목표가 생기면, 아이는 뒤돌아보지 않고 달린다
목표가 생기면, 아이는 뒤돌아보지 않고 달린다
  • 칼럼니스트 김경옥
  • 승인 2018.05.10 18:12
  • 댓글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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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엄마의 말] 어른들이 해야 할 것은 물음을 건네는 일

"우당탕!"

문이 열리면서 정신없이 뛰어나가는 소리가 들린다.

"쾅!"

매정하게 문이 닫힌다.

아랫집에 사는 조카는 고3이다.

매일 오전 6시 50분만 되면 그녀가 문을 박차고 나가는 소리가 계단을 타고 우리 집까지 올라온다. 그 울림이 현관문을 한 번 세차게 흔든다. 나는 습관처럼 시계를 본다. 그렇다. 정확히 6시 50분. 알람이 따로 없다. 그러다 문득 이런 생각이 들었다. '저 아이, 아침이 지겹지 않을까? 일어나는 것도, 일어나서 늦을까봐 서두르는 그 상황도, 그리고 그렇게 나가 한다는 것이 고작 공부라니......' 공부가 우스워서가 아니다 어려워서 하는 말이다.

작년, 아이는 7시 15분을 알리는 알람이었다. 일 년이 지나고 이제 고3이라고 등교 시각이 25분 더 일러진 것이다. 그리고 밤 11시쯤 어기적거리며 집으로 돌아온다. 몸이 안 좋아 조퇴하거나 조금 일찍 귀가하는 날에는 "고3이?"라는 소리를 듣고 주말 낮에 낮잠이라도 잘라치면 "너, 고3 맞니?" 매서운 칼날이 날아온다. 그렇다. 고3은 다른 세계에 살아야만 하는 존재인 것이다. 그 세계가 참 피곤하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내가 한창 떡볶이를 먹으며 교문 앞을 누볐을 때, 어른들은 말씀하셨다.

"아이고, 좋을 때네~ 굴러다니는 낙엽만 봐도 웃음이 나올 때지."

꼬깃꼬깃한 교복을 입고 무거운 가방을 메고 교문을 들고 나서는 학생들을 볼 때 나는 차마 '좋을 때'라는 말이 나오지 않는다. 아이들의 뒷모습을 보고 있으면 한숨이 먼저 나오고 뒤이어 '언제 졸업하니, 너희들' 안쓰러운 마음이 따라온다.

늦은 밤 하교하는 학생들을 바라보는 나의 맘은 늘 무겁다.
늦은 밤 하교하는 학생들을 바라보는 나의 맘은 늘 무겁다. ⓒ김경옥
행복하니 너희들......?
행복하니 너희들......? ⓒ김경옥

"저 아이들은 언제 행복해질까?" 신랑과 얘기를 한 적이 있었다.

그 물음은 결국 "우리는 아이를 어떻게 키워야 할까"로 흘러간다.

학생들은 행복해지기 위해서 살지만 언제쯤 '행복하다' 느끼면 살게 될까.

중, 고등학생 때에는 좋은 대학을 위해, 대학생 때에는 안정적인 직장을 향해 산다. 직장을 제대로 잡는 것도 요즘에는 너무 어렵거니와 정작 일을 시작했다 하더라도 그냥 월요일이 무서운 직장인이 될 뿐이다.

그럼, 언제 행복해질 수 있지?

 

꼴통 물 (이장근)

 

따뜻한 물은 위에

차가운 물은 밑에

 

물에도 서열이 있다

 

모두 따뜻해지려고 노력할 때

차가워지려고만 하는

꼴통 물이 있었다

 

저러다 얼음이 될 거라고

손가락질을 받았는데

 

얼음이 되는 순간

보란 듯이

 

물 위로 떠올랐다

조카 중에 정말 공부 참 안 하던 그래서 공부를 못하게 된 아이가 있다. 그 아이의 부모는 마음이야 쓰였겠지만 그런 상황에 크게 좌지우지되지는 않아 보였다. 아이는 춤추러 다니고, 자전거 타러 나가고, 친구들과 몰려다니고 벽 타고 그러는 건가? 암튼 뭐 이상한 취미까지 생겼었다. 공부에는 관심이 전혀 없었던 아이. 공부를 잘하지 못하는 것에도 전혀 신경 쓰지 않았던 아이. 마음껏 놀고, 하고 싶은 것을 거침없이 해보았던 아이.

고등학교에 들어가고 아이는 선전포고를 했다.

"나 이제 공부를 해봐야겠어. 경찰이 되기로 결심했어."

'얼마나 해보나 한 번 보자' 했던 어른들은 아이의 의지에 매번 놀랐다. 아이는 한참 뒤떨어진 실력을 올려놓느라 애를 썼다. 스스로 학원을 정해 수업을 받고 스스로 늦게까지 남아서 공부를 했다. 과연 다른 이들을 따라갈 수 있을까 걱정했던 아이는 중간고사 시험을 보고 '어? 할 수 있겠다' 자신감을 되찾았다. 이제 공부하느라 가족들의 모임에도 좀처럼 얼굴 보기가 힘들다.

목표가 생기니 아이는 뒤도 돌아보지 않고 달린다.

아이들에게 필요한 것은 무엇일까 생각해본다. 우리 어른들이 해줘야 하는 것은 무엇일까. 힘차게 대신 저어주던 노를 손에서 놓고 어디로 가고 싶은지 아이에게 물음을 건네는 일. 그걸 하면, 아이들이 행복해질 수 있을까.

*칼럼니스트 김경옥은 아나운서로, ‘육아는 엄마와 아이가 서로를 설득하는 과정’이라 생각하는 ‘일하는 엄마, 육아하는 방송인’이다. 현재는 경인방송에서 ‘뮤직 인사이드 김경옥입니다’를 제작·진행하고 있다. 또한 ‘북라이크 홍보대사’로서 아이들의 말하기와 책읽기를 지도하는 일에 빠져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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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dobi**** 2018-05-11 13:35:02
인용한 시가 정말 와닿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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