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이 행복한 아이가 내일도 행복하다
오늘이 행복한 아이가 내일도 행복하다
  • 칼럼니스트 엄미야
  • 승인 2018.07.20 09:48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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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엄미야의 일하는 엄마의 눈으로] "얘들아, 나가 놀아!"

부모들이 흔히 “놀이터에서 노는 아이들이 없어서 어쩔 수 없이 학원에 보낸다”고 말하곤 하지만 꼭 그렇지만도 않다.

우리 집 아이들은 학교 방과후 수업이 없는 날은 주로 놀이터에서 시간을 보냈다.

큰 아이는 중학생이 되어 이제는 돈쓰고 돌아다니는 곳을 좋아하게 됐지만, 초등학생인 작은 아이는 언니의 전철을 밟아 학교에서 돌아오면 신발도 벗지 않고 가방을 휙 던져버리고 잽싸게 뛰어나가 논다. 놀이터에 나가보시라. 심지어 이 땡볕에도 노는 아이들이 있다!

한번은 이런 일이 있었다.

큰 애가 초등학교 3, 4학년쯤 됐을 땐데 친구와 놀겠다면서 놀이터에 나갔던 아이가 울면서 들어왔다. 무슨 일이 있었냐고 물으니 이야기의 요지는 이러했다.

같이 놀던 친구에게 그 집 엄마가 전화를 걸었던 모양이다. 그런데 이 아이가 전화를 받지 않은거지. 그러니까 평소 친했던 우리 아이에게 이 엄마가 전화를 걸었나보다. “○○야(우리집 큰아이), ○○랑(친구) 같이 있니?”

그런데, 옆에 있었던 친구가 손사레를 치면서 ‘자기랑 같이 있지 않다고 말하라’고 했단다. 그래서 친구가 중요한 큰 딸아이는 “아니요”라고 한거지.

그런데 이 엄마가 “지금 아줌마가 보고 있는데 왜 거짓말을 하냐”며 우리 아이에게 야단을 쳤나보다. 그래서 아이는 자기가 거짓말 한 사람이 된 것이 속이 상해 집에서 이야기를 하는 내내 울먹였다.

나중에 알고 보니 큰 아이의 친구는 학원에 가야하는 시간에 땡땡이를 치고 놀이터에서 놀았던거다. 그래서 친구의 엄마의 화가 애먼 우리 아이에게 돌아왔던 거고.

어이가 없는 일이었지만 더 어이없었던 것은 오히려 그 이후 한동안 우리 아이는 엄마들 사이에서 ‘(놀이터에서) 맨날 노는 아이’로 회자됐다는 사실을 그 일이 있은 후 몇 년이 지나서 알게 됐다.

아이들이 지금 다니는 학원을 한 개씩만 끊게 해줘도 아이들의 행복지수가 한뼘은 올라갈 것이다. ⓒ엄미야
아이들이 지금 다니는 학원을 한 개씩만 끊게 해줘도 아이들의 행복지수가 한뼘은 올라갈 것이다. ⓒ엄미야

그리고 최근에는 이런 일도 있었다.

둘째 아이 친구 엄마와 차 마실 기회가 있었다.

“우리 ○○이(친구)가 ○○를(우리집 둘째아이) 그렇게 부러워해요. 학원도 안 다니는데 공부 잘한다고.”

초등학교 5학년짜리가 공부를 잘하면 얼마나 잘하겠나. 친구 말의 요지는 딱 그거였을테지. “학원 안 다니는 너가 부럽다.”

이 엄마 이야기를 계속 듣다보니 음악, 미술, 체육, 이런 거 말고 공부하는 학원을 3개를 보내고 있다는 거다. 그래서 운동도 좀 시켜야하는데 시간이 없어서 못한다는 얘길 듣다가 나는 (왠만해선 남의 자식 일에 오지랖부리지 않는데) “아유~ 학원 끊으세요” 그랬다.

가끔은 아이를 사랑하는, 또는 관심을 갖는 부모라는 표현의 학원의 갯수. 그 사교육으로부터 무심한 댓가로 내가 얻는 것은 뭘까? 그건 바로 ‘인기’다. 내 아이들에게 받는 인기. 솔직히 인기있는 부모가 뭐, 흔한가? 그래서 우리 아이들은 가끔 엄마에게 짜증을 내다가도, 학원 좀 땡땡이 쳤다고 아이를 의심하고, 초등학교 때부터 국영수 학원에 밤늦게까지 보내는 친구 부모와 바로 비교가 되니 "엄마는 자유로운 엄마, 짱엄마‘라고 칭찬을 해준다. 가장 기분 좋은 칭찬이다.

특별한 것도 아니다. 하지만 이러한 관계가, 아이들이 엄마의 양육방식을 신뢰하고, 행복하다고 말해주니 그것이 내가 주변의 사교육 바람에 흔들리지 않고 나름 소신을 지킬 수 있는 동력이 된다.

우리나라에서만 볼 수 있는 기이한 풍경이 있다고 한다.

바로 깜깜한 오밤중에 부모가 지켜보는 가운데 학교 운동장에서 자동차 서치라이트를 불빛 삼아 줄넘기를 하는 아이들의 모습이라고 하는데, 줄넘기에 급수를 매기니 그 조차도 상위급수를 받겠다고 죽어라 시키는 모습을 반영한 광경이라고 한다. 그뿐인가? 며칠 전 동네를 지나가다 실제로 ‘줄넘기 학원’을 봤다. 그 때의 충격이란!

아이들이 지금 다니는 학원을 한 개씩만 끊게 해줘도 아이들의 행복지수가 한뼘은 올라갈텐데. 입시지옥인 헬조선을 반영한다고 해도 이건 좀 심하다.  

놀이터에서 놀게하자. 아이들을 놀게하면 스스로 무궁무진한 놀이를 만들어낸다.

줄넘기도 거기서 하고, 축구도, 피구도, 야구도 하면서 아이들은 스스로 잘 논다. 학원에 보내지 않으면 초조한 부모들의 욕심으로 오늘 아이들의 행복을 미래로 유예시키지 말자.

오늘 행복한 아이가 내일도 행복하다. 나는 그렇게 믿는다.

*칼럼니스트 엄미야는 초등학교 5학년, 중학교 2학년 두 딸의 엄마다. 노동조합 활동가이자, 노동자 남편의 아내이다. “아이는 국가가 키워야 한다”고 주장하는 공교육 추종자이며, 꿈이 있는 아이들로 키우고 싶은 따뜻한 낭만주의자이기도 하다. 현재 경기지방노동위원회 근로자위원, 민주노총 성평등 교육 강사로 활동하고 있으며 금속노조 경기지부 부지부장을 역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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