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빠와 추억 만들기, 중요한 건 '돈'이 아닙니다
아빠와 추억 만들기, 중요한 건 '돈'이 아닙니다
  • 칼럼니스트 노승후
  • 승인 2018.09.27 08:44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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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부아빠의 독립육아] 일상 속에서 추억을 선물해주세요

아버지를 생각하면 저에게 떠오르는 추억이 하나 있습니다.

다섯 살 무렵, 아버지와 동네 목욕탕을 갔습니다. 아버지가 때를 미시는 사이, 저는 혼자서 이리저리 놀고 있었습니다. 그러다가 호기심에 온탕의 붉은색 수도꼭지를 만지고 말았습니다. 파란색 꼭지의 차가운 물과는 달리 붉은색 꼭지에서는 뜨거운 물이 쏟아지고 있었습니다. 저는 순간적으로 손을 뒤로 뺐지만, 뜨거움과 놀람이 뒤섞이어 소스라치게 울음을 터트렸습니다.

아버지는 제 울음소리를 듣고 깜짝 놀라 뛰어오셨습니다. 그러고는 제 손을 살펴보셨습니다. 크게 데지 않은 걸 확인하신 후 놀란 저를 달래주시기 시작하셨습니다. 저는 그때, 그동안 몰랐던 아버지의 자상한 면을 보게 되었습니다.

아버지는 저를 웃게 하려고 제 앞에서 갖은 장난을 치셨습니다. 그래도 울음이 그치지 않자, 마지막으로 비장의 카드를 꺼내셨습니다. 그 카드는 바로 저를 등에 태우시고는 온탕에서 수영하는 것이었습니다. 다행히 목욕탕은 한가했고 저는 한참을 아버지 등에 올라타서 신나게 놀았던 기억이 납니다.

아직도 아버지를 떠올리면 그때의 추억이 떠오릅니다. 그날의 따스했던 아버지의 마음도 함께 느껴집니다. 아버지가 돌아가신 이후에는 아쉽고 짠한 마음이 그 기억에 추가되었고요.

아이들과의 산행
아이들과 한 산행 ⓒ노승후

아이들에게 우리 아빠들은 어떤 아버지로 기억되고 싶으신가요? 물론 마음만은 좋은 아버지가 되고 싶지만 현실은 쉽지가 않습니다. 가족들의 생계를 책임지느라 밤낮없이 달리다 보면 항상 녹초로 집에 들어오는 게 일상이니까요. 그래서 막상 현실을 대하면 마음만으로 그치는 경우가 많습니다. 놀아달라고 달려드는 아이들이 귀찮게 느껴질 때도 있습니다.

좋은 아버지로 기억되는 건 그리 어렵지가 않습니다. 아이를 사랑하는 마음만 있다면 짧은 시간도 전혀 부족하지 않습니다. 짧은 순간이라도 아이들에게 집중하시면 됩니다.

추억이라고 해서 굳이 거창하게 큰돈 들여서 만들 필요도 없습니다. 키즈카페나 놀이동산을 아이들이 좋아한다고 해도, 그런 곳에 가는 게 전부는 아닙니다. 함께하는 그 시간을 아빠가 얼마나 아이들에게 집중을 하고 함께 즐기는지가 더 중요합니다. 같이 갔는데 정작 아빠는 핸드폰이나 보면서 시간을 때운다면 그곳에서도 아빠와의 추억은 남지가 않습니다.

사소한 것에서부터 시작하세요. 아이들에게 비싼 장난감을 사주거나 좋은 놀이공간에 데리고 간다고 관계가 알아서 좋아지지는 않습니다. 아이들에게는 똑같은 놀이일 뿐입니다. 비싸게 대하면 아이들이 더 좋아하고 잘 기억할 것이라는 건 어른이 된 부모의 착각일 뿐입니다. 오히려 온전히 즐기지 못하는 아이를 비용이 아까워서 탓을 한다면 차라리 안 가느니만 못하게 됩니다.

동네에서 아이들과 공놀이를 하고 술래잡기를 해도 충분합니다. 놀이터에서 신나게 땀 흘리면서 친구처럼 놀아만 주어도 충분합니다.

주말에는 도서관이라도 아이 손잡고 다녀와 보세요. 아이들이 좋아하는 책도 함께 찾고 아이들을 무릎에 앉혀서 책도 읽어주세요. 교육적인 효과도 크고 아빠가 아이들에게 집중할 수 있는 일석이조의 방법이 됩니다. 나중에 아이가 커서 아빠 품에 안겨서 재미있는 동화를 들었던 추억을 떠올린다면 조금 귀찮더라도 기운이 나지 않을까요?

늦게 퇴근하더라도 아이의 잠자리에서 옛날이야기를 들려주는 아빠가 되세요. 짧은 시간이지만 압축적으로 아이들의 기억에 좋은 아빠로 남을 수 있는 기회가 됩니다.

거창할 필요는 없습니다. 사소하지만 짧은 시간이라도 내 아이를 사랑하는 마음으로 같이 추억을 만든다면 충분합니다.  일상 속에서 아이들에게 아빠의 추억을 그렇게 선물해주세요. 사소해 보이더라도 아이들에게는 평생 가는 추억이 될 수 있습니다.

*칼럼니스트 노승후는 서강대학교 경제학과를 졸업하고 STX조선, 셀트리온 등에서 주식, 외환 등을 담당했으며 지금은 일하는 아내를 대신해 5년째 두 딸을 키우며 전업 주부로 살고 있습니다. 일과 가정 모두를 경험해 본 아빠로서 강연, 방송, 칼럼 등 활발한 활동을 하고 있습니다. 저서로는 「아빠, 퇴사하고 육아해요!」가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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