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화롭게 아들 키우기
평화롭게 아들 키우기
  • 칼럼니스트 최명희
  • 승인 2018.06.18 11: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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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맘대로 안 되는 아이] 남자아이를 이해하면서 부드럽게 양육하는 방법
칭찬할 것이 없어서 못한다고 하지 말고 칭찬을 해야 칭찬할 거리가 점점 많아진다. 칭찬의 말은 행동 그 자체를 말해주는 것이어야 한다. ⓒ베이비뉴스
칭찬할 것이 없어서 못한다고 하지 말고 칭찬을 해야 칭찬할 거리가 점점 많아진다. 칭찬의 말은 행동 그 자체를 말해주는 것이어야 한다. ⓒ베이비뉴스

◇ 만만치 않은 아들 키우기

“아들만 키운 사람은 천국행이 보장되었대요.”

아들을 키우느라 마음고생 몸 고생이 너무 심해서 천국행 심판에서 가점을 받는다고 한다. 우스갯소리로 하는 말이지만 아들만 키우는 부모들은 이 말에 격하게 공감한다. 남자아이와 여자아이는 조금 다르게 성장하는 경우가 많다. 나도 아들과 딸을 키웠는데 상당히 다른 모습으로 자라서 부모로서의 정체감이 흔들리곤 했다. 어린이집이나 유치원에서도 그렇다. 남자아이들은 대부분 블록을 쌓아올리는 놀이나 자동차 경주놀이, 혹은 서로 뒤엉켜 마치 싸우듯이 노는 모습을 연출한다. 여자아이들은 드레스를 차려입고 굽 있는 신발을 신고 돌아다니거나 단정히 앉아서 그림그리기에 몰두하는 모습이 남자아이들보다 더 자주 보인다. 교사들도 새로 학급을 맡으면 “남자 아이가 몇 명이예요”하고 묻고는 남자아이가 많으면 “저런, 올해 고생 좀 하시겠네요”라고 말하기도 한다. 만 4세반 한반의 아이 20명 전원이 남자아이인 담임교사가 매일매일 재난을 겪고 있다고 표현하는 것을 듣고 실소했다. 식당이나 공공장소에서 스마트폰 달라고 부모와 실랑이를 하는 아이도 남자아이일 확률이 훨씬 높다. 언어 발달이 또래에 비해 늦다고 걱정하며 언어치료를 받아야하는지 고민하는 것도 남자아이의 부모가 더 많다. 세 살 여자아이가 남자아이보다 두 배 정도 많은 어휘를 구사한다는 연구결과도 있다.

◇ 남자아이와 학교

전 세계 65개국의 15세 남녀 학생들을 비교한 연구에서 남학생이 여학생보다 학업성취도가 낮고, 숙제에 더 적은 시간을 소요하고, 책을 더 적게 읽고, 비디오 게임에 더 많은 시간을 보낸다고 하였다. 여학생들이 대학에 더 많이 진학하고 졸업도 더 많이 하며 문해능력도 남학생보다 1년 정도 앞서는 것으로 나타났다. 우리나라도 2016년 외교관 후보자 선발시험에서 여성 합격률이 처음으로 70%를 넘어섰고 '양성평등채용목표제'에 따라 추가 합격한 남성도 처음 나왔다. 「말을 잘 듣지 않는 남자, 지도를 읽지 못하는 여자」라는 책에서 남자아이들이 언어, 예술 분야에서 성적이 떨어지고 똑 부러지게 말하는 여자아이들 앞에서 멍청이가 되거나 소란스러운 말썽꾸러기가 되기 일쑤라면서 남자아이들을 1년 늦게 입학시키면 거의 언어수준이 맞을 거라고 쓰여 있다. 뭔가 학교제도가 남자아이에게는 불리한 환경인 것 같다.

레너드 삭스의 「남자아이 여자아이」라는 책에서 남자는 아이건 어른이건 본래부터 감정이 발생하는 뇌 부위와 언어처리 과정이 발생하는 뇌 부위가 제대로 연결되어 있지 않다고 말하고 있다. 일부 인류학자에 의하면 남자와 여자는 서로 다르게 유전되어왔다고 한다. 원시시대에 호모사피엔스 남자가 산짐승 한 마리를 끝까지 추적하다 마침내 돌도끼를 날려 잡던 모습이 남자아이에게 수만 년간 유전되어 거친 몸싸움놀이를 하고 있다. 동굴에서 불씨를 살려내며 가족을 돌보고 덤불 구석구석 뒤지며 열매를 따던 호모사피엔스 여자가 수만 년의 유전을 거듭하여 소꿉놀이를 하고 있다. 모든 경우에 완벽하게 해당되는 것은 아니지만 아들과 딸은 본연의 속성을 가지고 있다. 그러니 여자인 엄마가 남자인 아들을 이해해야 답이 나온다. 아들이 다니는 어린이집이나 유치원, 그리고 학교의 선생님이 거의 여자이므로 아들도 어쩌면 외로울지도 모른다. 학교라는 곳이 언어로 된 정보를 이해해야하고 글이나 말로 표현하는 방식으로 평가를 하므로 아들도 학교생활이 막막할지도 모른다. 공감뉴런(mirror neuron)이 좀 더 빨리 발달하는 여자아이들이 선생님의 의도를 더 빨리 눈치 채고 칭찬을 독차지해가기 때문에 남자아이는 번번이 문제아가 되기 일쑤일 것이다.

