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동보호센터가 노래방보다 적다는 게 말이 됩니까"
"아동보호센터가 노래방보다 적다는 게 말이 됩니까"
  • 이중삼 기자
  • 승인 2018.11.30 19: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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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동학대 그 후, 국가는 부재중③] 구멍 '숭숭' 학대 피해아동 지원

【베이비뉴스 이중삼 기자】

끊이지 않는 아동학대 사건. 하지만 세상의 관심은 자극적인 학대 내용과 행위자에 대한 처벌에만 초점이 맞춰질 뿐, 피해자인 아동에 대한 사후관리와 대처에는 상대적으로 관심이 적다. 아동학대 사후관리 체계의 여러 문제점을 짚어보고 대안을 모색해본다. - 기자 말

영화 '미쓰백'의 한 장면 ⓒ㈜영화사 배
영화 '미쓰백'의 한 장면 ⓒ㈜영화사 배

“전국의 가정에서 폭력당하는 아이의 숫자는 수십, 수만인데, 아이를 받아줄 센터가 동네 노래방보다 적다는 게 말이 됩니까, 씨X.”(영화 '미쓰백' 중 형사 장섭의 대사)

지난달 11일 개봉한 영화 ‘미쓰백’(이지원 감독, 영화사 배, 2018년)은 자신을 지키려다 전과자가 된 주인공 백상아(한지민 분)가 아동학대를 받고 있는 이웃집 아이 지은(김시아 분)을 만나면서 벌어지는 이야기를 그렸다. 실화를 바탕으로, 아동학대 피해자이지만 끊임없이 가정이라는 가시덤불로 돌려보내지는 아이, 끔찍한 학대를 당했지만 보호자가 없으면 병원 치료도 받지 못하는 현실을 보여준 영화다.

영화 ‘미쓰백’은 학대 아동 보호 치료 서비스가 부족하다는 점을 지적한다. 극중 인물 장섭(이희준 분)의 대사처럼 현재 우리나라의 아동복지센터 수는 노래방 수보다 월등히 적다. 행정안전부의 지방행정 인허가 공개 사이트 ‘로컬데이터’에 따르면, 2018년 현재 전국 노래방 수는 3만 4303곳이다. 반면 학대로부터 아동을 보호하고 치료를 돕는 대표적인 기관인 아동보호전문기관은 전국에 고작 63곳뿐이다.

학대아동 사후 프로그램에 높은 평가를 받고 있는 미국은 가족중심 아동복지 실천을 지향한다. 한국보건사회연구원이 2016년에 발간한 연구보고서 ‘아동학대 피해아동 지원 체계 구축방안 연구’에 따르면, 미국의 아동보호 서비스는 1차적으로 가족 중심에서 위험 요소를 해결한다. 가족의 역기능적인 역할로 아동의 건강한 발달에 위험이 발생했을 경우 2차적으로 국가에서 책임을 지는 형태다.

아동학대를 예방하기 위해 유아기에서부터 정신적·심리적·환경을 고려한 조기 개입과 예방이 필요하다. 이를 위해 미국은 아동학대 방지를 위해 지역사회에 기반한 아동학대 예방 프로그램을 갖추고 있으며, 아동보호전문기관(CPS) 내 사회복지사의 책임을 강화하고, 학대 피해아동이 원가정으로 복귀하기 어려운 경우까지를 대비해 전방위적인 아동보호 체계를 갖추고 있다.

미국이 좋은 평가를 받고 있는 이유는 학대피해아동의 심리적·정서적·육체적 성장 및 발달에 있어서 국가와 민간이 유기적으로 함께 아동보호 서비스를 제공하기 때문이다.

지역사회 기반 아동학대 예방 프로그램은 부모-유아의 관계를 강화하는 방향으로 접근하며, 부모의 대처 기술, 부모 교육을 통한 사회적 지지 체계, 가정방문을 강조한다. 미국은 최대한 원가정에서 해결하려고 하며, 그것이 불가능한 상황이면 가정 외 보호와 원가정 병행 서비스인 위탁 양육 서비스를 실시한다.

최근 미국은 보호 요인을 기반으로 한 접근 방법을 강조하고 있다. 보호 요인이란 아동과 가족의 삶의 질을 증진시키고 위험을 줄이는 개인, 가족, 지역사회 혹은 일반 사회의 특정 요건을 뜻한다.

보호 요인 강화에는 지역사회의 협력 체계가 도움을 줄 수 있다. 지역사회 내 다양성 인정, 다양한 인구집단에 적절한 서비스 제공하기, 미디어를 활용해 지역사회의 참여를 이끌어내기 등은 지역사회 내 가족들에게 긍정적인 영향을 미친다고 보고 있다.

◇ “피해당사자인 아동들에 대한 국가 지원 정책은 전무”

보건복지부와 중앙아동보호전문기관이 낸 ‘2017년 전국아동학대현황보고서’에 따르면 전체 피해아동에게 지원된 서비스 50만 1465건 중에 의료서비스의 경우는 단 146건에 불과했다.자료사진 ⓒ베이비뉴스
보건복지부와 중앙아동보호전문기관이 낸 ‘2017년 전국아동학대현황보고서’에 따르면 전체 피해아동에게 지원된 서비스 50만 1465건 중에 의료서비스의 경우는 단 146건에 불과했다.자료사진 ⓒ베이비뉴스

반면 우리나라의 경우는 학대 피해아동의 보호에 있어서 국가 차원의 지원보다는 민간 역할을 중심으로 서비스를 지원하고 있다.

