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시태그로 보는 육아맘] 특이함을 특별함으로
[해시태그로 보는 육아맘] 특이함을 특별함으로
  • 칼럼니스트 여상미
  • 승인 2018.09.05 17:12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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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육아 #동일시 #물활론 #비교 #차이 #특이함 #특별함 #자존감

아이는 요새 자동차 놀이에 푹 빠져 있다. 지나가는 버스만 봐도 즐겨보던 애니메이션에서 나온 캐릭터들과 동일시하며 반가워하고, 집 안은 온통 아이가 줄 세워놓은 장난감 자동차들로 가득하다. 그저 가지고 노는 수준이 아니라 제가 먹던 음식도 나눠주고 목욕도 시켜주는 등 꼭 형제나 친구 대하듯 놀이를 한다. 이론적으로는 ‘물활론’이라고 하여 생명이 없는 대상에게 생명과 감정을 부여해 생각하는 경향으로 유아기에 흔히 나타나는 행동들이라고 한다.

그래도 엄마 입장에서는 너무 자동차만 편애하여 집중하는 것은 아닌가 염려스러운 마음에 다른 것들로 관심을 끌어보기도 하지만 이미 아이는 본인이 좋아하는 자동차에 온 신경이 집중되어 있는 듯하다. 그래서인지 여태껏 먹는 문제로 크게 속을 썩인 적이 없던 아이가 (자동차를 가지고 노느라) 밥을 거부하기도 하고 자고 일어나도 제일 먼저 자기 전 놓아둔 장난감 자동차들의 안부를 확인하곤 한다.

얼마 전 가족여행에서 생긴 일이다. 우리 아이와 개월 수가 비슷한 또래 아이들이 유독 많았던 숙소에서는 밥 먹는 식당, 산책코스 등 어딜 가도 친구들과 마주쳤다. 그래서인지 나도 모르게 자꾸 상대 아이와 내 아이를 비교하게 되었다. 또래 남자 아이들 대부분이 자동차 놀이를 좋아하는 것 같았는데 우리 아이 또래 친구는 자동차 장난감들의 개별 명칭이며 만화 주제가 등을 또렷하게 외고 부르는 것이 아닌가!

집에서 내 아이만 지켜봤을 때와 다른 조바심이 슬그머니 생겨나기 시작했고 본인이 좋아하는 자동차를 이용해서라도 무언가 가르쳐야 하는 건 아닌가 싶은 생각도 머리를 떠나지 않았다. 뿐만 아니라 밥을 먹을 때도 다른 집 아이들은 얌전히 앉아 엄마 아빠가 주는 음식을 잘도 받아먹는데 유독 우리 아이만 거부하고 떼를 쓰고 가만히 있지 못하는 것 같아 창피한 마음도 들었다.

다른 아이와 비교해서 야단치는 것이 좋지 않다는 것은 잘 알고 있었지만 나도 모르게 “저기 봐! 저 친구는 밥도 잘 먹고 자리에도 잘 앉아 있잖아. 여기서 소리 지르는 아이는 너밖에 없어. 너만 그래. 너는 도대체 왜 그러니?” 같은 말을 반복해서 하고 있었다. 우리 가족만 있을 때는 몰랐는데, 차라리 모르는 것이 약이라고 넓은 세상에 나와 다른 아이들의 행동을 보고 있자니 자꾸 우리 아이의 행동이 눈에 거슬리고 한심하게 느껴지기 일쑤였던 것이다.

특이한 우리 아이 특별하게 키우기! '비교' 대신 '차이'를 인정하는 것
특이한 우리 아이 특별하게 키우기! '비교' 대신 '차이'를 인정하는 것 ⓒ여상미

여행에서 돌아오는 날은 비가 부슬부슬 내렸다. 아이는 집에 도착해서도 여전히 자신이 좋아하는 장난감 자동차들과 종일 시간을 보냈다. 너무 내 시선으로만 아이를 비교하고 야단친 것 같아 마음이 좋지 않아 아이가 원하는 장난감을 가지고 빗물에 놀이를 하러 나갔다.

한참 고인 물에서 자동차 놀이를 하던 아이가 “바다 바다!”라고 외쳤다. 자동차에게 바다를 보여주고 싶다고 했다. 여행 중에 본 넓고 푸른 바다를 기억하는 모양이었다. 이전에 아이는 바다라는 단어를 말할 줄 몰랐었다. 그런데 이번에는 아이가 먼저 장난감 자동차를 데리고 바다로 가겠다고 했다.

비와 바다에서 어떤 연관성을 느낀 건지, 아니면 자신이 제일 좋아하는 것에 부모가 자신한테 해준 것과 같은 추억을 만들어주고 싶었던 건지 그건 잘 모르겠다. 하지만 가끔 이렇게 아이만이 할 수 있는 특이한 상상력과 돌발 행동은 단지 귀엽고 사랑스럽다는 마음을 넘어 이미 어른이 되어버린 내가 범접할 수 없는 대단한 힘을 가지고 있다는 생각이 든다.

그러니 어찌 보면 우리 아이가 남과 다른 것은 당연한 일이 아닐까? 세상 어디에도 똑같은 아이는 없을 테니 말이다. 유별난 아이, 특이한 아이의 행동들을 ‘특별함’으로 받아들이는 것. 그리고 그것을 인정하고 자존감을 키워주는 것이 어쩌면 내가 정말 노력해야 하는 일이 아니었을까?

가끔 조금만 더 단순하게 생각하면 육아가 편해질 때가 있다. 남과 다른 우리 아이! 비교하기 전에 그저 ‘차이’로 인정하고 받아들이는 것이 먼저인 것 같다. 특이한 내 아이가 앞으로 정말 특별한 아이가 될 수 있도록 말이다.

*칼럼니스트 여상미는 이화여자대학교 언론홍보학 석사를 수료했고 아이의 엄마가 되기 전까지 언론기관과 기업 등에서 주로 시사·교양 부문 글쓰기에 전념해왔다. 한 아이의 엄마가 된 지금은 아이와 함께 세상에 다시 태어난 심정으로 육아의 모든 것을 온몸으로 부딪히며 배워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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