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 내 거야” 병을 치유하는 엄마의 말
“다 내 거야” 병을 치유하는 엄마의 말
  • 칼럼니스트 김경옥
  • 승인 2018.07.19 10:17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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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엄마의 말] 소유욕이 발휘되는 시기, 딸과의 대화

어느 순간 아이 입에서 튀어나온 말.

"이거 내 거야! 엄마 거 아니야!" (어, 알아...... 근데 왜 뜬금없이......?)

그때부터 아이는 소유욕을 발휘하며 자신의 물건을 지키기 시작했다. 자기 물건은 '너무나 내 거' 엄마 물건도 '때로는 내 거'가 되어가던 그 시기. 부모인 우리의 자세는 어떠해야 할까.

'내 거야'를 입에 달고 사는 그 시기는 누구에게나 찾아온다. ⓒ김경옥
'내 거야'를 입에 달고 사는 그 시기는 누구에게나 찾아온다. ⓒ김경옥

◇ 첫 번째 말 : "맞아, 네 거야."

네 거 내 거 없이 스스럼없었던 우리 사이가 어느 순간 '너의 것과 나의 것'을 구분해야 하는, 야박해지는 시기가 분명 여러 차례 찾아온다.

"왜 저럴까. 밉상이네."

"누가 뭐라니?"

"네 거 내 거가 어디 있어. 같이 사이좋게 가지고 노는 거지."

하지만 '내 거야'라고 말하는 것은 아주 자연스러운 것이다. 그 모습이 예쁘게 보이든 그렇지 않든 그 부분은 차치하고 그런 아이의 행동이 자연스러운 모습이라는 것을 먼저 이해해야 한다. 그렇기에 이 말 역시 너무나 자연스러운 것이다.

"그래, 네 거야."

그건 팩트다. 그 사실을 인정해줘야 한다. 너의 물건이라는 것을 인정해주지 않으면 아이는 자신의 소유를 계속 확인받고 싶어 한다. 확인받는 것에 계속 실패하면 불안해지고, 결국엔 더욱 그것에 집착하게 된다.

◇ 두 번째 말 : "네 거 만져 봐도 돼?"

'그래, 너의 물건이야.' 인정했지만 아이는 여전히 불안한 듯, 제 주변에 장난감들을 모아 놓고 조금이라도 흐트러지면 손으로 훑어 더 가까이로 그러모았다.

"나 이거 만져 봐도 돼?"

아이는 한참을 고민하다 싫다고 했다.

"알겠어. 다음에 만지게 해줘~"

몇 분이 지나고 아이는 결심한 듯

"엄마, 이거 만져 봐도 돼."

"와~ 정말? 고마워. 이거 정말 만져보고 싶었는데, 신난다!"

우리도 그렇지 않은가. 새로 산 원피스를 잘 모셔두다 '내일은 꼭 입으리라' 옷장 문짝에 걸어두었다. 아침에 일어나니 원피스는 온데간데없고 아무렇게나 벗어놓은 동생의 잠옷만 덩그러니 놓여있는, '뭐 이런 경우가 다 있나.' 싶어지는 그런 상황.

저녁이 되어서야 들어온 동생은 아주 뻔뻔하다. "뭐, 네 거 내 거가 어디 있어. 그냥 같이 입으면 되지." 피가 거꾸로 솟는 그 순간. 바로 그런 순간에 아이들은 세상을 잃은 듯 울어 젖히거나 드러눕는다. 동생이 "언니, 이 옷 나 한 번만 입어 봐도 돼?"라고 물어봤다면 당장은 아니었어도 한두 번 입다가 한 번 정도는 허락할 '수도'있었을 것이다. 옷장 구석, 동생이 찾기 힘든 그곳에 숨기는 치사한 일 따위는 없었을지 모른다. 어른이건 아이건 그의 소유물 앞에서는 겸손해지자. "나, 이거 만져 봐도 되니?"

◇ 세 번째 말 : "이건 빌려주는 거야."

"엄마 이거 내 거야?"

"아니, 이건 엄마 물건이야. 빌려주는 거야. 잠깐만 가지고 놀다 돌려줘~"

"엄마, 이 책 내 거야?"

"아니, 도서관 거야. 도서관이 빌려준 거야. 깨끗하게 보고 돌려줘야 해"

나 역시 마찬가지다.

"이거 타요버스, 엄마 가지고 놀아도 돼?"

"응. 이거 내가 빌려주는 거야."

"아, 알겠어 고마워. 잘 놀다 돌려줄게."

아이는 손에 들려있는 장난감이 '자신의 것'인지 '빌린 것'인지를 자주 묻는다. 친구에게 장난감을 빌려주고선 "그거 빌려주는 거야."라고 신신당부하는 것도 잊지 않는다. 

◇ 네 번째 말 : "만져 볼 수 있게 해줘서 고마워."

아이가 큰맘 먹고 허락한 장난감을 아주 흥미롭게 가지고 논 후(또 다른 발연기에 불과하지만) '만져볼 수 있게 허락해 줘서 고맙다'고 말하고 돌려주었다. 연필 한 자루를 빌려 가더라도 '고맙다는 말'이 연필과 함께 돌아와야 한다고 생각한다. 그래야 또 빌려줄 맛이 나지 않겠는가. 자신의 물건을 빌려준 것은 분명 고마운 일이다. 고맙다는 마음이 충분히 표현됐을 때, 아이는 또 고마운 일을 하게 될 것이다.

처음 '자기 거'라고 강력히 주장하던 그때, 아이는 그 누구라도 자기 물건 만지는 걸 불안해했다. 하지만 너의 것이라는 것을 인정해주고 허락을 받고 만져보고, 감사의 인사도 잊지 않으니, 그러니까 '타인의 물건에 대한 선'을 넘지 않으니 아이도 어느새 경계를 풀기 시작했다.

'아...... 엄마는 내 장난감을 들고 튀지는 않겠구나!"

여기에 예외는 없다. 증조할머니가 와도 대통령이 와도 예외는 없다. 아이의 허락 없이는 그의 장난감을 가지고 놀 수 없다.

이유는 간단하다.

그 아이의 물건이니까.

그뿐이다.

*칼럼니스트 김경옥은 아나운서로, ‘육아는 엄마와 아이가 서로를 설득하는 과정’이라 생각하는 ‘일하는 엄마, 육아하는 방송인’이다. 현재는 경인방송에서 ‘뮤직 인사이드 김경옥입니다’를 제작·진행하고 있다. 또한 ‘북라이크 홍보대사’로서 아이들의 말하기와 책읽기를 지도하는 일에 빠져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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