것 같다는 불안한 생각이 들었다. 아이도 나도 내 인생도 아이 인생도 무엇을 의미하는지 모를 정도로 절망만 있던 그때에 조금만 더 하면 세상을 포기하는 것이 사는 것보다 더 쉽겠다는 나쁜 생각을 했을 때였다.

절망에 절망을 덧씌운 것처럼 괜찮은 척 씩씩한 척 악바리처럼 살아보겠다는 그 마음은 온데간데없고 나의 긍정적인 마인드와 생각은 찾아볼 수 없을 정도로 비관에 비관을 더해 모든 것을 내려놓고 싶었다.

‘그래 그만하자, 이렇게 최선을 다했으면 된 거야, 그 어떤 위로도 희망도 난 이제 없어’라고 냉정한 현실에 힘든 독박육아에 이혼이라는 깊은 상처에 부모님의 걱정과 비난에 그저 의지할 데라곤 하나도 없는 듯싶은 그때, 나의 힘듦을 알았는지 아니면 내가 참 힘들어 보였는지 친정언니가 갑자기 사랑이를 데리고 시골 친정집에 갔다올 테니 혼자 푹 쉬라고 한 것이었다.

정말 이래도 될까 싶을 정도로 사랑이는 나와 떨어진 적이 없는데 엄마 없이 시골집에서 잘 보낼지 걱정이 됐다. 나의 개인적인 한계는 벌써 '타임오버'였지만 그런 나의 마음을 알았는지 사랑이는 씩씩하게 이모를 따라 함께 시골에 잘 내려갔고 난 사랑이가 태어난 이후 처음으로 혼자 있는 시간을 가지게 됐다.

정말 이것이 천국이 따로 없을 정도로 고요하고 편안했다. 2박 3일 동안 갑자기 생긴 휴가에 나는 그저 들떠 아무 생각 없이 ‘잠이나 자자’라는 생각에 먹고 자고 먹고 자고 아무 생각도 안 하고 잠만 잤다.

사람들은 7년 만의 휴가니 영화나 공연을 보러 가거나 놀러가지 왜 잠만 자냐고, 그 시간이 아깝지 않았냐고 얘기했지만, 난 그저 이 꿀맛 같은 휴가에 ‘편안하게 아무것도 신경 안 쓰고 잠을 자고 싶다’는 것이 목표였다.

이혼 후에도 후유증과 현실적인 문제들로 매일 밤 눈물로 지새웠고, 아침에 일어나면 아이와 내 인생 그리고 전 남편에 대한 과거의 생각, 현재, 미래의 생각들이 매일 매일 피곤하게 떠올랐다. 정말 아무 생각 없이 잠만 잔 그 시간이 나에게는 그 어떤 휴가보다 즐거웠고 행복했다. 아무것도 신경쓸 것 없는 상황에서 깊은 잠을 잔다는 것은 아마 겪어본 사람만 알 것이다.

예전에, 방송인 홍진경씨가 '행복이란 무엇인가요'라는 질문에 '잠자리에 들기 전에 신경쓰는 일이 아무것도 없을 때'라고 대답했다는 글을 본 적이 있다. 정말 신경쓸 것 없이 잠자리에 드는 것이 얼마나 행복한지 나는 그 뜻을 직접 경험하게 됐던 터라, 그 어떤 것보다 아이의 엄마로서 가장으로서 무거운 짐을 잠깐 내려놓고 그냥 나라는 인간에 포커스를 맞추고 정말 나에게 최고의 보상이자 쉼을 주지 않았나 싶다.

나는 너무도 자존심이 세서 '힘들다', '지친다', '외롭다'라는 말을 주변 사람들에게 한 적이 별로 없다. 그런 내가 나의 잘못으로 내 껌딱지를, 누구가의 시간을 뺏어가면서 키우고 싶지 않았다. 이것이 나의 자존심이자 나를 지킬 수 있는 마음이라고 생각했는데 나의 한계에 다다라보니 잠시나마 나의 약한 부분을 드러내 도움을 받고 부탁하는 것들이 이제는 나에게 새로운 충전이 될 수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것이 나에게는 너무도 큰 위로였다.

왜 그렇게 혼자 끙끙 앓고 혼자 모든 걸 버티려고 했는지 그 자존심이 나를 먼저 죽이고 있었다는 것을, 나를 서서히 죽게 만들었다는 것을 알았다. '그래 얼마나 잘사나 보자', '혼자 애 키우면서 얼마나 멋지게 사는지 두고 보자'라는 시선으로 사람들이 나를 바라보는 것 같았고, ‘거봐~ 며칠 못 갈 거라 했지?’라는 사람들이 비웃음이 싫어 나도 모르게 먼저 안 힘든 척, 괜찮은 척, 멋지고 씩씩한 척 살아오지 않았나 싶다.

한계를 인정하는 것, 누군가의 도움을 받아 함께 서로 도와가며 사는 것, 그것이 정말 인간이 주는 진짜 진심이 깃든 마음이라는 것을 경험한 순간부터 나는 이 짐을 함께 나누려고 노력한다.결국 그래야 모두의 사랑 속에서 우리 아이가 밝게 자랄 수 있다는 것, 나를 도와주는 많은 분들의 사랑 갚을 기회가 생길거라는 것이 나를 다시 위로하며 일어서게 했다.

한계에 도달했을 때 결국 일어설 수 있는 건 전 남편의 사랑이 아니라 내 주변에서 나를 사랑해주는 모든 사람들의 진짜 사랑이다. 그 사랑이 다시 나를 충전시켜 또 씩씩하게 살아가게 한다. 정말 그런 사람이 내 주변에 있다는 것만으로 감사하다.

힘들때 같이 울어줄 수 있는 사람들, 나를 위로해주는 사람들, 같이 마음 아파 해주는 사람들로 나는 그렇게 치유되고 있나 보다. 그들의 사랑을 통해서 매일을 마음이 아프다고 울다가도 또 주변의 이런 사랑을 통해 조금씩 조금씩 위로받고 고쳐지나 보다. 이 사랑을 통해 다시 열심히 살고 싶은 마음이 드니까 말이다.

*칼럼니스트 차은아는 6년째 혼자 당당하게 딸아이를 키우고 있다. 시골에서 태어났지만 어설픈 아메리카 마인드가 듬뿍 들어간 '쿨내' 진동하는 싱글엄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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