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 가지 없는 프랑스 공교육…서명운동 하는 아이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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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 가지 없는 프랑스 공교육…서명운동 하는 아이들
  • 김재희 기자
  • 승인 2018.07.20 17:35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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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장] 18일 ‘칼리의 프랑스 학교 이야기’ 저자 목수정 강연

【베이비뉴스 김재희 기자】

지난 18일 경기도 부천시 부천상동도서관에서 목수정 작가의 특별 강연회가 있었다. 목 작가는 프랑스에 살면서 딸 칼리(14)를 키우고 있다. 그는 딸을 키우며 경험한 프랑스 공교육을 저서 ‘칼리의 프랑스 학교 이야기’에 담아냈다. 이번 강연에서 목 작가는 토론하고 연대하는 프랑스 아이의 성장비결을 설명하고 한국에 사는 우리는 어떤 자세로 육아에 임하면 좋을지를 제시했다. 목 작가의 생생한 목소리를 전할 수 있는 방법으로 정리했다. - 기자의 말

지난 18일 경기도 부천시 부천상동도서관은 목수정 작가의 특별 강연회를 개최했다. 김재호 기자 ⓒ베이비뉴스
지난 18일 경기도 부천시 부천상동도서관은 목수정 작가의 특별 강연회를 개최했다. 김재호 기자 ⓒ베이비뉴스

“프랑스 교육 좋겠지. 그런데 어떡하란 말이야?” 제가 ‘칼리의 프랑스 학교 이야기’를 쓰는 데 1년 6개월이 걸렸어요. 지난 10월에 비슷한 주제로 강연을 했는데, 그때 오신 분 중에 한 분이 이렇게 말씀하셨어요. 이해해요. 엄마 입장에서 ‘내 힘으로 할 수 있는 게 한계가 있지 않냐’는 생각을 가지지 않으셨으면 합니다. 

한국 사회는 시민들의 힘으로 진보해왔어요. 사회는 내가 바라는 대로 진보해요. 꿈꾸지 않는 세상은 오지 않는다는 거죠. 부모들이 ‘여기까지 우리가 가야해’라고 생각하면, 그것이 교사에게 전달되고 교육감 선거에도 영향을 미칩니다. 집에서도 아이에게 철학적 입장을 가지고 보다 행복한 아이로 만들 수 있어요.

아이 키우는 어머님들이 많이 오셨네요. 아이를 키우면 책 쓸 만큼의 이야기가 누구에게나 있죠. 이번 책 서문을 쓸 때 자녀교육의 동기로 삼은 장면이 떠올랐어요. 제 딸 칼리를 파리에서 낳고 한국에 데려왔어요. 그러다 3살 때 집 근처에서 잃어버린 적이 있어요. 길을 걷다가 그런 건데, 15분 동안 떨면서 동네를 돌았어요. 

‘3년 5개월 산 아이의 인생은 행복했을까. 내가 아이 미래를 위해서 현재를 구속한 적은 없었나? 이 아이가 살아 있는 동안 미래를 위해서 현재를 파괴하거나 저당잡지 않아야겠다.’ 이렇게 생각하면서 동네를 돌다가 집에 갔더니 칼리가 있더라고요. 저는 애를 잃어서 엉뚱한 곳을 돌다 들어갔는데 아이는 집에 와서 아빠랑 방방 뛰고 있는 거예요. 땀이 다 식더라고요. 하루하루 “행복했어?”라고 물어보면서 아이가 행복한 매일을 보내게 해주자고 다짐했어요. 

◇ “경쟁 사라진 자리, 자존감과 우정이 채운다”

형식, 경쟁, 돈, 프랑스의 교육은 이 세 가지가 없어요. 형식이 없다고 했잖아요. 입학식, 졸업식, 애국조회도 같은 건 없어요. 칼리가 중학교 입학할 때 ‘입학식을 하지 않을까?’해서 학교에 가봤어요. 학교 마당에 그냥 애들이 서있더라고요. 시간 되니까 어떤 사람이 마이크를 딱 잡고 간단한 인사말을 하고 교장도 인사를 하고 바로 애들 이름을 부르더라고요. 한 반에 30명인데 “누구, 몇 반 들어가세요”하고 끝이에요. 졸업식도 없고 학기 말에 누가 1등을 했는지를 전혀 알 수도 없고 알고자 하지도 않아요. 

