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시간 일하고 30분 아이랑 놀고” 북한 워킹맘 이야기
“2시간 일하고 30분 아이랑 놀고” 북한 워킹맘 이야기
  • 최규화 기자
  • 승인 2018.08.02 08: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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통일을 꿈꾸는 엄마들의 모임 ‘평양시민 김련희에게 듣는 북한 엄마 이야기’

【베이비뉴스 최규화 기자】

지난달 26일 서울 행당동 평화이음 대회의실에서 ‘평양시민 김련희에게 듣는 북한 엄마 이야기’ 강연이 열렸다. 엄마와 함께 온 한 아이가 색칠놀이를 하고 있다. 최대성 기자 ©베이비뉴스
지난달 26일 서울 행당동 평화이음 대회의실에서 ‘평양시민 김련희에게 듣는 북한 엄마 이야기’ 강연이 열렸다. 엄마와 함께 온 한 아이가 색칠놀이를 하고 있다. 최대성 기자 ©베이비뉴스

“저도 부부싸움 많이 했어요. 남편이 술을 너무 좋아해서.(웃음) 그런데 큰 소리 내고 부부싸움 하면 이웃들한테 비판받아요. 아파트 다섯 개 층씩 하나의 ‘인민반’이 되는데, 한 달에 한 번 인민반 회의를 해요. 부부싸움을 크게 하면 ‘몇 호는 큰 소리가 자꾸 나는 것 같은데 뭐 때문이냐, 우리가 도와주자’ 이야기가 나와요. 너무 창피한 거잖아요. 그러니까 부부싸움을 해도 눈으로만 싸워야지 큰 소리는 절대 못 내요.”

남이나 북이나 부부싸움 하는 이유는 ‘거기서 거기’인 모양이다. ‘북한 부부들은 무슨 이유로 부부싸움을 하느냐’는 남쪽 엄마의 질문에, 북쪽 엄마 김련희 씨가 한 대답. “남편이 술을 너무 좋아해서”라는 대목에서는, 남쪽 엄마들 사이에서 웃음과 함께 “우리랑 비슷하네요”라는 말이 자연스레 들려왔다.

지난달 26일 오전 서울 행당동 평화이음 대회의실에서 열린 ‘평양시민 김련희에게 듣는 북한 엄마 이야기’ 강연 현장이다. 강연을 주최한 ‘통일을 꿈꾸는 엄마들의 모임’은 올해 말 방북을 목표로 남북 엄마교류를 준비하는 엄마들의 단체. 이날 강연 현장에는 아이들의 손을 잡고 온 엄마들을 비롯해 15명 안팎의 회원들이 자리했다.

강사는 ‘대구에 사는 평양시민’으로 알려진 김련희 씨. 1969년 평양에서 태어난 김 씨는 김책공업종합대학 양복점에서 일하던 양복사로, 2011년 친척들이 있는 중국여행을 갔다가 그곳에서 지병이 재발해 치료비를 벌던 중 탈북브로커에게 속아 한국에 오게 됐다. 그 뒤로 만 7년째 북으로 송환을 요구하고 있다.

‘통일을 꿈꾸는 엄마들의 모임’은 북한 사람들의 일상을 알 수 있는 정보가 극히 제한된 상황에서, 서로 다른 체제와 제도 속에서 살아가는 북한 엄마들의 생활에 대한 이해를 높이고자 김련희 씨를 초청했다. 

평양 출신으로 2011년 탈북브로커에게 속아 한국에 오게 된 김련희 씨는 만 7년째 송환으로 요구하고 있다. 김 씨는 이날 북한 엄마들의 출산과 육아에 대한 많은 이야기들을 전해줬다. 최대성 기자 ©베이비뉴스
평양 출신으로 2011년 탈북브로커에게 속아 한국에 오게 된 김련희 씨는 만 7년째 송환으로 요구하고 있다. 김 씨는 이날 북한 엄마들의 출산과 육아에 대한 많은 이야기들을 전해줬다. 최대성 기자 ©베이비뉴스

◇ “남쪽에 와서 남자가 육아휴직 한다 그래서 깜짝 놀랐어요”

“왜 가사노동을 남녀가 나눠서 해야 할까? 왜 애를 남편과 아내가 나눠서 키워야 된다고 생각할까? 이게 제가 남쪽에 와서 제일 많이 든 의문이었어요. 북에서는 ‘당연히 육아는 여자가 하는 것 아니야?’라고 생각했거든요. 남쪽에 와서 남자가 육아휴직을 한다 그래서 깜짝 놀랐어요.”

