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도덕적인 아빠일까?
나는 도덕적인 아빠일까?
  • 칼럼니스트 문선종
  • 승인 2018.10.31 11: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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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복지사 문선종의 '아빠공부'] 도덕적인 아이로 키우기

최근 사립유치원의 비리가 드러난 가운데 많은 부모님들이 분노하고 있습니다. 아이들을 위한 돈이 어떻게 개인의 사익을 위해 쓰일 수 있었을까요? 저는 이것을 도덕적 허가(Moral Licensing)가 아닐까 생각해봅니다.

'내가 말이야, 아이들을 사랑으로 가르치고, 돌봐주고, 밥도 먹여주고, 아이들을 위해 헌신했잖아! 이런 돈 좀 쓰면 어때? 괜찮아. 좀 써도 돼.' 이런 마음이 아니었을까요? 이런 마음들이 개인의 도덕성을 무너뜨리고, 서서히 다른 곳으로도 물들어갔을 것입니다. 저는 이번 일이 대한민국을 '신뢰사회'를 만드는 기회가 되기를 진심으로 바라봅니다.

◇ 도덕적 허가

어릴 적 저는 행동이 조금 과한 나머지 혼난 적이 많았습니다. 기억에 남는 것은 아파트 복도에다 오줌을 싼 것인데요. 정말 많이 혼났습니다. 그것도 부모님이 계신데도 말이죠. 저는 그 행동이 부모님들에게 허용될 줄 알았습니다. 오줌을 싸기 전 부모님께 칭찬을 많이 받았고, 시험 점수도 잘 받았기 때문에 이런 행동을 해도 허용해줄 것이라 생각했던 것이죠. 

자신과의 약속을 지키는 사람일수록 도덕성과 자존감이 높습니다. ⓒ문선종
자신과의 약속을 지키는 사람일수록 도덕성과 자존감이 높습니다. ⓒ문선종

요즘 들어 서율이가 장난감 정리를 하기 시작했습니다. 그리고 동생의 기저귀도 갈아주죠. 밥을 잘 먹지 않는 서율이는 "아빠, 봐봐! 나 김치 먹었어."라며 자랑하기도 합니다.

갑작스럽게 도덕적인(?) 모습을 보이면서 슬쩍 제안합니다. '나 이렇게 잘했으니까 나 이거 할래'라는 식이죠. 어김없이 식판에 할당된 밥을 잘 먹고 나면 냉장고를 열어 요구르트와 과자를 허락도 없이 마구 먹습니다. 이런 서율이의 행동, 도덕적 허가처럼 보입니다.

도덕적 허가란, 쉽게 말해 '나는 내가 도덕적으로 행동했으니까 한 번쯤은 비도덕적으로 행동해도 된다'라는 것입니다. 캐나다 토론토대학교 로트만경영대학원 니나 마자르(Nina Mazar)와 첸보 총(Chenbo Zhong) 교수는 실험을 통해서 "이전에 도덕적으로 옳은 일을 했다는 이유로 스스로의 비윤리적인 행동을 무의식적으로 용납한다"는 가설을 입증했습니다.

저도 그런 면이 있습니다. 힘든 일을 끝내고 나면 저 자신에게 보상을 주는데요, 참아왔던 술을 마십니다. "그래, 고생했으니까 한잔 하는 거야"라고 합리화하죠. 일주일 동안 수영을 꾸준히 나간 경우 "와~ 이제 좀 건강해진 것 같으니까 오늘 저녁에 또 한잔 해야지"라며 술을 마십니다. 제 자신이 정한 원칙을 깰 수 있는 면죄부를 주는 것인데요. 그렇게 해야 죄책감이 줄어듭니다.

니나 마자르와 첸보 총 교수도 연구를 통해서 도덕적인 사람이 오히려 비도덕적일 수 있다고 주장합니다. 

◇ 스스로의 기술에 걸리지 말기

저는 사회복지사로 현장에서 설문조사를 간혹 합니다. 사회문제 해결을 위한 활동 전에 조사를 하죠. 여기에는 이런 질문이 있습니다. "사회적 문제 해결을 위한 캠페인에 참여하시겠습니까?" 여러분은 이 질문에 어떻게 답하시나요? 대부분은 자신이 가치 있고 도덕적이라고 생각하기에 "예. 기꺼이 참여합니다."에 체크를 합니다. 하지만 안타깝게도 실제적인 참여를 독려할 경우 "바빠서 안 되겠는데요"라고 합니다.

