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가 첫돌이 지나고 작년 3월부터 어린이집을 나가게 됐습니다. 저는 아이가 어린이집에 있는 시간 동안 하고 싶었던 일을 준비하기 시작했어요. 서울에서 다니던 직장을 그만두고 지방에 내려와 육아를 병행하면서, 제가 하고 싶었던 영상제작 관련 일을 하기로 아내와 약속했었기 때문이죠. 그렇게 일을 준비하면서 다큐멘터리 제작 수업을 듣게 됐고, 한 달 정도 시간을 투자해서 다큐멘터리를 제작하게 됐습니다. 다른 사람이 제 이야기를 다큐멘터리로 만들어주는 것이 아니라, 셀프 다큐 형식을 따르기로 결정했습니다. 주제는 한창 이슈가 되던 육아하는 아빠로 선정했어요. 제가 1년 동안 해왔고 잘 알기 때문에 내용을 잘 풀어낼 수 있을 것이라 생각했기 때문이죠.
다큐멘터리의 흐름을 처음 구상할 때 '일은 아빠가, 육아는 엄마가'라는 고정관념을 바탕으로 '그래도 아빠가 육아하는 것보다는 엄마가 하는 것이 좋지 않을까'라는 통념이 아빠 육아를 가로막고 있는 것 아닌가 생각했어요. 그리고 그 가설을 바탕으로 소아정신과 교수(정신의학 분야), 여성가족개발원 연구위원(사회학 분야), 어린이집 원장(유아교육학 분야)과의 인터뷰를 진행했습니다.
"아빠가 육아하면 엄마가 하는 것보다 장점이 생길 수 있나요?"
저는 엄마든 아빠든 성(性)에 따른 각각의 장점이 아이에게 영향을 준다고 생각했습니다. 그런데 전문가의 답변은 관점이 달랐습니다.
"아빠든 엄마든 혹은 할머니가 되든 상관없습니다. 누가 키우느냐가 중요한 것이 아니고 어떻게 키우느냐가 중요합니다."
"육아는 누구나 할 수 있는 일인데, 중요성을 깨닫지 못하면 제대로 안 한다는 것이 문제입니다."
"아이의 발달단계에 맞게 적절한 지도를 해주면 아이는 올바르게 성장합니다."
공통적인 의견은 '육아는 누가 하느냐가 중요한게 아니라, 누구든 할 수 있고 적절한 지도를 해주면 된다'였습니다. 즉 아빠라고 엄마보다 육아하는 능력이 부족한 것이 아니라, 육아하는 방법을 공부하고 발달단계에 맞게 지도하면 된다는 것입니다. 하지만 제 지인들의 이야기만 들어봐도 많은 아빠들이 육아에 무관심하다는 이야기를 들었고, 생각해보니 저도 그런 경우가 종종 있었습니다.
"주말에는 내가 집안일 좀 할 테니까, 잠깐 애 좀 봐줘."
"그래 내가 보고 있을게."
저는 아이가 장난감으로 잘 노는 것 같아서 잠시 스마트폰을 보는 중이었습니다. 잠시 후 집안일하던 아내가 저를 불렀습니다.
"애를 보라는 게 같이 놀아주라는 뜻이지, 말 그대로 애가 노는 거만 보고 있으면 어떻게 해."
"혼자 잘 놀길래... 잠깐 본 거야."
제 에피소드이지만, 아이 키우는 집에서는 흔하게 있는 상황이라고 생각이 듭니다. 가끔이라면 문제는 없지만, 같은 상황이 반복된다면 아이를 방치하는 것이나 마찬가지인 거죠. 이렇게 아빠들이 육아에 대해서 무관심한 이유는 대부분 자기 합리화에서 옵니다.
'평소에 엄마가 잘 놀아주는데, 굳이 내가 안 해도 되지 않을까?'
'혼자서도 잘 노는데, 내가 해봤자 얼마나 잘 하겠어?'
'몇 번 놀아주면 계속 놀아달라고 피곤하게 하겠지?'
한 달 정도 진행된 다큐멘터리 작업은 저에게 의미 있는 시간이었습니다. 단순히 시청자를 위한 콘텐츠를 만든 것이 아니라, 육아에 대해서 스스로 돌아보는 시간을 가졌기 때문이죠. 육아하는 아빠로 더 성숙한 시간이었습니다. 아빠와 엄마의 사랑으로 태어난 아이인데, 육아는 엄마가 담당하고 아빠는 도와준다고 많은 사람들은 생각합니다. 엄마와 아빠가 함께 육아한다는 생각을 가지면, 부모 모두 아이에게 더 관심을 가질 수 있습니다. 육아가 서투르다고 멀리하는 아빠들에게 전하고 싶습니다.
"아빠가 처음인 것처럼 엄마도 처음입니다. 서툴러도 같이 하다 보면 같이 잘 할 수 있습니다. 지금부터라도 시작해보세요."
*칼럼니스트 황수웅은 3살의 딸을 직접 육아하는 아빠이며, 아기 성장동영상을 제작하는 '앙글방글'의 대표입니다. 딸이 태어나기 전에는 평범한 회사원이었으나, 육아를 위해 3개월의 육아휴직 후 퇴사를 하고 직접 육아하고 있습니다. 아빠가 하는 육아에 대해 많은 사람들에게 전하려고 글을 쓰게 되었습니다.
【Copyrightsⓒ베이비뉴스 pr@ibaby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