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집중력 날치기’ 스마트폰은 아이의 공부를 방해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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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집중력 날치기’ 스마트폰은 아이의 공부를 방해한다 
  • 칼럼니스트 권장희
  • 승인 2018.11.01 19: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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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똑똑 육아 지혜바구니] 우리 아이 공부 잘하는 두뇌 만들기④
스마트폰은 아이의 의지력에 어떤 영향을 줄까 ⓒ베이비뉴스
스마트폰은 아이의 의지력에 어떤 영향을 줄까 ⓒ베이비뉴스

학창시절 선생님으로부터 자주 듣던 말 중에 하나. “공부는 머리로 하는 것이 아니라 엉덩이로 하는 거야!”

엉덩이로 공부를 한다는 것은 인내심을 가지고 끝까지 해야 한다는 것을 강조한 말이다. 엉덩이를 의자에 붙이고 앉아 있다는 것은 의지력과 주의력, 그리고 집중력을 발휘하는 상태를 상징한다.

창밖을 바라보면 파란 하늘과 들판의 익어가는 곡식들, 산에는 단풍이 물들고 있다. 딱딱한 책상에 앉아 ‘흰색은 종이이고 검은색은 글씨로다’ 생각하며 책과 씨름하며 보내기에는 밖으로부터 오는 유혹은 너무나 크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엉덩이를 의자에 붙이고 있으려면 의지를 동원해야 하고, 집중해야 하며, 자신이 가지고 있는 주의력을 총동원해야 한다. 

‘의지력(will power)’이란 개념은 조금 확장하면 ‘인내력, 끈기 같은 참아내는 힘’, ‘집중력, 주의를 기울이는 힘’, ‘통제력, 조절하고 절제하는 힘’ 등과 일맥상통하는 말이다. 당장의 욕구나 기분에 휩쓸리지 않고, 또는 주변의 즉흥적인 유혹에 끌려가지 않고, 자신이 정해놓은 목표를 향해 일관성 있게 끝까지 마무리하기 위해 노력하는 힘을 말한다.

‘네 기분대로 해라.’ ‘자유를 만끽하라.’ 이런 구호들이 난무하는 주변 환경에서 ‘의지력’이란 단어는 고리타분하고 청교도적인 경건주의처럼 오해되기도 한다. 그러나 의지력은 지구상에 움직이는 모든 생물 중에서 인간만이 가지고 있는 매우 강력한 도구이다.

의지력은 태어날 때 선천적으로 가지고 오는 것이 아니다. 태어나서 성장해가면서 인간의 뇌인 대뇌피질 속에 시냅스 형태로 만들어지는 영역이다.

모든 동물들은 태어나면 부모의 도움 없이 그리고 특별한 연습의 시간이 없이 스스로 걷는다. 그러나 사람은 아기로 태어나면 뒤집기를 하고 배밀이를 하며, 앉고, 걸음마 과정을 통해 걷게 된다.

태어난 후 1년 이상 동안 걷기의 연습 과정에서 어마어마한 의지력이 필요하고 이 기간 동안 아이의 뇌 속에는 의지력이 자리를 잡는다. 보행기를 많이 태우며 걷게 되는 아이들은 의지력이 약해진다는 주장도 이러한 관점에서 설득력이 있다. 

사람만이 걷기 위해 훈련의 시간이 필요하다는 것은 그 시기에 아기의 뇌 속에 의지력이라는 시냅스가 근육의 형태로 자리를 잡아야 하기 때문인지도 모른다. 나방이 누에고치에서 나오기 위해서는 많은 고통이 수반된다고 한다. 비좁은 공간을 뚫고 나오면서 몸에 상처를 입고 안간힘을 쓴다. 이 장면을 지켜본 사람이 나방이 쉽게 나오도록 가위로 누에꼬치의 구멍을 크게 뚫어주었다.

사람의 호의 덕분에 넓은 구멍으로 쉽게 나온 나방은 날 수가 없었다. 나방이 누에고치의 작은 구멍을 뚫고 나오는 힘든 과정은 그가 날 수 있는 힘을 키우는 반드시 필요한 과정이었다. 이 힘을 키우는 과정이 생략된 나방은 날 수가 없게 된 것이다.

