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의 놀이 그리고 장난감과의 '줄다리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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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의 놀이 그리고 장난감과의 '줄다리기'
  • 칼럼니스트 이은
  • 승인 2018.11.08 14: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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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영부영 육아인류학] 미국 유학생 엄마의 육아이야기

큰아이는 어렸을 때부터 유난히 장난감을 좋아했다. 작은 손으로 자동차나 로봇을 골라들고는 고개를 갸웃, 이른바 장화 신은 고양이 눈빛을 발사할 때면 고슴도치 엄마는 마음을 추스리느라 수많은 갈등을 해야 했다.

한정된 생활비도 생활비지만 가지고 싶은 것을 모두 가질 수는 없다는 진리는 미리 아는 편이 훨씬 좋을 것이라는 생각 때문이었는데, 첫 손주에게 모든 것을 주고 싶어하시는 외할머니 외할아버지 덕에 나의 마음 다지기는 결국 실패. 아이는 좋아하는 장난감의 거의 대부분을 쟁취해내곤 했다.

한국에서 지내는 동안 주말에 외할머니와 같이 마트를 갈 때면 혹시 엄마가 쫓아올까봐 외할머니 손을 잡고 허겁지겁 “함미, 빨리 빨리” 하면서 장난감 코너로 뛰던 어린 아들의 모습이 지금도 떠오른다. 그 모습이 어이가 없어서 혼내줄까 하다가도 의기양양 장난감을 고르고 외할머니를 방패 삼아 내 눈치를 보면서 돌아오는 모습에 다 한때겠지 싶어서 헛웃음을 짓고 말던 때가 있었다.

아이는 지금도 장난감을 아주 좋아한다. 미국에서 아이가 좋아하던 가게 중 하나는 토이저러스(Toys R Us)였다. 북미 최대 완구류 유통 체인이었던 토이저러스는 지난해 9월 파산보호 신청을 낸 데 이어 올해 초 미국 전역의 182개 매장을 폐점하기로 결정했다. 업체 간 경쟁이 심해지고 장난감보다는 비디오 게임을 즐겨하게 된 아이들이 늘어난데다 온라인 쇼핑을 즐겨하는 인구가 크게 늘었기 때문이라고 추정된다.

토이저러스를 사랑하던 아이는 그 소식에 실망이 이만저만이 아니었다. 다행히 여름까지는 아직 열려 있는 지점이 꽤 있었고 몇 안 되는 남은 지점은 모두 최종 점포 세일 중이었다. 추억으로 남기겠다며 토이저러스 매장 앞에서 여러 장의 사진을 찍으라고 주문하는 아들을 보면서 나 역시 무언가 한 시대가 끝나는 느낌까지 받았다.

이제는 외가 찬스도 없고(여전히 소포로 부쳐주시는 경우도 있지만) 나와 남편은 생일과 크리스마스, 그리고 한국식으로 어린이날 말고는 아이에게 장난감을 사주는 경우는 거의 없다. 아이도 점점 자라다보니 또래 친구에게 들은 게임을 하고 싶어하기도 하고, 스스로 장난감을 만들기도 한다.

5살무렵 아이가 상자를 잘라 직접 만든 보트 장난감
다섯 살 무렵 아이가 상자를 잘라 직접 만든 보트 장난감 ⓒ이은

큰 상자를 잘라서 우주왕복선을 꾸미기도 하고 휴지심이나 종이를 재활용해서 로봇을 만들기도 한다. 장난감은 포장을 여는 한순간이지만, 오히려 아이 스스로 무언가를 만들고 함께 생각하고 만들어가는 시간은 과정 그 자체가 놀이가 돼서 참 좋다. 유희의 인간, 호모 루덴스(Homo Ludens)로서 단순히 노는 것이 아니라 정신적인 창조활동을 곁들이는 게 자연스러워져서 다행이다.

만들기를 좋아하는 아이는 곰손인 엄마보다 더 그럴듯한 장난감을 만들어낸다. 틀에 박힌 엄마의 사고방식을 벗어나서 종이를 연결해 경첩역할을 할 부품을 생각해내기도 하고 고무줄을 연결해 움직이는 모터를 만들어놓고는 아빠와 함께 지극히 '문과'적인 엄마의 접근방식을 비웃어대는 기염(?!)을 토하기도 한다.

물론 아이는 여전히 레고를 보면 어깨를 들썩이고, 마트에 장을 보러 가서는 장난감 코너를 떠나지 못한다. 매일 새롭게 등장하는 다양한 장난감들은 내가 봐도 너무 유혹적이다. 나 역시 인형의 집 앞에서 옛 향수를 불러일으키는 간절한 충동을 느끼곤 하니 말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둘째에게는 장난감을 덜 사줘보려고 한다. 첫째 때 방 하나 전체를 가득 채우던 외가 및 이모, 삼촌들 협찬 선물들은 거의 대부분 벼룩시장에 내놓거나 물려주거나 기증했다. 이제 돌도 안 된 둘째에게도 여전히 외가의 관심과 사랑이 쏟아지지만 장난감은 피해주시길 다시 한번 강하게 부탁드렸다.

훗날 아이가 정말 좋아하는 한두 가지는 특별한 날에 사주게 되겠지만, 아직 아기가 관심을 갖는 것은 언제나 엄마의 펜이나 주방의 냄비, 그도 아니면 오빠가 벗어놓은 파자마 등이다. 파자마를 덮었다 치웠다 하면서 까꿍 놀이를 해도 좋고, 엄마와 수저로 냄비를 두드리며 우리만의 음악회를 해도 좋다. 아기는 신이나서 까르르 까르르 엄마, 아빠와 잘 논다.

이게 다 시간 운용이 상대적으로 용이한 공부하는 엄마의 특권이겠지만, 틈을 내서 함께 놀이를 하면 장난감보다도 더 재미있는 일들도 많다. 물론 여전히 바쁜 날에는 블록 한 팩이 나를 구해주고, 인형 하나가 자유시간을 선사해준다(감사합니다, 장난감들이여!). 그래도 전보다는 가볍게 줄여나가는 것, 큰아이를 키우면서 배운 교훈이다.

*칼럼니스트 이은은 두 아이를 키우고 있다. 미국과 한국에서 큰아이를 키웠고 현재는 미국에서 박사과정을 수료하고 논문작업을 하고 있다. 스스로가 좋은 엄마인지는 의구심이 들지만 아이들과 함께 하는 순간순간으로 이미 성장해 가는 중이라고 믿는 낙천적인 엄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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