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이비뉴스 윤정원 기자】
초복과 함께 삼복이 시작됐고 한낮의 기온이 35℃에 이를 만큼 찜통더위가 한창이다. 한밤의 기온이 25℃ 이하로 떨어지지 않는 열대야까지 찾아오면서 밤잠을 설치는 경우도 많아졌다. 밤새 에어컨을 틀고 잤다가 여름 감기에 걸리고 비염 증상이 도지는 일도 흔하다. 어른들이 힘든 만큼 아이들도 고생하기는 마찬가지다.
보통 한의학에서는 밤에 이상 증세를 보이며 잠을 못 이루는 경우를 야제, 야경 등으로 설명하고 있다. 우선 만 3세 전 영유아 중에는 한밤중에 갑자기 깨어 자지러지게 우는 일이 종종 있는데 이런 증세를 ‘야제’라고 한다. 만 4세 이후의 큰 아이도 잘 자다가 갑자기 나쁜 꿈을 꾼 듯 깜짝 놀라 깨기도 한다. 악몽이 아니더라도 갑자기 깨어 울거나, 두려워 소리를 지르거나 안절부절 못하고 방안을 헤매기도 하는데 이런 경우를 ‘야경’이라고 부른다.
◇ 수면 트러블 겪는 아이, 여름이 더 힘들다
서경석 아이조아한의원 평택점 원장은 “야제, 야경이 있는 아이들 중에는 심장과 비위의 기운이 허약한 경우가 많다. 심기가 허약하고 심열이 과도하게 쌓여 있으면 스트레스에 예민하고 수면 트러블을 자주 겪는다”고 설명했다. 이어 서 원장은 “객오라고 부르는 아이가 낮에 무서운 것을 보고 놀라서 잠을 못 이루거나 울며 깨는 증세를 보일 수 있다”며 “비위(소화기)의 기운이 허약하면 배 속이 너무 냉해 배탈설사가 잦거나 음식물이 덜 소화된 듯 답답함(체기)을 느끼는 일이 많은데, 어린 아이의 경우 배 속이 답답해도 야제가 나타날 수 있다”고 덧붙이며 “열대야가 지속되는 무더운 여름, 아이의 야제나 야경을 잘 살펴야 하는 이유는 아이 몸 역시 뜨거워져 심열이 더 많이 쌓일 수 있기 때문”이라고 지적했다. 무더위로 심장이 지나치게 과열돼 한밤에도 식을 줄 모르기 때문에 아이는 갑작스러운 울음으로 신호를 보내는 것. 또한 여름에는 찬 것을 자주 먹어 비위 또한 냉해지기 쉽다. 배 속이 냉하면 장의 기운이 떨어져 체하기도 쉬워 야제의 원인으로 작용할 수 있다.
◇ 무더운 여름밤, 아이 쿨잠 재우려면 이렇게
① 잠자리 조명은 완벽 소등, 숙면 환경 만들기
방안 온도는 25~26℃, 습도는 50% 내외로 맞춘다. 잠자리 조명도 켜지 않은 완전 소등이 좋다. 거실 TV, 오디오, 컴퓨터나 모바일 게임 소리, 창밖의 불빛 등도 아이의 수면을 방해할 수 있으니 주의한다. 온가족이 시원한 곳을 찾아 야밤 외출을 하기도 하는데, 규칙적인 수면습관을 위해 삼가는 것이 좋다.
② 잠들기 직전보다 1시간 전에 목욕 끝내기
잠들기 직전 목욕을 하면 체온이 올라간 상태라 잠이 잘 오지 않고 숙면을 방해할 수 있다. 체온이 다시 낮아지는 데에는 1시간가량 소요되므로 최소 잠들기 1시간 전에 목욕을 마치는 것이 효과적이다. 목욕으로 적당히 노곤해진 상태에서 잠자리에 들면 금세 꿈나라로 갈 수 있다.
③ TV, 모바일 영상은 절대 보여주지 않기
모니터의 화려하고 빠른 영상은 아이 두뇌에 잔상으로 남아 쉽게 잠드는 것을 방해한다. 잠들기 2시간 전에는 TV나 모바일 영상을 보여주지 않도록 하고 엄마아빠의 잔잔한 목소리로 그림책을 읽어주거나 옛날이야기를 들려준다. 자장가를 불러줘도 좋다.
④ 야제 원인 하나, 심장의 과도한 열 식히기
야제의 원인 중 하나는 심열이다. 몸, 특히 심장에 쌓인 과도한 열을 식혀주는 것이 필요하다. 여름철에는 심열이 과도하게 쌓여 우리 몸의 기운과 진액이 땀으로 많이 빠져나가기 때문에 심장의 열은 내리면서 원기를 보강하고 심신을 안정시키는 처방을 많이 쓴다. 여기에 심신을 안정시키고 기혈순환을 돕는 침, 마사지와 함께, 잠을 잘 자게 하는 야제고를 심수혈, 신문혈, 완골혈 중에 붙인다.
⑤ 야제 원인 둘, 차가운 비위에 온기 불어넣기
비위(소화기)의 기운이 허약하면 배 속이 냉해 배탈설사가 잦거나 음식물이 덜 소화된 듯 답답함(체기)을 느끼는 일이 많다. 어린 아이의 경우 비위가 냉해 야제가 생긴 경우라면 속을 따뜻하게 보하면서 역시 심신을 안정시키는 약재를 사용한다. 주로 산조인, 용안육, 생지황, 백출, 소맥, 대조 등의 약재가 포함된다. 또 속을 따뜻하게 하고, 찬 음식은 너무 많이 먹이지 않는다. 잘 때 배는 따뜻하게 덮어준다.
⑥ 식품으로도 몸에 쌓인 과도한 열 내리기
식습관을 통해서도 열이 과도하게 쌓이는 것을 줄인다. 패스트푸드, 인스턴트식품, 밀가루 음식, 매운 음식 등은 속열을 쌓이게 한다. 기름기 많은 육류, 당분이 많은 음료 등도 주의하고 밤늦게 야식 먹는 습관을 버린다. 대신 참외, 수박, 오이, 상추, 치커리 같은 성질이 서늘한 과채들도 몸의 열을 풀어준다. 특히 잠들기 전의 야식은 자는 동안 소화가 어려워 비위 기능을 저하시킬 수 있으므로 주의한다.
⑦ 귀신놀이로 괜히 아이 놀라게 하지 않기
심 기운이 약하고 심열이 쌓인 아이들은 정서적으로 예민하고 무서움을 많이 타며 불안감을 잘 느낄 수 있다. 괜히 귀신놀이로 아이를 놀라게 하지 않는다. 화목하고 정서적으로 안정적인 분위기를 만들어준다.
⑧ 심신을 안정시키는 좋은 마사지와 차
집에서 간단히 복부 마사지와 손목 마사지를 할 수 있다. 손목 마사지는 손바닥 쪽 손목 부위를 부드럽게 눌러가면서 마사지해준다. 이 부위는 폐의 열을 식혀주는 태연(기혈이 모이는 곳)혈과 속을 튼튼히 하는 내관(속으로 통하는 관문)혈, 잠을 편하게 하고 정신을 안정시켜주는 신문(정신의 문)혈이 있어서 속을 편하게 하며 잠을 안정시킨다. 또한 아이들이 쉽게 마실 수 있는 차로는 멧대추차(산조인차)가 있는데 산조인을 구하기 힘들면 일반 대추차(대조차)도 좋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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