◇ 아들을 평화롭게 키우기

아들을 평화롭게 키우는 방법은 무엇일까. 사실 나도 그리 평화롭게 아들을 키우지는 못했다. 딸이 온순하게 크고, 말을 잘 듣고, 부모 옆에서 살갑게 구는 것과 비교되면서 불이익을 많이 받은 것도 사실이다. 사회성에 대한 국내외의 많은 연구에서 남자아이는 여자아이에 비해 비협조적이고, 공격적이고 물리적인 전략을 더 많이 사용하는 것으로 관찰되었다. 쉽게 말해서 말썽을 부리고, 싸움을 걸고, 때리거나 힘으로 누르려는 행동을 많이 한다는 것이다. 그러나 다른 말로 표현하면 호기심이 많고 도전적이며 자기 욕구 표현이 뚜렷하다는 뜻이다. 부모가 보기에 아들은 거친 야생마 같다. 거친 야생마에게 고삐부터 매거나 편자부터 박겠다고 달려들면 둘 다 다칠 수가 있다. 야생마를 잘 길들이면 그만한 명마가 없다고 한다. 아들을 평화롭게 키우는 방법 몇 가지를 제안해본다.

1. 심심하게 내버려두어라

심심해서 빈둥거리다가 뭔가를 시도해보게 허용해 주어야 한다. 요즘 부모들은 아이가 심심하다고 하면 뭔가를 해주어야 한다고 생각하는 것 같다. ‘심심해도 괜찮아’라는 생각을 가지면 좋겠다. 심심하다는 것은 생각이 고프다는 거니까 떠먹여주지 않으면 잠시 후 심심한 것을 해결하려고 스스로 무언가를 떠올리게 된다. 부모 눈에는 그것이 사고치는 것으로 보일 수도 있다. 어지르거나 쏟거나 망가뜨려도 슬쩍 눈감아 줄 수 있어야 한다. 그러다보면 무언가가 창조된다. 그것에 감탄해주면 된다. 자기가 행동의 주인이 되어 그야말로 사고를 치고 그것을 부모가 긍정적으로 바라봐주면 아들의 자존감이 생긴다.

2. 미리 예고해 주어라

아이를 야단치는 일이 잦아지다 보면 점점 더 우아하게 양육하기가 어려워진다. 그렇다고 잘못된 행동을 그냥 넘길 수 없으니 잔소리하거나 벌을 주게 되고, 아이는 부모에 대한 신뢰감이 떨어져서 더 미운행동을 하면서 악순환이 반복된다. 아들은 위험을 두려워하지 않고 결과를 예견하기 보다는 현재의 자기 욕구대로 행동하는 경향이 많으므로 결과가 벌이진 후 야단을 치면 그것이 부정적으로 작용한다. 그러니 미리 예고해주는 방법을 쓰는 것이 좋다. “식당에 가서 스마트폰 보여주지 않을 거야. 그러니까 가서 떼쓰지 않도록 하자”라고 미리 예고하는 방법을 쓰면 문제가 발생했을 때 해결하기가 좀 더 수월하다. 문제가 발생한 후 에 언쟁을 벌이면 부모는 자기 욕구를 억누르는 사람이라고 생각한다.

3. 잔소리를 적게 하라

우리 아들도 십대가 되었을 때 “엄마가 같은 말을 두 번 하는 것이 제일 싫다”라고 해서 나를 당황하게 만들었다. 아들은 언어적 정보보다는 신체적 정보를 더 잘 받아들인다. 시각적으로 규칙을 붙여놓거나, 표정을 사용해서 기분을 전달하기, 안아주거나 쓰다듬어주며 격려하기와 같은 방식에 더 잘 반응한다. 반복적으로 같은 말을 하기 보다는 논리적으로 이유를 덧붙여서 짧게 말해주면 더 잘 이해한다.

4. 꼭 집어 칭찬해주어라

칭찬할 것이 없어서 못한다고 하지 말고 칭찬을 해야 칭찬할 거리가 점점 많아진다. 칭찬의 말은 행동 그 자체를 말해주는 것이어야 한다. 아들이 했던 과정을 알아봐주는 칭찬이 약이 된다. “자전거 잘 탄다”보다는“자전거 탈 때 핸들을 아주 잘 잡네”라고 행위를 꼭 집어주는 것이 좋다. “청소 잘해서 착하다” 보다는 “청소를 해주니 엄마가 편해졌다”라고 다른 사람에게 득이 된 것을 꼭 집어주는 것이 좋다. 그래야 자기를 잘 알아준다고 으쓱해하면서 다음에 더 잘 하려고 한다. 무엇이 잘하는 것인지를 논리적으로 정확하게 알고 그 행위를 하려고 자신을 통제하게 된다.

*칼럼니스트 최명희는 이화여자대학교 유아교육과에서 학사, 석사, 박사학위를 취득했으며 30여 년간 유아교육 현장과 보육정책 분야의 다양한 영역에서 일했다. 현재는 신구대학교 아동보육과 교수로 재직하고 있으며 생애초기의 삶을 살아가는 소중한 생명체인 영유아와 그들에게 세상을 만나게 해주는 부모, 교사의 역할에 대해 연구하고 나누는 일에 전념하고 있다. 많이 읽히는 저서로 「아이와 통하고 싶다」, 「교사다움」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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