◇ 스마트기기는 주의력과 의지력을 키울 기회를 빼앗아간다 

마찬가지로 우리 아이들은 영유아기부터 걷는 것은 물론이고, 오감을 이용하여 스스로 과제를 해결해가면서, 그리고 욕구를 참아가면서 살아낼 때, 의지력이 함께 자란다. 의지력이 발달되는 결정적 시기에 부모가 육아의 보조수단으로 쉽게 사용하고 있는 스마트기기는 자녀의 주의력과 의지력을 키울 기회를 빼앗아간다. 

우리 옛말에 ‘남의 힘을 빌리면 내 힘이 약해진다’는 격언이 있다. 우리가 전화번호를 스마트기기에 입력하고 사용하면서 우리의 기억장치에는 전화번호가 사라졌다. 가족의 전화번호도 외우지 못하는 상태가 된 것이다. 내비게이션을 사용하면서 거의 대부분의 운전자는 소위 ‘길치’가 되어버렸다. 내비게이션의 안내를 받아 가본 장소는 내비게이션 없이는 다시 찾아갈 수 없다.

이와 같이 스마트기기 같이 빠르고 편하고 쉽게 시간을 보낼 수 있는 도구를 사용하면서 아이들에게 필요한 의지력이 자랄 기회가 상실되고 있다.

스마트폰이 의지력이 자라지 못하게 방해할 뿐만 아니라 직접적으로 공부의 집중력을 빼앗아간다는 연구들이 많이 나오고 있다. 몇 개의 연구를 소개하면 다음과 같다.

텍사스의 라이스대학 심리학과 필립 코텀 교수팀이 영국 교육공학 저널 온라인에 발표한 연구에 의하면 스마트기기가 주의력을 떨어뜨려 결과적으로 대학생들의 학습에 방해가 된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스마트기기가 수업시간에 주의력을 분산시키는가'라는 질문에 24명의 응답자 평균은 4.03으로 비교적 강하게 동의하는 것으로 나타났다.(강한 반대 1점, 강한 동의 5점 척도)

대학생도 이럴진대, 뇌 발달의 결정적 시기를 살아가는 영유아기로부터 청소년기의 아이들에게 스마트폰은 집중력과 주의력, 의지력이 발달할 수 없도록 방해하는 도구가 될 수 있다.

스마트폰을 사용할 때만 주의력이 떨어지는 것이 아니다. 일본 홋카이도(北海道)대학의 가와하라 준이치로 교수의 연구는 스마트폰을 사용하지 않고 단지 옆에만 두어도 주의력이 떨어진다는 것을 밝혀냈다. 스마트폰 사용자 38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실험 결과가 일본심리학회 온라인 국제학술지에 발표되었다.

가와하라 교수는 실험 참가자들이 PC 모니터에 뜬 여러 가지 모양의 도형 중에서 "T"자 모양의 도형을 찾아내는 데 걸리는 시간을 측정했다. 참가자 38명을 2개 조로 나눠 20명으로 이뤄진 한 조에는 모니터 옆에 참가자의 스마트폰을 놓게 했다. 나머지 18명으로 이뤄진 조에는 스마트폰과 같은 크기의 메모장을 놓은 후 'T'자 도형을 찾는 데 걸리는 시간을 측정했다.

스마트폰을 놓아둔 조의 참가자들이 해당 도형을 찾는 데 걸린 시간은 평균 3.66초였다. 이에 비해 메모장을 놓아둔 조 참가자들은 평균 3.05초 만에 찾아냈다. 스마트폰을 놓아둔 쪽이 메모장을 놓아둔 쪽보다 약 20% 더 걸렸다.

이와 비슷한 연구가 미국에서도 있었다. 텍사스 오스틴대학에서는 대학생 795명을 대상으로 스마트폰이 인지능력에 미치는 영향에 대해 실험했다. 우선 스마트폰을 눈에 보이는 책상 위, 가방 또는 핸드백, 보이지 않는 다른 방에 두는 방법으로 인지능력과 집중력변화를 살펴보았다. 

실험결과 스마트폰을 가까이 둘수록 인지기능이 떨어지는 것으로 나타났다. 실험에 참가한 학생들은 스마트폰 때문에 집중력이 떨어진 것을 인지하지 못했다고 한다. 

더 흥미로운 사실은 스마트폰의 전원을 꺼도 결과가 달라지지 않았다. 즉 단지 스마트폰의 존재만으로도 집중력이 떨어진 것이다. 스마트폰에 대한 의존도가 높은 대학생의 경우 스마트폰을 멀리 둘수록 인지기능 저하가 적게 일어났다. 