남북 엄마들의 생각이 가장 다른 점이라고 김 씨가 짚은 것은 가사와 육아의 성평등 문제였다. 남성의 가사분담과 ‘아빠육아’ 필요성이 많이 지적되고 있는 남쪽에 비해, 북한은 아직 가사와 육아는 여성의 몫이라는 생각이 강하다는 것이다. 남쪽에 온 지 얼마 안 됐을 때 김 씨는 아빠가 육아휴직을 한다는 말을 듣고 ‘그 집에는 엄마가 죽었나보다’라고 생각했을 정도로 “정말 이해하기 힘들었던 세상”이었다고 말했다.

신혼부부들의 큰 고민거리인 주택문제에 있어서도 김 씨는 처음에 남쪽의 상황을 잘 이해하지 못했다. 사회주의 체제인 북한은 부부가 혼인신고를 하면 국가에서 무상으로 주택을 공급하기 때문이다. 남쪽은 ‘집이 몇 평이냐’ 하는 것으로 집의 크기를 가늠하지만 북한에서는 ‘방이 몇 칸이냐’ 하는 것이 기준이 된다.

“대신 ‘우리는 폼 좀 잡고 싶으니까 세 칸짜리 큰 집 주세요’ 이런 선택권은 없어요. 부부 둘만 산다고 하면 한 칸이나 두 칸짜리 작은 집을 줘요. 부모를 모신다고 하면 세 칸, 네 칸 큰 집을 줍니다. 부모를 안 모시면서 큰 집에 살고 싶으면 빨리 애를 낳으면 돼요. 그러면 한 칸 집에 살다가도 식구 수에 따라서 두 칸, 세 칸 큰 집으로 갈 수 있어요. ‘폼 잡고 살고 싶으면 빨리 애를 많이 낳아라’ 이거죠.”

북한은 의료서비스 역시 무상이다 보니 김 씨는 남쪽의 엄마들이 자기 돈으로 병원비를 내고 아이를 낳는 것 역시 이해하기 힘들었다. 김 씨는 “제왕절개, 산후조리 이런 걸 자기 돈을 내야 할 수 있다고 해서 정말 깜짝 놀랐다”면서, “우리가(남북이) 이렇게 다르구나”라는 생각을 하게 됐다고 한다.

“왜? 내가 낳는 아이가 나 하나의 아이예요? 아니잖아요. 내가 낳는 이 아이는 이 나라의 기둥이고 보배고 이 나라를 이끌어나갈 보석 같은 아이잖아요. 그런 보석을 우리가 낳아줍니다. 그런 위대한 사람들인데 국가가 ‘정말 고생하셨습니다’라고 오히려 돈을 줘야 되는 거 아닐까? 이런 게 처음엔 이해가 안 됐어요.”

강연이 열린 평화이음 대회의실 벽에 지난 4월 남북정상회담 당시 문재인 대통령과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손을 잡고 있는 사진이 걸려 있다. 강연을 주최한 ‘통일을 꿈꾸는 엄마들의 모임’은 올해 말 남북 엄마교류를 준비하고 있다. 최대성 기자 ©베이비뉴스
강연이 열린 평화이음 대회의실 벽에 지난 4월 남북정상회담 당시 문재인 대통령과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손을 잡고 있는 사진이 걸려 있다. 강연을 주최한 ‘통일을 꿈꾸는 엄마들의 모임’은 올해 말 남북 엄마교류를 준비하고 있다. 최대성 기자 ©베이비뉴스

◇ “세쌍둥이 임신부는 농촌이나 섬에 살더라도 무조건 평양산원에”

북한에는 도마다 산원(産院, 여성종합병원)이 있고 그 아래로 지역마다 산부인과 병원이 있다. 김 씨의 말에 따르면 첫 아이를 임신한 초산부들은 의무적으로 산원에서, 둘째 아이부터는 지역의 산부인과 병원에서 아이를 낳아야 한다. 김 씨는 “아무래도 더 힘들고 두려운 초산부들을 배려하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북한 최대의 산원인 평양산원에는 평양에 사는 초산부들이 들어가게 돼 있다. 하지만 ‘삼태자(세쌍둥이)’를 임신한 임신부는 평양 밖 농촌이나 섬에 살더라도 무조건 평양산원에 입원해야 한다고 한다. 김 씨는 “출산할 때까지 무조건 있어야 하고, 애가 태어나도 4킬로그램까지 크기 전에는 퇴원을 못한다”고 전했다.

북한의 출산휴가는 240일, 8개월이다. 북한의 워킹맘들은 출산 전 2개월, 출산 후 6개월의 유급휴가를 보장받는다. 다만 자기가 일을 더 오래 하고 싶다고 해서 출산 전에는 1개월만 쉬고 출산 후에 7개월을 쉬는 식으로 휴가기간을 선택할 권리는 없다고 한다.