등수가 없으니까 경쟁이 없어요. 빈자리에는 자존감과 우정이 들어차요. 옆 사람을 경쟁자라고 보는 시선이 없어요. 저 학교 다닐 때를 생각해보면 옆 친구를 보면 ‘쟤 몇 번이다’하고 숫자로 보여요. 칼리에게 친한 친구 공부 잘하냐고 물어보면 모른대요. 친구에게 무관심한 게 아니라 진짜 몰라요. 알 수도 없어요. 숫자로 서열화하지 않으니까 아이들이 가지고 있는 개성으로 보여요. 

칼리가 세 살 때 프랑스에 돌아왔어요. 프랑스는 만 세 살 때부터 아이들이 학교에 가요. ‘에꼴 마떼르네(École Maternelle)’라는 3년 과정인데 유치원이에요. 의무교육은 아니지만 원하는 사람은 다 보낼 수 있어요. 아이를 학교에 보내기 시작하면서 제일 걱정한 건 ‘경쟁’이었어요. 제가 학교에 다닐 때 시험만 되면 엉덩이가 아팠어요. 초등학교 때 사촌 두 명이 저와 같은 반이었어요. 어쩔 수 없이 경쟁을 하게 돼요. 다른 애들하고는 경쟁을 안해도요. 그것 때문에 계속 아픈 겁니다. 엄마한테 말한 적은 없어요. 시험이 지나면 낫는 병이라는 걸 알았거든요. 

경쟁심은 인생을 갉아 먹어요. 질투에 돌입하는 순간 인생에서 행복은 끝납니다. 세상에 잘난 사람은 얼마든지 있거든요. 그 사람과 나를 비교하기 시작하면 행복할 수 가 없다는 걸 뼈저리게 느꼈어요. 우리도 초등학교 때는 경쟁이 없죠. 그렇다고 아예 없다고 말할 수 있나요? 그건 아니죠. 특수목적 중학교에 진학해야 하고, 모든 아이의 목표가 서울에 있는 명문대 가는 거라고 하잖아요. 그렇기 때문에 경쟁이 있죠. 학교에서 시험을 안 보더라도 여러 학원을 다니면서 무수한 경진대회나 경연대회를 하잖아요. 

대학 입학시험인 바칼로레아를 통과하면 대학은 누구나 갈 수 있어요. 그랑제꼴(Grandes Écoles, 고등교육기관)은 다릅니다. 그랑제꼴에 들어가려면 고등학교 졸업하고 정규교육기관인 프레파(Prépa, 예비학교)를 2년 다녀야 해요. 그때만 열심히 합니다. 경쟁을 도구로 아이들을 교육하지 않아요. 수영을 다녀도 1주일에 한 번, 클라리넷도 1주일에 30분만 배워요. 일주일에 두 번하면 아이들이 거부한다는 거예요. 재미없어 하고요. 자발성, 호기심을 동기 삼아 아이들을 공부하게 해요. 

학교 이름 밑에 ‘자유, 평등, 박애(Liberté, Égalité, Fraternité)’가 적힌 사진을 등지고 목수정 작가가 강연을 하고 있다. 김재호 기자 ⓒ베이비뉴스
학교 이름 밑에 ‘자유, 평등, 박애(Liberté, Égalité, Fraternité)’가 적힌 사진을 등지고 목수정 작가가 강연을 하고 있다. 김재호 기자 ⓒ베이비뉴스

◇ “혁명으로 만들어진 학교…‘자유, 평등, 박애’는 모든 학교의 교훈”

‘학교’가 만들어지게 된 건 1789년 프랑스 혁명이 일어나면서 부터예요. 혁명 후에 시민들은 공화국을 세웠어요. 공화국은 왕이나 귀족이 아닌 시민이 다스리는 게 원칙이죠. 시민이 똑똑하지 못하면 나라가 망가지잖아요. 시민이 똑똑해야 하니까 학교를 세운 거예요. 고등학교까지 무상교육이고, 대학교 1학년 등록금도 20만원이에요. 그마저도 생활 장학금을 많이 줘요. 가난하다고 증명하면 주는 건데, 프랑스 학생들은 이걸 부끄러워하지 않아요. 돈이 없는 것과 내 능력이 즉결되지 않는다고 생각하거든요. 학생 때는 돈으로 서열화 되지 않아요.

지난번에 칼리가 이탈리아 베니스로 수학여행을 가게 됐어요. 한 명당 드는 비용은 460유로, 60만 원 정도죠. 교장은 “낼 수 있는 만큼 내라”고 했어요. 그러면서 “여기는 공화국의 학교니까”라고 덧붙였어요. 나머지는 파리시청 등에서 지원 받겠죠. 

