말 배우는 아이에겐 "뛰지 마" 대신 "천천히 걸어"
말 배우는 아이에겐 "뛰지 마" 대신 "천천히 걸어"
  • 칼럼니스트 이기선
  • 승인 2018.08.22 08: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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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아, 어떻게 이해할까] 영아의 언어발달② 지시어는 긍정적으로

Q. 22개월 아기를 키우는 엄마입니다. 아기한테 “안 돼”라는 소리를 하면 안 된다는 말을 들었는데, 저는 안 된다는 소리를 입에 달고 삽니다. 어떻게 하면 좋을까요?

아기한테 “안 돼”라는 소리를 하면 안 된다던데, 그럼 어떻게 하면 좋은가요? ⓒ베이비뉴스
아기한테 “안 돼”라는 소리를 하면 안 된다던데, 그럼 어떻게 하면 좋은가요? ⓒ베이비뉴스

A. 아기들에게 사람의 말소리는 매우 진귀한 경험이다. 한 돌경부터 일반 소리와 말소리를 구분하고, 두 돌경에는 말소리에 담긴 감정을 파악할 수 있다. 20개월경부터 단어를 조합할 수 있고, 두 돌이 지나면서는 부정어를 사용할 수 있다.

주변에서 어떤 언어를 듣는지가 영아의 말하기에 매우 중요한 역할을 한다. 듣는 언어가 입력되고, 그렇게 입력된 언어를 모방해서 영아는 그대로 따라 말하는 특성을 갖는다. 옹알이 이후에 한 돌쯤에는 첫 단어를 말하고, 두 돌쯤에는 두 단어를 말한다. 그 다음부터는 자기가 알고 있는 단어를 조합해서 말하기를 즐기고, 이때부터 부정어를 사용하기 시작한다.

2세아가 사용하는 부정어는 대부분 ‘안’을 붙여서 말하는 것이다. "안 돼", "안 먹어", "안 해", "안 좋아", "안 예뻐", "안 미워" 등 '안+동사' 식으로 단어를 조합한다. 3세가 되면 '안+동사'보다는 '못+동사' 식의 조합을 더 많이 보인다. 2세아가 '안+동사'를 더 많이 쓰는 이유는 여러 가지가 있겠지만, 엄마의 “안 돼”라는 부정적 지시어가 증가하기 때문이다.

2세는 이제 걷고 뛰기가 가능해지면서 세상의 모든 것들이 진귀해지는 시기이다. 혼자서 이동이 가능하지 않을 때에는 엄마가 안고 엄마와 같이 움직여야 했지만, 엄마의 도움 없이 자기 발을 움직여 원하는 곳에 갈 수 있다는 것은 영아가 미지의 세계에 스스로 첫 발을 내딛는 새로운 도전이 된다.

혼자서 가고, 보고, 듣고, 만지는 등의 감각적 경험을 하는 일이 너무나 즐거운 탐색의 과정이 된다. 이런 이유로 걷기를 ‘제2의 탄생’이라고도 말한다.

그러나 이런 시기에 가장 중요한 것은 바로 위험에 대한 인지능력은 미숙하다는 사실이다. 그런 이유로 엄마는 아기에게 끝없이 “안 돼” 소리를 남발하게 된다. 뛰어도 안 돼, 계단을 올라도 안 돼, 컵을 만져도 안 돼, 동생을 건드려도 안 돼 등. 그래서 아기들은 '안+동사' 식의 부정적 지시어를 무수히 듣게 되고, 그 말을 그대로 따라 하는 학습을 하게 된다.

◇ 부정적 지시 남발, 자율성 발달에 부정적 영향 준다

아기가 엄마의 “안 돼”를 이해하기보다는, 뭔가 마땅치 않은 일을 하면 엄마는 얼굴에 무서운 표정을 짓고 손가락을 들어올려 자기를 가리키며 소리를 높여 “안 돼”라고 말한다는 것을 인지하게 된다. ‘돼’라는 말에 ‘안’을 붙이는 언어적인 조합을 인지하고, 그 말을 반복하면서 연습한다. 그 연습으로 ‘안’이 조합된 언어에 재미를 느끼다가, 급기야 아기는 무슨 말이든지 ‘안’을 붙이는 문법적인 오류를 일으킨다.

엄마가 “○○야, 밥 먹자”라고 아기를 부르면, 아기는 엄마의 지시에 순응할 수 없다는 뜻으로 고개를 좌우로 흔들면서 “아니, 아니야, 안 밥먹어”라고 말한다. 엄마는 아기의 말을 문법적으로 따지지 않고 의미적으로 이해를 하지만, 2-3세경에 많이들 하는 말이다.

아기의 위험 상황 때문에 엄마는 부정적 지시어를 많이 쓰지만, 긍정적 지시어를 사용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유아교육기관에서도 부정적 지시어를 쓰는 경향이 있는데, 성인들 역시 부정적 지시어를 많이 듣고 성장하면서 자연스레 학습이 되었기 때문이다. 부정적 지시어를 긍정적 지시어로 바꾸는 연습이 필요하다.

영아는 알고 있는 단어보다 표현할 수 있는 단어가 적기 때문에, 부정어를 많이 들으면 자연히 부정어를 따라하게 된다. 아기들은 긍정적 지시어를 부정적 지시어보다 빠르게 인지한다. 부정문은 긍정문보다 늦게 발달하기 때문에, 한창 세상의 진귀함을 탐색하는 영아들에게는 긍정적 지시어를 들려주는 것이 언어의 수용과 이해에 더욱 효과적이다.

또한 자기 행동이 자꾸 제지를 당하게 되면 자신감이 없어진다. 어떤 행동을 할 때마다 엄마의 눈치를 살피게 되고, 그 행동을 해도 되는지, 하지 말아야 하는지를 물어서 허락을 받아야만 한다. 스스로 결정을 못하고 타인의 허락과 결정을 따른다. 즉, 자기를 믿지 못하고, 타인을 믿는 관계 양상을 학습하게 된다. 점차 탐색의 과정도 즐겁지 않고, 탐색행동은 감소하면서 자율성의 발달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치게 된다.

“하지 마, 뛰지 마, 떠들지 마, 남기지 마, 울지 마” 등의 말을 “해, 괜찮아. 천천히 걸어, 조용히 해, 잘 먹어” 등으로 바꿔 말해보자. 정중한 인사말과 감사함을 나타내는 단어를 따뜻한 시선과 함께 들려준다면 금상첨화가 될 것이다.

*칼럼니스트 이기선은 동덕여대에서 아동학(석박사)을 공부하고, 메가원격평생교육원 아동학과 교수, 동덕여대와 서울한영대학교 대학원 외래교수, 학교 밖에서는 부모교육전문가로, 함께하는아버지들의 정책위원으로 활동하고 있다. 역서로는 「자녀와 싸우지 마라」, 「꼬마영웅 레니」, 저서로는 「봄의 요정 보미」 등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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