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다리지 못하는 아빠 VS 기다려주지 않는 아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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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다리지 못하는 아빠 VS 기다려주지 않는 아이
  • 칼럼니스트 문선종
  • 승인 2018.11.23 15: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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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복지사 문선종의 '아빠공부'] 아이들의 주체성 어떻게 만들어지는가?

요즘 많은 분들이 저의 칼럼을 읽고, 멋진 아빠라고 칭찬을 해주십니다. 하지만 아직 부족한 부분이 많습니다. 아이를 키우는 데 넘어야 할 험난한 여정들이 참 많더라구요. 제 자신의 한계가 난관에 부딪힐 때는 좌절하기도 합니다.

그중에서 가장 넘기 어려운 산은 바로 제 자신입니다. 저도 부모님이라는 존재로부터 양육되어 왔기에 제가 갖고 있는 애착과 양육태도는 말할 수 없을 정도로 복잡합니다. 주변에서 관찰해주지 않으면 저도 제 자신을 모르는 것이죠. 최근에 중요한 깨달음은 아이를 키우는 데 가장 중요한 것은 내가 아는 것을 내려놓고, 나 자신을 객관적으로 보는 것이었습니다. 

고델의 '원형(Archetyp/의식할 수 없는 근원)은 우리 모두에게 있습니다. ⓒDisney Enterprises
고델의 '원형(Archetyp/의식할 수 없는 근원)은 우리 모두에게 있습니다. ⓒDisney Enterprises

제가 요즘 'UN아동권리협약 읽어주는 아빠'를 소재로 글을 쓰고 있는데요. '라푼젤'을 읽고, 영화로 보고 알면 알수록 제 모습과 많이 닮았더라구요. 라푼젤이 탑에서 도망쳐 나와 방황하는 모습은 부모의 애착으로부터 벗어나 고뇌하는 우리들의 모습처럼 보입니다.

탑을 도망쳐 나온 자신에 대한 확신과 더불어 마음속 깊은 곳에서 죄책감에 방황하는 라푼젤! 고델은 라푼젤을 탑에 가두고, 절대 밖으로 나가지 못하게 했습니다. 고델이 갖고 있는 모습의 '원형'은 우리 부모들이 모두 공통적으로 갖고 있습니다.

자녀를 특유의 소유물로 생각하죠. 이런 '원형'이 발현되면 아이를 정서적으로 신체적으로 억압하고, 학대하게 됩니다. 지금도 우리 주변에서 이런 안타까운 일들이 일어나고 있죠.

과거 안방극장에서 공감과 함께 분노를 하게 만들었던 KBS '사랑과 전쟁'을 보면 우리 사회의 가장 큰 문제가 드러나고 있습니다. 바로 좋지 않은 '애착'입니다.

결혼을 해도 부모로부터 정서적 독립을 하는 사람은 그리 많지 않습니다. 저는 요즘 부모님과 사이가 좋지 않습니다. 제가 세우고자 하는 원칙은 내 삶의 주인으로 거듭나는 것이고, 그런 주체성에 위협을 받으면 과감히 싸울 수 있어야 한다고 생각했기 때문입니다.

우리가 라푼젤에게 감탄을 해야 하는 이유는 그 탑을 빠져나왔기 때문입니다. 살면서 어떻게 부모와 갈등이 없을까요? 갈등의 원천은 '애착'에서 나옵니다. 그 애착은 정말 끈끈한 것이라고 단칼에 베어버리긴 상당히 어렵습니다. 부모님께 미안하고, 문득문득 죄책감이 괴롭히지만 온전한 나로 온전한 아빠로 살아가기 위해서는 태어나면서부터 세상과 관계를 맺었던 "애착의 세계"를 정확하게 이해해야 합니다. 

◇ 꺾여버린 기질, 다시 날개를 달다

저의 기질은 상당히 장난스럽고, 호기심이 많으며 활동적인 모습이었습니다. 하지만 학교라는 곳에 처음 들어가면서 저의 기질은 완전히 꺾여버리고 말았죠.

나중에 알게 된 사실이지만 담임 선생님이 학부모 개별 면담을 하는 자리에서 "이 학생은 너무 가르치기가 힘들어요. 얼마나 별난지."라며 아래쪽 책상 서랍을 열었다고 합니다. 촌지를 요구한 것이죠. 엄마는 거절했고, 집으로 와서 저를 호되게 혼냈습니다. 아직도 선명한 기억으로 남아있습니다. 집에서 몇 시간 동안 엄마에게 매 맞았죠.

그 후로 학교는 공포 그 자체였습니다. 특히, 수학 시간에는 늘 교실 앞에 엎드려뻗쳐 자세로 있어야 했죠. 선생님이 너무나도 무서웠습니다. 저는 그 이후로 학교 선생님들은 무서운 존재라는 생각을 만들었습니다. 이것은 비합리적인 신념으로 자리 잡게 되고, 대학교 때 인지하게 됩니다. 초등학교 3학년 때는 화장실 가고 싶다는 말하기가 너무나 두려워서 앉은 채로 오줌을 싸버리기도 했습니다. 

