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똑똑똑” 내 안의 아이를 깨우러 왔습니다
“똑똑똑” 내 안의 아이를 깨우러 왔습니다
  • 칼럼니스트 한희숙
  • 승인 2018.07.11 09:20
  • 댓글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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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림책 한 장, 육아일기 한 줄] 엄마가 아이가 된 까닭은?

공룡 좋아하는 어린아이를 둔 엄마 입장에서 웃음이 나는 그래프를 봤다. ‘공룡에 대해 가장 많이 아는 시기’라는 이름의 그래프인데 나도 남편도 격하게 공감했다. 다섯 살 아이가 공룡에 대한 지식수준이 얼마나 높은지 대학 전공자 수준을 넘어선다고 표시되어 있었기 때문이다. 웃자고 만든 걸 진지하게 보는 것 같긴 한데 일견 타당한 부분도 있다. 우리 아이뿐만 아니라 대여섯 살 아이들이 공룡에 보이는 관심은 가히 폭발적이다. 여섯 살 우리 아이는 (맞든 틀리든) 공룡 이름을 줄줄이 꿰고 있으며 틈나는 대로 공룡에 대해 이런저런 설명을 늘어놓는다. 공룡이 등장하는 만화를 제일 좋아하고 공룡모형을 모으며 주구장창 공룡을 그리고 만들며 논다. ‘공룡에 대한 관심도’ 정도로 이름을 바꾸면 이 그래프가 보여주는 지표는 놀랍도록 사실에 가까워진다.

공룡과 모래만 있으면 아이는 얼마든지 시간을 보낼 수 있다. ⓒ한희숙
공룡과 모래만 있으면 아이는 얼마든지 시간을 보낼 수 있다. ⓒ한희숙

하나 더 흥미로웠던 점은 어린아이를 키우는 시기에 공룡에 대한 지식이 다시 한 번 수직 상승한다는 것이다. 아이 덕분에 공룡에 대해 그나마 아는 체할 수 있게 된 엄마라서 고개가 또 한 번 끄덕여진다. 이 이야기가 비단 나에게만 해당되는 걸까, 가만 생각해보면 그렇지 않다. 어린 아이를 키우는 부모라면 아이가 좋아하는 것에 관심을 두고 눈높이를 맞추려 하지 않는가. 사정이 이러하다 보니 부모들은 때때로 어린아이가 된다.

그림책 읽기도 비슷하다. ‘그림책을 가장 많이 읽는 시기’라는 이름의 그래프가 있다면 앞의 그래프와 유사한 형태를 보일 것이다. 실제로 어린아이를 키우는 부모의 그림책 독서량은 아이들 못지않다. 공룡과 다른 점이 있다면 그림책 읽기는 부모가 자발적으로 움직이는 경우가 많다는 것이다. 지극히 개인적인 견해지만 엄마 입장에서 공룡보다는 그림책이 훨씬 더 재미있고 즐거운 콘텐츠 같다. 직업 때문에 아이 낳기 전부터 그림책을 접할 기회가 많았다. 그럼에도 엄마가 돼 아이와 함께 그림책을 바라보니 전과 다르게 이해의 폭이 넓어짐을 느낀다. 엄마가 그림책에서 발견하지 못한 부분을 아이가 활짝 열어준 덕분이다. 그림책을 놓고 아이와 생각을 교환하며 읽는 재미도 쏠쏠하다. 그림책 읽기는 아이 키우며 얻는 큰 즐거움 중 하나임이 분명하다.

이처럼 아이가 좋아하고 관심 두는 일에 부모가 함께하면 뜻밖의 즐거움을 얻을 수 있다. 특히 몸을 쓰며 놀이할 때 더 그렇다. 어른의 잣대로 안 된다고 규정했던 것도 아이랑 놀다 보면 예사로 넘나들게 된다. 가령 모래밭이 보이면 아이는 그냥 지나치지 못한다. 때문에 엄마도 한자리 차지하고 주물럭거릴 수밖에 없다. 길가에 쭈그리고 앉아 개미들이 줄지어 지나가는 모습과 목숨이 다한 곤충도 아이와 함께 들여다보고 지나가야 한다. 놀이터라도 나가면 체면 차리지 말고 열심히 뛰고 또 뛰어야 한다. 놀이기구에 매달리기, 기어오르기도 아이가 손을 잡아끌면 마다할 수가 없다. 이 모든 게 처음에는 어색하다. 그러나 마음속 경계를 풀고 아이가 이끄는 대로 몸을 맡기면 예상보다 더 재미있고 즐겁다.

