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신할매~ 도와줘요!
삼신할매~ 도와줘요!
  • 칼럼니스트 한경훈
  • 승인 2012.05.21 12:07
  • 댓글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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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대의학에 의존말고 자연임신 우선해야 문화와 한방으로 보는 임신, 출산과 육아

[연재] 한경훈 원장의 산수유(産·授乳) 이야기

 

“원장님, 제가 5개월째 노력중인데요. 아기가 안 생겨요. 아기 잘 생기게 하는 한약이 있다던데, 정말 그런가요? 그걸 먹으면 금방 생길까요?”

 

진료실에서 20대 후반의 여성이 묻습니다. 한의원 접수증에 진료받기 원하는 내용을 적는 곳에는 ‘불임’이라고 적혀 있구요. 표정이나 말투에 아직 절박함은 찾아 볼 수 없지만, 그래도 제법 고민이 되었는지 진지하게 제 대답을 기다립니다.

 

전통사회에서는 자손을 낳아 세대를 잇는 것이 중요한 문제였고, 그러기 위해서는 우선 임신을 하는 것이 첫 번째 과제입니다. 동서양을 막론하고 아기가 생기게 해달라는 다양한 기원문화가 있어왔는데, 우리에게는 ‘삼신’신앙이 대표적이지요. 삼신은 무엇보다 아이를 점지해 주는 역할을 하면서, 원활한 출산을 관장하고 산모나 아기의 건강, 나아가 수명에까지 영향을 준다고 믿던 우리네 가정 신앙의 대상입니다. 뿐만 아니라 그 가정에 나쁜 일들이 생기지 않게 막아주고, 복을 불러오는 것도 삼신의 역할입니다. 하시는 일들을 보니 우리 조상들이 섭섭지 않게 챙기고 모실 수밖에 없었겠지요? 그래서 삼신단지를 만들어 안방에 모셔두고, 때마다 제사를 드리거나 가정의 대소사, 특히 아기를 갖는 문제에 대해 정성을 들였습니다.

 

첨단의료기술로 시험관아기도 가능한 세상에 웬 삼신타령이냐구요? 이제 와서 아기를 갖기 위해 삼신에게 치성을 드리자는 얘기는 아니지만, 가정 공동체가 한 생명을 기다리던 선조들의 정성은 여전히 의미가 있기 때문입니다. 불임에 대한 의학적 정의는 부부가 임신을 희망하여 2년 이상 성생활을 하고 있음에도 임신이 되지 않는 경우를 말합니다. 그런데 1년 정도 임신이 되지 않아 불임클리닉에서 상담을 받게 되면 별다른 이상이 발견되지 않음에도 불구하고 바로 의료적 시술을 시작하곤 하지요. 심지어는 1년이라는 시간조차 고려될 것 없이 환자(?)가 원하면 언제든지 도와줘야 할 서비스처럼 비춰지기도 합니다.

 

아기를 갖지 못해 고통 받는 부부에게 현대의료가 획기적인 도움이 될 수 있는 것은 사실이지만, 그것이 꼭 필요한 경우 이상으로 확대되어 마치 모든 임신에서 의사의 도움이 필요할 것처럼 생각하는 것은 곤란합니다. 기술적 해결이 일상화 되면 생명에 대한 정성어린 기다림을 기대하기 어렵기 때문입니다. 우리가 옛 문화나 믿음에 고개를 갸우뚱하게 된다면 그것이 도깨비방망이처럼 보일 때이고, 고개를 끄덕이게 된다면 그 안에 담긴 마음을 볼 때입니다. 이제는 역설적으로 현대의료기술이 새로운 도깨비방망이로 여겨질까 염려됩니다. 위에서 언급한 5개월 된 불임여성도 실은 불임이라 볼 수 없는 것이지요. 너무 성급한 판단입니다. 그래서 건강관리와 임신을 위한 일반적인 조언을 해주고 스스로 불임이라 조바심내지 말도록 권했던 경우였습니다. 그런 의미에서 최근 '임신을 못한다'는 의미의 '불임(不姙)'이라는 말 대신, '임신이 어렵다'는 의미의 '난임(難姙)'이라는 용어를 사용하는 것은 의미있는 변화라고 생각합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정말 도움이 필요한 경우가 있습니다. 꾸준한 생활관리와 노력으로 여러 해 기다려왔지만 삼신할매의 응답이 없는 경우, 현대의학적 진단과 보조생식기술은 선택될 수 있을 것입니다. 이 때 한의학적인 방법도 좋은 대안이 될 수 있습니다. 한방진료는 질병을 치료하기도 하지만 개개인에게 특성에 맞춘 보약의 경우처럼 일상적 건강상태를 증진시키기도 합니다. 따라서 보다 건강한 몸상태를 유지하게 함으로써 자연스러운 임신을 위한 준비를 도울 수 있습니다. 그리고 더 나아가 수태와 안태를 돕는 침뜸 치료와 한약처방은 필요에 따라 적극적인 방법이 될 수 있습니다. 이 경우에도 몸 안에서의 임신을 전제로 하기 때문에 자연스러운 임신에 가깝다고 할 수 있습니다.

 

한편 한의학은 현대의학의 보조생식술과 함께 활용될 수도 있습니다. 한번은 인공수정을 시술한 담당 산부인과 의사가 몇 차례 실패 끝에 한방진료도 병행할 것을 권유하여 한의원에 오신 분이 있었는데, 침뜸치료와 한약을 처방하여 좋은 결과가 있었습니다. 이렇게 한방진료에 호의적인 의사선생님은 드문 경우지만, 서로간의 문화적인 오해를 걷어낸다면 꼭 도움을 필요로 하는 부부에게는 보다 좋은 방법이 될 수 있을 것입니다.

 

저출산문제가 한참 거론되던 2010년에는 한방난임학회가 창립되어 난임치료 표준진료지침을 개발하였고 몇몇 지자체와 난임부부지원사업을 진행하고 있습니다. 앞으로 건강한 몸과 여유로운 마음을 바탕으로 하는 자연스러운 임신이 더 많이 권장되고, 도움이 필요할 때에는 자연임신을 우선하는 선택이 이루어지기를 바랍니다.

 

*칼럼니스트 한경훈은 한의사이자 두 아이의 아빠로 첫째를 조산원에서 맞이하면서 출산문화에 관심을 갖기 시작했다. 둘째는 살던 집에서 감격스런 가정분만을 경험하였다. 현재는 출산문화에 대한 본격적인 연구를 위해 한양대대학원 문화인류학과에 입학하여 진료와 연구를 병행하고 있다. 산수유는 친근한 한약재의 이름이기도 하지만, ‘자연스러운 출산, 행복한 모유수유’에 대한 이야기를 나누고자 같은 이름의 칼럼을 시작하였다. 현재 안산 산수유한의원 원장, 국제인증수유전문가, 대한모유수유한의학회 운영이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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yeoj**** 2012-05-21 16:01:00
자연임신이 되면 좋으련만..
삼신할매가 도와주어 자연임신이 되면 좋겠지만 그렇지 못한 분들도 계시기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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