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모가 더 신난 아이의 가을 운동회
부모가 더 신난 아이의 가을 운동회
  • 칼럼니스트 노승후
  • 승인 2018.10.30 14: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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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부아빠의 독립육아] 아이들에게 부모의 열정을 보여주세요

첫째 아이의 어린이집 가을 운동회 날이었습니다. 처음 초대장을 받았을 때는 살짝 망설였습니다. 주말이라 살짝 귀찮기도 하고 처음 뵈는 다른 부모님들과 같이 어울린다는 게 부끄럽기도 했습니다. 그래서 아내와 한동안 참석을 고민했습니다. 하지만 우리 아이에게 가을 운동회의 좋은 추억을 선물해주고 싶다는 생각에 결국 참석을 하게 되었습니다.

저도 어린 시절, 운동회에 대한 추억이 있습니다. 청팀, 백팀으로 나누어 서로 승부를 가르던 기억도 있지만, 부모님들의 100미터 달리기 경기가 유난히 생각납니다.

평소 무뚝뚝하신 아버지들도 그날만큼은 달랐습니다. 모두 100미터 선수마냥 이를 악물고 질주를 하셨던 기억이 납니다. 자기 아버지가 넘어지거나 1등을 하지 못해 울거나 서운해하는 아이들의 모습도 기억나고요. 신발까지 벗어던지고 맨발로 달리셨던 친구 아버지도 계셨습니다.

그 열정의 100미터 달리기가 이제는 제 차례가 되었습니다. 살짝 걱정도 되고 설레기도 해서 운동회 며칠 전부터 동네 공원에서 달리기 연습을 했습니다. 부상 방지 차원이라는 이유였지만, 그래도 기왕 하는 거 아이 앞에서 1등 하는 모습을 보여주고 싶은 생각도 있었습니다. 혼자서 얼마나 시뮬레이션을 돌려가며 전력질주를 했는지 모릅니다.

아빠의 머릿속에는 온통 100미터 경주밖에 없었는데, 막상 가을 운동회에 와보니 경쟁보다는 축제의 장이었습니다. 아이들뿐만 아니라, 부모님들도 팀을 나누어 다양한 종목에서 선의의 경쟁을 즐겼습니다.

추억의 단체 줄넘기. ⓒ노승후
추억의 단체 줄넘기. ⓒ노승후

아이가 출전할 때는 부모가 목이 터져라 응원하고, 부모가 출전할 때는 아이가 목이 터져라 응원했습니다. 나중에는 아이의 운동회인지 부모의 운동회인지 헷갈릴 정도였습니다. 얼마나 열정적으로 참여하시는지 그 열기가 가을 햇빛 못지않게 뜨거웠습니다.

처음 뵈는 아빠, 엄마들도 한 팀이 되어서 경기를 하니, 금세 친해졌습니다. 이런 기회가 없었다면 그냥 어색하게 인사만 하고 지나쳤을 테니까요.

경기마다 승자와 패자가 있었지만, MC 분은 경기가 끝나면 서로를 격려하고 칭찬해주라고 하셨습니다. 경기할 때는 최선을 다하지만, 끝나고 나면 서로를 응원하는 모습에서 진정한 경쟁이 무엇인지도 몸소 배울 수 있는 시간이었습니다. 정말 '참석을 안 했으면 어쩔 뻔했을까'라는 생각이 들 정도로 저도 즐겁고 아이도 즐거운 시간이었습니다.

운동회를 하면서 우리 아이가 친구들과 어떻게 지내지는도 볼 수 있었고, 부모가 최선을 다하는 모습을 아이들에게 보여주는 것도 하나의 좋은 교육이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부끄러움이 많은 첫째 아이는 전 종목에 참여하는 엄마, 아빠를 보고는 자극을 받아서 본인도 스스로 이어달리기에 손을 들고 참여를 했습니다.

100미터 달리기 출발선에 선 엄마들. ⓒ노승후
100미터 달리기 출발선에 선 엄마들. ⓒ노승후

일 년 중 가장 쾌적하고 좋은 날씨에 펼쳐지는 가을 운동회. 기회가 되신다면 적극적으로 참여하시라고 말씀드리고 싶습니다. 아이는 부모를 보고 자랍니다. 살짝 귀찮고 부끄럽지만, 부모의 모습을 우리 아이가 보고 배운다고 생각하니 저도 용기가 났습니다.

아이도 즐거운 운동회였지만, 부모에게도 오랜만에 운동회의 열정을 다시 느낄 수 있는 즐겁고 뜻깊은 시간이었습니다. 100미터 달리기 출발선에 섰을 때의 가슴 콩닥거림도 꼭 추천드립니다. 얼마나 긴장되는지는 한번 서보시면 압니다.

*칼럼니스트 노승후는 서강대학교 경제학과를 졸업하고 STX조선, 셀트리온 등에서 주식, 외환 등을 담당했으며 지금은 일하는 아내를 대신해 5년째 두 딸을 키우며 전업 주부로 살고 있습니다. 일과 가정 모두를 경험해 본 아빠로서 강연, 방송, 칼럼 등 활발한 활동을 하고 있습니다. 저서로는 「아빠, 퇴사하고 육아해요!」가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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