인지기능평가는 단기 기억력과 관련된 작업기억, 학습능력과 관련된 유동성지능, 문제해결능력과 관련된 결정성지능의 세 가지로 평가했다. 즉 인지기능이 떨어졌다는 의미는 단기 기억력·학습능력·문제해결능력의 저하를 뜻한다.

◇ 자녀가 성공하기를 기대하는 만큼 스마트폰도 절제시켜야

KBS 다큐 시사기획 창 ‘스마트폰에 빠지다’(2016년 1월 26일 방영) 편에서 중학생들에게 스마트폰과 공부와의 관계에 대한 생각을 물어보았다. 아이들의 솔직한 이야기는 스마트폰이 공부집중력을 어떻게 빼앗아 가는지를 잘 보여준다.

“오늘 스마트폰으로 게임 한 판만 하고 공부해야지, 그러다가 계속 게임을 하게 됩니다. 시험공부 하다가도 시험공부 못하고 그런 경우를 많이 봐요.”

“눈앞에 있으나 없으나 항상 신경이 몰리는 건 스마트폰인 것 같아요. 그래서 집중도 안 되고 그때마다 엄마한테 혼나요.”

“공부할 시간에 계속 게임이 생각나니까 그런 것 같아요. 계속 그 게임 화면이 생각나요. 쏘고, 죽이고, 혼자 남았을 때 어떻게 하면 적들을 빨리 물리칠까 이런 거 그런 거 많이 생각해요”

고등학교에 들어가서 공부에 마음이 있는 학생들은 전화와 문자만 가능하고 와이파이 기능이 차단된 이른바 ‘공신폰’으로 바꾼다. 어쩌면 공부에 집중하여 원하는 대학을 선택할 성적을 얻고자 한다면 공신폰은 선택의 문제가 아니라 반드시 해야 할 필수적인 조건이다.

심리학에서 인간 성공의 요인을 연구할 때 가장 기본적인 두 개의 요소를 꼽는데, 하나는 타고난 ‘재능 혹은 지능’이고 다른 하나는 ‘의지력’이다. 그런데 재능이나 지능은 개선하거나 향상시킬 수 없는 선천적 요인으로 보기 때문에 이를 계발시키기 위한 연구는 의미가 없다고 본다.

따라서 심리학에서 인간 성공을 위해 필요한 조건의 핵심적인 연구대상은 '어떻게 의지력을 계발하고 향상시켜 성공하는 삶을 살도록 할 것인가'이다. 부모는 자녀의 지능은 어떻게 향상시킬 수 없겠지만, 자녀의 의지력은 얼마든지 키워줄 수가 있다.

스마트기기에 노출될수록 아이들의 아이큐가 점점 떨어진다면 성공적인 삶을 기대하기 어려울 것이다. 그리고 이러한 연구들이 나온다면 어떤 부모도 선뜻 자녀에게 스마트폰을 주려고 하지 않을 것이다. 지능이 저하된다는데 스마트폰을 어떻게 줄 수 있겠는가?

마찬가지로 성공요인의 다른 한 축인 ‘의지력’이 스마트기기로 점점 약해진다면 역시 아이는 성공적인 삶을 살아낼 수 없을 것이다. 그리고 동일한 이유로 부모는 자녀에게 절대로 스마트폰을 주지 않아야 할 것이다.

스마트폰이 아이들의 의지력이나 집중력, 그리고 주의력을 날치기하는 중이라는 여러 연구들은, 자녀가 공부에 집중하고 성공하는 삶을 살아내기를 기대하는 만큼 스마트폰도 절제시켜야 한다는 것을 말해준다.

*칼럼니스트 권장희는 교직생활을 거쳐 시민운동 현장에서 문화와 미디어소비자운동가로 청소년보호법 입법을 비롯해, 셧다운제도 도입, 청소년유해환경감시단 활성화, YP활동(청소년스스로지킴이, 미디어교육활동) 개발 보급 등을 해왔다. 2005년부터 지금까지 우리나라 최초의 인터넷 게임 스마트폰 중독예방을 위한 민간교육기관인 사단법인 놀이미디어교육센터를 설립해 기쁘게 강의하고 있다. 저서로는 「우리 아이 게임절제력」 「인터넷 게임세상 스스로 지킨다」 「게임 스마트폰 절제력」 「스마트폰으로부터 아이를 구하라」 등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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