출산 후 6개월의 휴가가 끝나면 북한의 워킹맘들은 아이를 데리고 출근한다. 김 씨는 북한의 모든 기업소와 협동농장에는 필수적으로 탁아소(어린이집)와 유치원이 있다고 설명했다. 생후 6개월부터, 우리 식으로 말하면 ‘직장어린이집’에 아이를 맡기고 일을 하게 되는 것이다. 탁아소는 4살까지, 유치원은 5~6살, 7살부터는 소학교(초등학교)에 입학한다. 유치원 2년 중 ‘높은 반’인 6세반부터 12년제 무상의무교육이 시작된다.

“공장 안에 있는 탁아소에 아이를 맡길 때 제일 먼저 하는 게 젖량 측정이에요. 여성들이 다 체질이 다르잖아요. 누구는 얼마를 짜버리고 얼마를 먹여라, 누구는 얼마를 먹이고 얼마는 탁아소에서 주는 분유를 써라, 과학적으로 수유방식을 알려줍니다. 애들이 소화불량에 걸리거나 설사를 하면 보육원(보육교사)들이 책임지고 심하면 처벌받아야 되니까 엄마들이 수유까지 잘 지키도록 닦달하는 거예요.”

특이한 것은 남성의 하루 노동시간은 8시간인 데 비해, 아이가 있는 여성의 노동시간은 6시간밖에 되지 않는 것이었다. 그런데 출퇴근 시간은 남성과 똑같다고 한다. 워킹맘의 노동시간이 2시간 적은 이유는 두 시간에 한 번씩 30분 동안 탁아소에 가서 아이와 시간을 보내게 돼 있기 때문이다. 아이에게 젖을 주거나 놀아주는 시간. 김 씨는 “이 시간은 누구도 간섭할 수 없도록 노동법에 규정돼 있다”고 설명했다.

이날 강연 현장에는 이날 강연 현장에는 아이들의 손을 잡고 온 15명 안팎의 회원들이 자리했다. 강연과 수다(?)를 오가는 편안한 분위기 속에 이야기는 2시간 가까이 이어졌다. 최대성 기자 ©베이비뉴스
이날 강연 현장에는 이날 강연 현장에는 아이들의 손을 잡고 온 15명 안팎의 회원들이 자리했다. 강연과 수다(?)를 오가는 편안한 분위기 속에 이야기는 2시간 가까이 이어졌다. 최대성 기자 ©베이비뉴스

◇ 아이 여럿이면 ‘월요일부터 토요일까지’ 주(週)탁아소에 맡기기도 

하지만 제도를 악용(?)하는 사람들 때문에 문제가 생기기도 한단다. 김 씨는 “30분만 아이와 놀다 와야 하는데 40분, 50분씩 시간을 어겨 비판을 받는 엄마들도 있기 마련”이라고 덧붙였다.

아무리 직장마다 어린이집이 있다 해도 아이가 둘, 셋 되면 힘들 수밖에 없다. 특히 김 씨의 말처럼 “북은 남자들이 애를 안 데리고 다니고 무조건 애는 엄마 몫”이라면 더 그럴 것 같다. 북한은 “탁아소에서 남자가 아이랑 놀아주면 이상하다고 보는 문화”라서, 아이들은 다 엄마 직장으로 데리고 갈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아이가 하나일 때는 직장에 데리고 가는 게 괜찮은데 둘만 돼도 아침에 씻기고 먹이고 차비해서 나오려면 손이 많이 가겠죠. 그래서 지역마다 주(週)탁아소와 주(週)유치원이 있어요. 월요일에 출근하면서 큰애를 맡기고, 토요일에 퇴근하면서 데리고 갑니다. 일주일을 키워주는 거죠. 의무성은 없어서 싫으면 안 보내도 됩니다. 하지만 대체로 큰애는 주탁아소에 맡깁니다. 국가가 공짜로 키워주는데 내가 힘들게 키울 것 있겠어요?”

강연과 수다(?)를 오가는 편안한 분위기에서 계속된 이야기는 질의응답까지 두 시간 가까이 이어졌다. 강연이 끝나고 김은주 ‘통일을 꿈꾸는 엄마들의 모임’ 대표는 “역시 북한도 사람 사는 곳이라는 것을 다시 한번 느꼈다”며, “(남북 엄마교류) 준비를 더 많이 해서 꼭 가서 만나야겠다는 생각이 더 많이 든다”고 말했다.

또한 “아이를 국가에 맡기고 키우는 북한과, 모든 것을 부모가 해결하려는 우리가 참 다르다는 생각도 했다”며, “북한에 대한 이해만큼 역설적으로 우리가 사는 남쪽 사회에 대한 고민도 충분히 해야겠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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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o**** 2018-08-19 17:20:30
아하.. 이렇게 달랐군요!하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