애착의 진정한 목표는 스스로 독립(Independence)할 수 있도록 주체성을 바로 세우는 일입니다.  ⓒDisney Enterprises
애착의 진정한 목표는 스스로 독립(Independence)할 수 있도록 주체성을 바로 세우는 일입니다.  ⓒDisney Enterprises

저는 죄책감이 상당히 많은 아이였습니다. 초등학교 5학년 때 운동부 학생들과 처음으로 점심시간에 학교를 나와 수업에 들어가지 않았죠. 선생님한테 혼난다는 사실보다 더 저를 두렵게 만든 것은 부모님에 대한 죄책감이었죠. 늘 부모가 바라는 대로 존재할 수밖에 없었기에 조금의 잘못에도 죄책감이 튀어 올라옵니다.

탑에서 도망 나온 라푼젤은 기쁨과 절망의 양가감정으로 괴로워하며 성장해가는 모습을 너무나도 잘 표현하고 있습니다. 애착의 진정한 목표는 아이의 기질을 바르게 이해하고, 존중해주어야 한다는 것입니다. 부모가 있어서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아이가 아니라 부모가 없어도 스스로 해결하는 힘을 갖게 만드는 것이 가장 이상적이고, 건강한 애착이라 할 수 있죠. 

서율이보다 더 쎈 기질의 22개월 둘째 지온이, 벌써 부터 걱정이 드네요. ⓒ문선종
서율이보다 더 쎈 기질의 22개월 둘째 지온이, 벌써부터 걱정이 드네요. ⓒ문선종

서율이는 저의 어린 시절 기질과 꼭 닮은 모습입니다. 자유분방하고, 절대 저의 통제에 따르지 않습니다. 밥을 먹으라고 하면 본인이 하고 있는 그림을 완성시킬 때까지는 밥을 먹지 않습니다. 화를 내고, 회초리를 든다고 해봤지만 그때뿐… 늘 똑같습니다.

정말 순간적으로 폭발할 것 같은 감정들이 차오릅니다. 아무리 사회복지사 아빠라지만 이런 감정들에 휩싸이면 스스로 객관성을 갖고 자기 관찰하기가 어렵습니다. 다행히 아내가 있어 저를 관찰해주죠. "당신이 서율이를 너무 기다려주지 않는 것 같다"는 이야기에 반성하게 됐습니다.

그리고 서율이에게 고마운 것은 우리가 태어나면서 갖고 있는 순수한 기질이 세상으로부터 꺾인다고 해서 어딜가지 않는다는 것을 깨닫게 해준 것이죠. 35살이 된 지금도 제 자신의 모습을 찾아가기 위해 부단히 노력하고 있습니다. 조금 더 공부한다면 서율이나 저의 기질에 날개를 달개 되지 않을까요?

◇ 과거가 아닌 실존적인 아빠가 되고자 결심한다

서율이는 자기가 입고 싶은 옷을 입어야 하는 스타일! 패션이 조금 난해하지만 존중해줍니다. ⓒ문선종
서율이는 자기가 입고 싶은 옷을 입어야 하는 스타일! 패션이 조금 난해하지만 존중해줍니다. ⓒ문선종

대학에서 사회복지학을 전공하는 순간부터 졸업하는 날까지 철학과 상담 공부를 절대 손에 놓지 않았습니다. 그러다 보니 프로이트의 정신분석에 심취한 적이 있었습니다. 아주 미쳐 있었죠. 공부를 하다 보니 점점 과거에 집착하게 됐습니다. 그럴수록 원망만 커지게 되고, 지금의 내 모습에 집중할 수 없었습니다.

그러다 발견한 것이 바로 '실존주의'였습니다. 온전히 나와 마주하고, 나를 찾아갈 수 있다는 생각이 들었죠. 내가 세상에 태어나 세상의 모든 관계를 부모와의 애착에서 배운 대로 맺어나갑니다. 이제는 제 스스로도 지금 이 곳에서 서 있는 실존적인 제가 새로운 애착의 역사를 써갈 수 있도록 도전해나갈 것입니다.

저는 서율이가 순수한 애착, 건강한 애착관계를 통해 라푼젤처럼 탑에서 나와 자신의 삶을 찾아가는 진취적인, 주체적인, 호기심 많고, 용기 있고, 도전적이며 자신을 확신하는 그런 사람으로 커가길 진심으로 바랍니다. 여러분의 자녀와의 애착을 어떻게 만들어가고 계신가요?

*칼럼니스트 문선종은 사회복지학과를 졸업하고, 초록우산 어린이재단에 입사해 포항 구룡포 어촌마을에서 지역사회개발 '아이들이 행복한 공동체 마을 만들기'를 수행하고 있는 사회복지사이다. 아이들을 좋아해 대학생활 동안 비영리 민간단체를 이끌며 아이들을 돌봤다. 그리고 유치원 교사와 결혼해 두 딸아이의 바보가 된 그는 “한 아이를 키우는 데 한마을이 필요하다”는 철학을 현장에서 녹여내는 사회활동가이기도 하다. 앞으로 아이와 함께 유쾌한 모험을 기대해볼 만한 아빠 크리에이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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