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를 끄면 가족이 살아난다
미디어를 끄면 가족이 살아난다
  • 칼럼니스트 권장희
  • 승인 2018.05.16 07: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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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똑똑 육아 지혜바구니] TV, 스마트폰의 숲에서 잃어버린 가족을 찾아보자

Q. 아이가 학원에서 집에 들어오면 자기 방으로 들어가 문을 닫고 나오지 않아요. 하루 동안에 학교나 학원에서 무슨 일이 있었는지, 친구들과는 잘 지내고 있는지 궁금하지만 대화를 할 시간이 없어요. 심지어는 엄마에게 카톡으로 마실 물을 가져다 달라고 요청할 정도에요. 요즘 아이들은 다 그런가요?

스마트폰이 우리의 가족 자리를 빼앗아 차지하면서 ‘함께 있지만 고독한 가족’이 되었다. ⓒ권장희
스마트폰이 우리의 가족 자리를 빼앗아 차지하면서 ‘함께 있지만 고독한 가족’이 됐다. ⓒ권장희

A. 어린이날, 어버이날, 부부의 날이 있는 가정의 달 5월이 되면 가족을 위해 무언가 특별한 이벤트를 통해 가족 됨을 확인한다. 함께 외식을 하거나 놀이공원 등으로 나들이도 가고 영화나 연극, 음악회도 함께 보며 가족 간의 우애와 사랑을 확인하는 시간을 보내고자 노력한다. 그러나 가족 간의 사랑은 5월의 일회적인 이벤트만으로는 부족하다. 매일 아침 눈을 뜨고 잠드는 순간까지 서로를 신뢰함으로 대화하며 함께 일상을 공유하면서 확인되어야 한다.

국어사전에는 “가족은 부부와 같이 혼인으로 맺어지거나 부모·자식과 같이 혈연이나 입양으로 이루어져 함께 생활하는 공동체 혹은 집단”이라고 기술하고 있다.​

​그렇지만, 오늘날 우리의 가정에는 사전에서 말하는 것처럼 ‘혼인으로 맺어진 부부’도 아니고, ‘자녀와 같이 혈연이나 입양’으로 탄생하지 않은 또 하나의 강력한 존재가 가족이 되어 함께 살아가고 있다.

​가족이 아님에도 가족이 되어버린 그는 자녀가 태어나기도 전에, 심지어는 부부가 혼인식을 하기도 전에 그들이 마련한 신혼집에 먼저 자리를 잡고 들어왔다. 그는 대체로 남자가 강력히 추천하고 여자가 동의하는 형식으로 가족의 일원이 됐다. 그리고 그는 당연하다는 듯이 거실의 모든 가족이 소파에 앉아 자신을 바라볼 수 있는 중심의 자리를 차지하고 있다.

그는 매우 부지런하고 성실하기 때문에 모든 가족들의 사랑을 독차지 한다. 그는 때때로 자신이 가족들을 독점하기 위해 가족들 사이에 갈등을 부추기고, 결과적으로 가족들이 서로를 불신하고, 외면하는 그 빈자리에서 자신의 입지를 구축하기도 한다.

그는 일반적으로 가장 먼저 일어나 아직 잠에서 깨어나지 않은 가족들이 듣도록 큰 소리로 말을 시작한다. 오늘 출근길 날씨가 어떻다는 둥, 밤사이에 지구촌에 어떤 일이 있었다는 둥, 어제 밤 프로야구 경기의 결과는 어떻다는 둥, 가족들의 궁금증을 주저리주저리 알려주며 가족들의 잠을 깨운다.

저녁시간 가족들이 가정으로 들어오면 자신이 주도적으로 이야기를 하며 모든 가족이 자신의 이야기만 듣게 만든다. 그래서 가족들이 하루 동안 무슨 일이 있었는지 서로 알 수 없도록 만든다. 즐거웠던 일이나, 슬펐던 일, 화가 났던 일이나 감사했던 일 등 자신의 소소한 일상을 가족들과 이야기할 기회를 잃게 만든다.

그는 자신의 이야기만 끊임없이 지껄인다는 것만 빼면 가족들의 심기를 건드리지는 않는다. 때때로 가족들이 울적할 때나 가정에서 외로움을 느낄 때, 그들의 기분을 달래주기 위해 세상의 재미있는 모든 것들을 찾아내어 말해준다. 그는 가족들 곧 사랑하는 배우자나 부모와 자녀가 옆에 없어도 자신하고만 있으면 절대로 외롭지 않을 수 있다는 생각을 심어주기 위해 부단히 애를 쓰는 것 같다.

특히 자녀의 보육이나 교육에 신경 쓰기 버거운 어머니들에게 그는 보육과 교육을 함께 시켜주는 신통방통한 역할까지 감당한다.

​부모가 방심하면 아이의 인성을 망치는 쓸데없는 것을 너무 많이 가르쳐준다는 부작용이 없지는 않지만...

천문학자 칼 세이건 박사는 그에 대해 다음과 같이 묘사하기도 하였다.

“지구인은 그를 거실에 가정교사로 모시고 자녀들에게 음란과 폭력을 가르치는 온 우주의 유일한 종족이다.”

​사전에서는 가족으로 정의하지 않았지만, 가족 이상의 가족인 그는 바로 텔레비전이다.

이러한 텔레비전조차도 가족의 자리에서 밀어낸 더 강력한 존재가 있다. 그는 스마트폰이다. 스마트폰은 가족 구성원 각자의 손 안에 거처를 정하고 ‘또 하나의 가족’에서 ‘유일한 가족’이 됐다.

광고기업 ‘디엠씨 미디어’가 조사한 바에 따르면 TV 시청자의 93%가 텔레비전을 보면서 동시에 스마트기기를 사용한다고 한다.