아이는 시간 가는 줄 모르고 담벼락에 붙은 달팽이를 관찰한다. ⓒ한희숙
아이는 시간 가는 줄 모르고 담벼락에 붙은 달팽이를 관찰한다. ⓒ한희숙

그렇게 몰두하다 보면 문득 내 안에 있는 어린아이가 진짜 신나서 노는 듯한 기분이 든다. 일본 작가의 그림책 「안 돼요, 안 돼! 엄마」에는 어린아이처럼 신나게 노는 엄마가 등장한다. 엄마는 서랍 속에서 있는 대로 옷을 끄집어내 아이와 패션쇼를 벌인 뒤 밖으로 나온다. 물웅덩이를 찾아 거리낌 없이 참방거리고 실내놀이터 볼 풀장에 몸을 던진다. 아이의 응원에 힘입어 인형 뽑기에도 열을 올리는 엄마! 바깥놀이터에 있는 나뭇잎과 물속 생물들은 엄마에게 최고의 장난감이 된다. 집에 돌아와서도 엄마는 놀이를 멈추지 않는다. 아빠까지 가세해 주스와 크림, 과자 따위로 바닥에 집을 만들고 길을 내면서 논다. 엄마가 아이보다 더 아이 같아진 상황에 아이는 점점 당황한다. 그러다 결국 “그렇게 제멋대로 굴면 안 돼요”라며 참았던 화를 쏟아낸다.

뒤로 갈수록 아이가 부쩍 힘들어 하는 게 보인다. 하지만 내 입장에서는 눈치 보지 않고 자유롭게 노는 엄마를 보며 카타르시스를 느꼈다. 사실 아이랑 웬만큼 놀아본 엄마들이 보면 그리 과한 장면도 없다. 그림책에서는 아이가 엄마의 입장을 이해하는 계기로 전개되었지만 세상 엄마들이 이 엄마처럼 논다면 마다하는 아이가 있을까. 오히려 ‘우리 엄마 최고’라며 좋아할 것이다. 그런 점에서 볼 때 아이 눈높이에 맞춰 놀이하고 싶은데 길을 모를 때 참고해도 좋은 그림책이다. 아이 키우며 위험하거나 남에게 피해되는 일이 아니면 아이가 하고 싶다는 것을 수용해주는 편이다. 그래서 놀 때는 그림책 속 엄마처럼 화끈하게 노는 게 바람직하다고 생각한다. 다만 놀이와 과도한 장난, 절제와 허용의 경계에서 적절한 기준점을 찾는 지혜는 발휘해야 할 것이다.

그림책 「안 돼요, 안 돼! 엄마」의 한 장면. ⓒ한희숙
그림책 「안 돼요, 안 돼! 엄마」의 한 장면. ⓒ한희숙

다시 제자리로 돌아온 엄마 곁에서 아이는 “힘든 하루였지만 재미있었다. 제멋대로 엄마도 난 정말 좋아!”라며 이상하고 즐거웠던 하루를 추억한다. 신나게 놀고 난 뒤 아이는 자란다. 신나게 놀았을 뿐만 아니라 자신을 돌보느라 힘든 엄마의 마음도 헤아려봤으니 아이는 그 밤, 부쩍 성장할 것이다.

한편 엄마가 이상하게(?) 바뀐 까닭은 밤사이 찾아온 ‘작은 괴물’ 때문이었다. 이 괴물은 엄마가 신나게 노는 장면에 은근슬쩍 끼어서 함께 논다. 어린아이들이 이유 없이 짜증을 낼 때 일본에서는 ‘짜증벌레’ 혹은 ‘뼛성벌레’ 때문이라고 생각한단다. 그 모습을 ‘작은 괴물’로 표현한 것이라는데 내 눈에는 짜증을 유발하는 존재로 보이지 않는다. 엄마 마음속에 남아 있는 천진난만한 아이 모습 같다. 아이를 키우며 때때로 내 안의 어린아이가 소환될 때가 있다. 아이랑 놀다가 어느 순간 내가 어린 시절에 불렀던 동요와 율동, 놀이 등이 스르르 튀어나오곤 한다. 아이와 더 재밌게 놀고 싶다는 엄마 마음이 무의식 속에 숨은 기억을 건드리는 것이리라. 엄마는 언제나 아이의 좋은 친구가 되고 싶다. 그래서 오늘도 아이에게 다정하게 말을 건넨다. “우리 같이 놀자!”

*칼럼니스트 한희숙은 좋은 그림책을 아이가 알아봐 주지 못할 때 발을 동동 구르는 아기엄마이다. 수년간 편집자로 남의 글만 만지다가 운 좋게 자기 글을 쓰게 된 아기엄마이기도 하다. 되짚어 육아일기 쓰기 딱 좋은 나이, 여섯 살 장난꾸러기를 키우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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guita**** 2018-07-11 15:40:07
함께하면 뜻밖의 즐거움을 얻을수있다에
격하게 공감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