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경빈이 경진이 하루일과, 잘 먹고 잘 놀고 잘 싸는 너희들, 왜 잠은 안자니?
2018년 6월 26일. 쌍둥이들이 태어난 지 303일째다. 쌍둥이들은 요즘 아침 7시에 일어나 한 시간 정도 둘이 뒹굴면서 논다. 8시 즈음 아침 분유 240ml를 마신다. 이 분유에는 비타민 D 한 방울과 유산균 1포가 들어간다. 모닝 응가를 시원하게 싸고 9시에서 9시 30분 사이 어린이집에 간다. 10시 즈음 간단한 간식을 먹고 낮잠 1에 들어간다. 12시에 이유식을 150ml 먹고 놀다가 2시 즈음 낮잠 2에 돌입한다. 3시 20분 즈음 간단한 간식을 먹고 놀다가 3시 50분 하원 한다. 집에 데리고 들어와 한 시간 정도 같이 놀다가 저녁 이유식을 150ml, 많게는 200ml까지 먹이고 목욕을 하고 짧은 초저녁잠에 빠진다. 잠에서 깨어나면 퇴근한 아빠가 쌍둥이들과 놀아주고 분유 160ml를 먹인 뒤 재운다. 잠이 와도 엄마아빠와 같이 있는 것이 좋은 쌍둥이들은 기를 쓰고 잠을 참아낸다. 새벽 1시까지 안 잔 적도 있다. 졸린데 왜 안 자는지 늘 피곤한 우리부부는 도통 그 이유를 알 수 없다.
◇ 이제 좀 컸다고 일류배우급 우는 연기, 아 눈물연기는 아직 어려워요
쌍둥이들이 요즘 가장 많이 하는 말은 ‘엄마’, ‘아부아(아마도 아빠)’, ‘맘마’, ‘넨네’ 그리고 글로 쓸 수 없는 옹알이들이다. 자기들끼리 혀를 데굴데굴 굴려대며 희한한 옹알이를 하다가 빼애액 소리를 지르고 까르르 웃는다. 눈에 보이는 모든 것들을 입에 집어넣는다. 엄마아빠의 손가락, 허벅지살, 콧구멍, 두툼한 뱃살은 아기들이 가장 좋아하는 장난감이다. 소파, 장난감, 책상, 식탁의자 할 것 없이 무조건 잡고 일어서 걷다가 엉덩방아를 찧는다. 기분 좋으면 엉덩이를 흔들며 춤을 추고 뭔가 심사가 뒤틀린 것이 있거나 마음에 들지 않는 것이 있으면 소리를 치며 엉엉 운다. 우는 연기는 일류 배우 급으로 잘하고 저지레를 쳐놓고 아무 일도 없었던 양 배시시 웃는다. 분유만 먹던 아기들이 멀건 미음을 먹고, 수프같은 초기이유식을 지나 지금은 어른 밥같은 진밥을 위아래 네 개의 이로 꼭꼭 씹어 먹는다. 빨대컵에 든 보리차 마시는 것을 좋아하고 가끔 보리차를 입에 머금고 있다가 투레질 하며 온 바닥으로 뱉어버리곤 씨익 웃는다. “이노오오옴”혼내면 피식 비웃는다. “엄마가 장난치는 거 다 알아”라는 표정이다. “경빈아” 부르면 경빈이가 돌아보고 “경진아” 부르면 경진이가 돌아본다. 내가 화장실에 가면 화장실 까지 쫓아온다. 주방, 작은방, 큰방 여기저기 돌아다니면 그 오동통한 팔다리를 부지런히 움직이며 기어 쫓아온다. 잡아다가 울타리 안에 가둬놓는 것이 또 일이다만, 언제 이렇게 컸나 싶어 흐뭇하다. ‘엄마미소’라는 말이 괜히 나온 것이 아니더라.
◇ 아기사랑은 남편도 블로그를 만들게 한다
의도치 않게, 벼락 맞은 것처럼 우리 부부에게 온 쌍둥이들을 키우는 일은 정말 쉽지 않았다. 개인적으로 많은 것들을 포기하고 참으며 살아가고 있다. 친구들에게 ‘임신 육아 출산은 정말 심사숙고 하라’고 에둘러 나의 심정을 늘 표현할 정도다. 그런데, 요즘 그런 생각을 한다. 사람에게는 전 지구에 있는 그 어떤 언어로도 표현할 수 없는 마음이 있다. 아기들과 함께 있으면 그런 마음이 스물스물 피어오르는데 뭐라고 써야 할지, 말해야 할지 모르겠는 거다. 행복감이나 기쁨이라는 단어와 맞닿아 있는 것 같긴한데, 그런 단어로도 표현하기 어려운 것이다. 그런데 어제 남편이 퇴근해 같이 저녁을 먹는데 이런 말을 했다.
“나 블로그 만들었어.”
뜬금없는 블로그 개설 소식에 의아했다. 공대 출신에 건축쟁이인 남편은 글 쓰는 일과는 거리가 멀다. SNS와도 친하지 않다. 핸드폰으로 하는 일 중 가장 좋아하는 것은 유튜브 보는 것과 웹소설 보는 일인데 그런 남자가 블로그를 만들었다니. 블로그를 만들 줄 안다는 사실자체만으로도 참 놀라웠다.
“뭐하려고?”
“경빈이 경진이 육아일기 올리려고.”
“그래? 재밌겠네~ 제목은 뭘로 하려고?”
“아직 모르겠는데 뭐 ‘소확행’정도로 붙여볼까 고민중이야.”
나는 남편의 말을 들으며 요즘 유행한다는 ‘소확행’이라는 말을 곱씹었다. 소박하지만 확실한 행복. 좋아하는 책. 좋아하는 음식. 좋아하는 날씨. 좋아하는 카페. 말 그대로 별 것 아니지만 자신이 정말 좋아하는 어떤 것들을 누렸을 때 쓰는 신조어다. 문득 쌍둥이들과 함께하는 일상이 우리 부부에게 ‘소확행’이 아닐까 생각했다. 이 작은 집에서 덩치 큰 부부와 장난꾸러기 쌍둥이가 함께 살아가는 일상. 자고 싶을 때 못 자고, 먹고 싶을 때 못 먹고, 나가고 싶을 때 못나가고 매일 치워도 매일 리셋되는 집안일에 때로 지치지만 그래도 형언하기 어려운 행복감 말이다. 대신 소확행의 ‘소’는 조금 바꿔야 할 것 같다. ‘소중하지만, 확실한 행복’으로 말이다.
*칼럼니스트 전아름은 용산에서 남편과 함께 쌍둥이 형제를 육아하고 있는 전업주부다. 출산 전 이런저런 잡지를 만드는 일을 했지만 요즘은 애로 시작해 애로 끝나는 일상을 살아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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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편과 함께하는 육아라면 추억도만들수있고 더 좋겠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