퇴근하여 집에 들어온 아빠에게 가족은 아내도, 자녀도 아니다. 스마트폰만이 그를 위로하고 쉬게 하며 잠들게 하는 가족이다. ​이런 아빠를 바라보는 아내는 자신은 ‘스마트폰 과부’가 됐다고 하소연한다.

“우리 남편은 집에 오면 아내인 제 얼굴을 쳐다보지도 않고, 이야기도 하지 않아요. 잠들때까지 스마트폰만 들여다보고 있어요!”

​수도권에서 근무하다 갑자기 지방 멀리 발령이 나 가족과 떨어져 살고 있는 한 아버지는 자녀들이 보고 싶어 격주마다 주말이면 집에 온다고 했다. 그런데, 주말동안 중학생, 고등학생 두 자녀는 스마트폰을 보느라 아빠 얼굴을 잠시도 보지 않는다고 한다. 아빠는 피곤한 몸을 이끌고 자녀들이 보고 싶어 먼 걸음을 마다하지 않고 달려오는데, 정작 자녀들에게는 아빠의 자리가 없다.

스마트폰을 쥐고 있는 아이에게 가정에서 아빠도, 엄마도, 형제도 가족이 아니다. 오직 스마트폰만이 그의 가족일 뿐이다.

미국의 사회학자 데이비드 리스먼(David Riesman)은 1950년에 출간한 그의 저서 「고독한 군중(Lonely Crowd)」에서 대중사회 속에서 타인들에 둘러싸여 살아가면서도 내면의 고립감으로 번민하는 사람들의 사회적 성격을 군중 속의 고독이라고 설명했다.

스마트폰이 우리의 가족 자리를 빼앗아 차지하면서 ‘함께 있지만 고독한 가족’이 됐다. 자신이 가족으로부터 유리되고 고립돼 가고 있다는 사실도 자각하지 못하게 만드는 스마트폰은 대중사회보다 무섭고 잔인하다. 잔소리하고 간섭하는 가족보다 재미와 즐거움만 주는 스마트폰이 자신에게 진짜 필요하고 유용한 가족이라고 생각하게 만들기 때문이다.

가정의 달에 스마트폰의 재미와 욕망 속에서 잃어버린 가족을 되찾는 특별한 이벤트의 시간을 가져보자. 가족을 빼앗아간 주범인 ‘텔레비전’을 가정의 달에 단 하루만이라도 꺼보자. 더 용기를 내어 단 한주간이라도 전원을 끄고, 보자기로 텔레비전을 씌워보자.

스마트폰도 함께 꺼보자. 집에 들어오면 스마트폰 보관바구니에 전원을 끄고 넣어두자. 하루라도 시도해보자. 최소한 한주간만이라도 그렇게 해보자.

텔레비전과 스마트폰을 끄면 어쩔 수 없이 가족이 살아난다.

한 아빠의 증언이다.

“스마트폰과 텔레비전을 한 주 동안 껐습니다. 거실에 앉아 있는데 무엇을 해야할지 모르겠더라고요. 안절부절 거실을 서성이다가 아이의 방문을 열고 들어갔어요. 아들이 무슨 일이냐고 묻는데 할 말이 없어 그냥 나왔습니다. 잠시 후 다시 아들 방으로 들어갔어요. 그냥 아들이 뭐하는지 궁금해서 들어와 보았다고 말하고 옆에 앉았습니다. 그리고 이런 저런 이야기를 하기 시작했어요. 한참동안 아들과 이야기를 나누고 일어나는데 아들이 말하는 것에요. ‘정말 오랜만에 아빠랑 이야기를 한 것 같네요’라고 말입니다.”

텔레비전과 스마트폰을 끄면 가정에서 많은 놀라운 일들이 일어난다.

일단 심심하기 때문에 아이들은 책을 읽기 시작한다. 아빠는 신문이나 잡지를 읽는다. 또 텔레비전이나 스마트폰을 보지 않으면 집안의 형편들이 눈에 들어오기 시작한다. 집안의 물건들을 정리하기도 하고 청소를 하기 시작한다. 밤에 할 일이 없으면 일찍 잠자리에 들 수밖에 없다. 가족이 함께 시간을 보낼 수 있는 놀이를 찾기 시작한다. 아이들이 부모 앞에서 자신의 장기를 자랑하기도 한다. 결국에는 가족들이 각자 혹은 함께 ‘별 짓을 다한다.’ 이러한 가운데 대화가 많아지기 시작한다. 서로를 향한 사랑과 신뢰 그리고 존중과 배려의 관계가 자라기 시작한다.

5월 한 달만이 아니라 매월 정기적으로 기간을 정하여 “Turn off TV & Smartphone Turn on Life & Family” 시간을 만들 필요를 느낀다면 대 성공이다.

가족들 모두의 손에 스마트폰이 쥐어진 오늘, 당신의 진짜 가족은 누구인가? 

*칼럼니스트 권장희는 교직생활을 거쳐 시민운동 현장에서 문화와 미디어소비자운동가로 청소년보호법 입법을 비롯해, 셧다운제도 도입, 청소년유해환경감시단 활성화, YP활동(청소년스스로지킴이, 미디어교육활동) 개발 보급 등을 해왔다. 2005년부터 지금까지 우리나라 최초의 인터넷 게임 스마트폰 중독예방을 위한 민간교육기관인 사단법인 놀이미디어교육센터를 설립해 기쁘게 강의하고 있다. 저서로는 「우리 아이 게임절제력」, 「인터넷 게임세상 스스로 지킨다」, 「게임 스마트폰 절제력」, 「스마트폰으로부터 아이를 구하라」 등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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