우리가 '길에 떨어진 쓰레기를 주워야 한다'라는 기본적인 도덕적인 태도는 알고 있지만 행동으로까지 이어지지 못하는 것과 마찬가지입니다. 우리는 비합리적이고 불완전한 존재임을 알아야 합니다. "나는 도덕적인 사람이야"라며 자신의 무의식에서 거는 기술에 걸리지 말아야 합니다. 무의식 속에서 드러나는 나의 허점들을 의식으로 끌어내야 합니다. 멱살 잡듯이 말이죠. '나는 정말 도덕적인 사람일까?' 

◇ 언젠가 드러나는 '도덕적 허가'

타인을 속이기 전에 반드시 자신을 먼저 속여야 합니다. ⓒ문선종
타인을 속이기 전에 반드시 자신을 먼저 속여야 합니다. ⓒ문선종

도덕적 허가는 자신을 속이는 것이기에 언젠가는 반드시 드러납니다. 이것은 마치 손으로 눈을 가리면서 "나 숨었다. 찾아봐라."라고 하는 것과 같습니다. 그렇게 잠깐 속일 수 있지만 언젠가는 드러나기에 우리 스스로 경계할 필요가 있는 것이죠.

그런데 보다 끔찍한 것은 우리 자녀들도 어른들의 모습을 보고 자란다는 것입니다. 그러니 더욱 경계해야 합니다. 도덕적인 사람일수록 '나 자신'이 보고 있기 때문에 부정을 저지르지 않습니다. 

도덕적인 사람은 자아존중감이 높고, 특히 '자기 관리'가 철저합니다. 자신의 원칙을 스스로 잘 지키기 때문이죠. 규칙적으로 살고, 자신을 객관적으로 봅니다. 제가 좋아하는 개그맨 유재석 씨의 경우 이런 부분에서 탁월함을 보이는데요, 쉽게 말해서 어떤 상황에서도 자신을 객관적으로 보는 건데 마치 유체이탈을 해서 자신을 3인칭 시점으로 보는 것과 같습니다.

이를 '상위인지능력' 또는 '매타 인지능력'이 높다고 할 수 있습니다. 이런 사람들은 무의식적으로 일어나는 '도덕적 허가'를 알아챕니다. 최근 저의 행동을 되돌아보면 제 자신을 전혀 인지하지 못했습니다. 그렇게 결과적으로 나타난 문제가 '건강악화'였죠. 제가 내린 결론은 '도덕적 허가'에는 비용이 발생한다는 것입니다. '자기 보상'의 심리가 짙게 깔려 있거든요. 

◇ 나는 도덕적인 아빠가 되어야만 한다

누가 시키지 않더라도 누가 보고 있지 않더라도 스스로 한다는 것은 아주 큰 의미가 있습니다. ⓒ문선종
누가 시키지 않더라도 누가 보고 있지 않더라도 스스로 한다는 것은 아주 큰 의미가 있습니다. ⓒ문선종

아주아주 기본적인 상식입니다. 제가 행복해야 제 두 딸이 행복한다는 것 말이죠. 행복하기 위해서는 어떻게 해야 할까요? 담배를 끊을 당시 절대 피우지 않겠다며 생 담배 수십 갑을 버려가며 거의 1년 동안 나 자신과 싸웠는데… 그런 되돌이표에서 '난 안 되는 놈이야. 내가 이렇지 뭐.' 수도 없이 자책을 했죠.

그런데 어느 순간 제가 담배를 끊고 나니 제 자신에게 믿음이 생겼습니다. '그래, 난 아빠야. 정말 멋진 아빠야.'라며 행복감이 밀려오더라고요. 나를 속이고, 거짓말하고, 모른 척하는 사람이 행복할까요? 아니면 나를 믿고, 정직하고, 타인을 속이지 않는 사람이 행복할까요?

저는 후자 쪽의 사람들이 많기에 세상이 돌아간다고 믿습니다. '보이지 않는 손'이 세상을 어지럽혀도 '보이지 않는 심장'이 있기에 세상은 그래도 믿을 만하고, 따뜻한 곳이라고 말이죠. 오늘도 내일도 우리들의 삶 속에서 자신과의 싸움에서 '도덕적'으로 승리하는 멋진 부모가 되어볼까요?

*칼럼니스트 문선종은 사회복지학과를 졸업하고, 초록우산 어린이재단에 입사해 포항 구룡포 어촌마을에서 지역사회개발 '아이들이 행복한 공동체 마을 만들기'를 수행하고 있는 사회복지사이다. 아이들을 좋아해 대학생활 동안 비영리 민간단체를 이끌며 아이들을 돌봤다. 그리고 유치원 교사와 결혼해 두 딸아이의 바보가 된 그는 “한 아이를 키우는 데 한마을이 필요하다”는 철학을 현장에서 녹여내는 사회활동가이기도 하다. 앞으로 아이와 함께 유쾌한 모험을 기대해볼 만한 아빠 크리에이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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