저희 가족은 얼마를 냈을까요? 칼리 아빠는 ‘학교가 부모에게 돈을 요구하는 것은 공화국 원칙을 위배한다’고 해요. 그래서 200유로(약 26만 원)을 적어주더라고요. 200유로는 너무한 거 같아서 제가 두 번째 동그라미를 8자로 고쳤습니다. 칼리는 280유로(약 36만 원)를 내고 수학여행을 다녀왔어요. 수학여행 떠날 때도 학교에서 10유로(약 1만 3000원) 이상 가져오지 못하게 방침을 정했어요. 

프랑스 모든 학교에는 ‘자유, 평등, 박애(Liberté, Égalité, Fraternité)’라는 혁명의 3대 슬로건이 새겨져 있어요. 이것이 프랑스 모든 학교의 교훈인 셈이죠. 평등이 두 번째잖아요. 돈이 있건 없건 교육은 무료라는 게 기본 상식이에요. 대학교 때 등록금으로 20만 원을 내는 것에 계속 문제를 제기하고 있어요. 돈이 필요 없는 교육을 하다보니까 대학을 보낼 때 돈이 문제가 되진 않습니다. 길이 여러 개로 열려요. 하지만 돈이 필요한 세상에서는 가치가 딱 하나, 돈뿐이죠. 

우리나라에서 공부 제일 잘하는 사람은 법관이 되죠. 양승태 전 대법원 판사는 무엇을 했나요? 재판을 두고 거래를 하고 비리를 보고도 손 하나 까딱하지 않아요. 공부를 제일 잘 해서 하게 되는 게 ‘권력자 입맛에 맞게 거래를 하는 일’이라는 걸 사람들이 깨달았으면 좋겠어요. 제일 높은 자리에서 사람들이 보는 앞에서 무릎 꿇고 노예처럼 살기 위해 공부를 열심히 하는 거라고요. 그럴 필요가 없는 겁니다.

◇ “삶의 패러다임 바꾼 파업, 교과서에서 배운다”

한국 학교는 교육이 시험에 종속돼있어요. 선생님들은 점점 권위가 떨어지고, 애들은 학원에서 더 배우고, 기간제 교사는 아이가 무시하는데 혼내지도 못하고. 선생님 스스로도 많이 불행해 하더라고요. 선생님이 불행한데, 어디서 행복을 꺼내서 아이들에게 줄 수 있을까요? 한국 선생님들이 행복할 수 없는 건 전국교직원노조가 법외 노조이기 때문이라고 봅니다. 세상의 모든 교사가 전교조에 가입한 건 아니지만, 노조의 보호를 받고자 하는 사람이 있을 때 ‘너네는 불법이야’라고 한다면 선생님의 인권을 무시하는 것이지요.

프랑스에서는 중학교 4학년 때부터 노동인권 교육을 합니다. 중학교를 졸업하고 사회 진출하는 학생이 상당수 있기 때문에 그때부터 가르쳐요. 칼리는 초등학교 5학년 때 역사책에서 파업을 배웠어요. 2페이지에 걸쳐 나와요. 1936년 인민전선이라는 좌파연합 정부가 정권을 잡았는데 1주일 만에 노동자 200만 명이 거리로 나와 한 달 간의 파업을 했어요. 이때 최초로 유급휴가가 2주 생기고, 주 40시간 노동을 쟁취했어요. 노동자가 원했던 게 전면 타결이 돼요. 정부가 알아서 한 게 아니라 노동자가 파업을 했기 때문에 들어준 겁니다. 

노동자의 파업으로 삶의 패러다임이 바뀌었어요. 지금 프랑스 사람들은 주 35시간 일을 해요. 학교에서 공연이나 연극 관람 인솔자로 학부모를 차출하면 앞다퉈간다고 해요. 모든 부모가 직장을 다니지만 얼마든지 하루를 내는 게 가능하고 누구든지 그렇게 해요. 2015년 이전에는 아이들이 수요일에 학교를 안 갔거든요. 엄마들도 직장에 월화목금만 일하겠다고 계약할 수 있어요. 국가에서 직장을 다니는 부모를 위해 완벽하게 자녀를 돌봐주기도 해요. 

학교도 수시로 파업을 합니다. 아이들도 일상적으로 받아들여요. 본인들도 사회참여를 해요. 내가 원하는 것을 얻어내는 게 똑똑하다는 걸 알아요. 초등학교 아이들도 서명운동으로 떠나려는 선생님을 잡기도, 무서운 선생님을 바꿔달라고 하기도 합니다. 당연히 어디서 봤겠습니까. 어른들을 보고 하는 거겠지요. 목소리를 내서 삶의 몫을 찾고, 관심사를 찾아가는 걸 배운 거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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