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이비뉴스 정가영 기자】
“신발 끈이 풀어졌어요.”
지난 주말 놀이터에서 한 남자 아이가 내게 다가오며 말했다. 9살 정도로 보였다. 아이의 오른쪽 신발 끈이 풀려 있었다.
“묶어줄까?”
“네, 묶을 줄 몰라요. 묶어주세요.”
무릎을 꿇고 앉아 신발 끈을 묶었다.
“누가 너 생각하나 보다. 신발 끈이 풀리면 누가 생각하는 거래.”
놀이터에서 뛰어놀면 다시 풀릴까 봐 리본 모양으로 예쁘게 꽉 묶어줬다.
“고맙습니다!”
처음 보는 아이의 신발 끈 묶어주기. 별거 아닌 일 같은데 아이에겐 꽤 어려운 일이다. 아이에게 작은 도움을 줄 수 있는 아줌마가 됐다니. 느낌이 새로웠다. 많은 어른들 중에 날 믿고 도움을 청한 아이도 고마웠다. 우리 아이들도 커서 신발 끈이 풀린다면 망설임 없이 묶어주는 아줌마, 아저씨가 많았으면 좋겠다는 생각도 들었다.
아이를 낳고 엄마, 부모가 되며 많은 변화들을 경험하는 중이다. 그중 가장 큰 건 모든 아이의 부모가 되고 있다는 마음의 변화다. 두 살 터울의 두 아이를 키우면서 다른 아이들도 내 아이 같다는 기분이랄까? 매일같이 만나는 큰 아이 어린이집 친구들도, 마트나 놀이터에서 만나는 아이들도 모두 내 아이 같은 느낌에 마냥 예쁘고 챙겨주고 싶은 마음이 생기는 것이다.
특히 아이들과 관련된 일이라면 무슨 일이든 관심 갖고 공감하게 된다. 당장 내 아이에게 닥칠 일은 아니지만, 다른 아이에게 생긴 일이라면 언젠가 내 아이에게도 닥칠 수 있는 일이니까 말이다.
그래서 아이와 관련된 사건, 사고 소식이 들려올 때면 한참을 울기도 하고 밤새 생각하기도 한다. 내 아이를 잃은 것만 같아서 더욱 가슴 아프다. 안 좋은 일이 있을 때마다 늘 부모로서, 어른으로서 미안함을 안고 살아가게 되는 것 같다. 사실 부모가 되기 전에도 아프고 안타까운 마음은 있었지만, 내 자식을 잃은 것만 같은 공감은 크지 않았다. 그런데 내 뱃속으로 아이를 낳아 열이라도 오를까 밤잠 설치며 돌보고, 아이에게 소리라도 지른 밤에는 자는 아이 옆에서 눈물 흘리며 “미안하다” 속삭여보니, 얼굴도 모르는 아이들의 사건, 사고 소식이 너무나도 가슴 쓰리게 다가온다.
어제도 먹먹한 가슴을 잠재울 수 없었다. 어린이집 통학버스에 갇힌 아이가 하늘나라로 떠났다는 소식 때문이다. 무더운 날씨, 버스 안에 홀로 갇혀 있었다니 너무 마음 아프고 화가 나서 손이 떨렸다. 예쁜 옷 입혀 어린이집 버스에 태워 보냈는데, “아이가 어린이집에 오지 않았다”는 전화를 받은 엄마의 마음은 어땠을까. 생각할 수 없을 고통이 밀려드는 기분이다. 환하게 웃으며 엄마와 인사했을 아이의 모습이 어린이집에 들어가는 내 아이 모습처럼 눈에 선하다. 내 아이에게도 벌어질 수 있는 일이라고 생각하니 눈물이 앞을 가린다. 한 번만 아이들 수를 확인했다면, 뒷좌석에 자는 아인 없는지 누구 한 명이라도 확인했다면 절대 일어날 수 없는 일이라 더욱 안타깝다. 내 아이라고 생각하고 살폈다면 어땠을까.
소중한 내 아이들을 잃는 일이 또 생기지 않으면 좋겠다. 뉴스에는 내 아이들이 행복한 이야기만 가득했으면 좋겠다. 모두가 ‘내 아이 같은’ 마음으로 아이들을 챙겨준다면 가능한 일이다. 아이들을 지켜줄 수 있는 건 어른들뿐인데, 어른들을 향한 아이들의 믿음을 깨지 않았으면 좋겠다.
*정가영은 베이비뉴스 기자로 아들, 딸 두 아이를 키우고 있습니다. 엄마의 눈으로 세상을 바라보며 아이들과 함께 성장하는 중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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