우리나라도 아동학대 사후 프로그램 원칙은 원가정 양육에 있다. 우리나라는 학대 피해아동을 위한 사후관리를 법적으로 권고하고 있다. 아동복지법 제28조에 의하면, 아동보호전문기관의 장이 아동학대가 종료된 이후에도 가정 방문, 전화 상담 등을 통해 아동학대의 재발 여부를 확인하도록 한다. 필요한 경우에는 피해아동 및 가족에게 지원을 제공하도록 하고 있다.

원가정 양육을 위해 다양한 보호·치료서비스가 마련돼 있다. 현재 정부가 실시하고 있는 아동학대 사후 보호서비스는 동일한 내용을 피해아동과 학대행위자로 나눠 진행한다.

피해아동·학대행위자에 대한 사후서비스는 ▲의료서비스(입원치료, 통원치료) ▲심리치료서비스(심리치료, 심리검사) ▲가족기능강화서비스(가정지원서비스, 사회복지서비스기관 연결, 공적지원 연결) ▲학습 및 보호지원서비스 ▲사건처리지원서비스(법률자문, 사건처리지원) ▲행위자수탁프로그램(임시조치, 조건부기소유예, 보호처분, 형벌과 수강명령 등의 병과) 등이다.

하지만 프로그램이 다양한 것과 달리, 시간이 지나면서 최종 사후관리서비스가 제대로 이뤄지는 건은 극히 적다. 보건복지부와 중앙아동보호전문기관이 낸 ‘2017년 전국아동학대현황보고서’에 따르면, 전체 피해아동에게 지원된 서비스 50만 1465건 중에 의료서비스의 경우는 단 146건에 불과했다.

고완석 굿네이버스 아동권리사업팀 과장은 베이비뉴스와 한 서면 인터뷰에서 “우리나라는 아동복지법에 아동학대 예방 및 지원 내용이 일부 포함됐으나, 피해아동 지원에 대한 근거 마련은 미흡하다”고 지적했다.

고 과장은 “우리나라 아동학대 예방 정책에서 정작 피해당사자인 아동들에 대한 지원 정책은 전무하다”며, “피해자보호 또는 지원을 위해 서비스 실천, 사후 사례관리를 할 수 있는 전문인력을 충분히 배치하되, 적정 사례관리 업무량을 제한해 양질의 서비스 제공 및 사례관리가 가능하도록 국가 투자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또한 한국보건사회연구원이 2016년에 발간한 연구보고서 ‘아동학대 피해아동 지원 체계 구축방안 연구’는 “사후서비스는 주로 상담을 중심으로 하고 있다”고 분석했다. '6개월에 한 번씩 전화하기' 등의 형식적인 서비스가 대부분이다.

아동보호전문기관의 인력의 부족과 예산의 불충분으로 사후관리서비스까지 충실히 하는 데는 한계가 있다. 따라서 연구보고서는 “아동보호전문기관의 인력 확충과 사후관리 예산 지원뿐 아니라 사후관리 서비스를 구체적으로 수행할 수 있도록 세분화된 지침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 기금에 의존하는 예산… 복지부 관련 예산은 고작 '10억 원'

지난 7월 5일 더불어민주당 남인순 의원(서울 송파구병)은 서울 영등포구 국회 정론관에서 아동학대 예방 및 피해아동 보호 예산을 증액하고 종사자들의 열악한 처우를 개선할 것을 촉구했다. 자료사진 ⓒ베이비뉴스
지난 7월 5일 더불어민주당 남인순 의원(서울 송파구병)은 아동학대 예방 및 피해아동 보호 예산을 증액하고 종사자들의 열악한 처우를 개선할 것을 촉구했다. 자료사진 ⓒ베이비뉴스

이상정 한국보건사회연구원 인구정책연구실 부연구위원은 베이비뉴스와 한 서면 인터뷰에서, 사후처리에 대한 치료 및 보호가 제대로 이뤄지지 않는 이유로 "아동보호전문기관 종사자의 과도한 업무량과 아동학대 관련 예산 부족 등의 구조적인 문제"를 꼽았다.

이 부연구위원은 “현재 아동보호전문기관의 종사자로는 조사판정, 사례관리 업무만으로도 업무량이 과중해 평균 근속이 2년 미만일 정도로 종사자들의 소진이 심한 상황”이라며, “상담, 치료와 같은 전문적인 사후서비스를 개발하고 제공할 여력과 인력이 부족하다”고 말했다.

덧붙여 “아동학대 관련 예산이 법무부와 기획재정부 기금 형식으로 의존하다 보니 매년 안정적인 예산을 확보하기 어려운 점이 있다”고 지적했다.

학대피해 아동이 늘어도 벌금과 기금이 더 걷히지 않는 한 기금 사업 예산은 안정적일 수 없다. 법무부의 범죄피해자보호기금은 아동학대 피해자 보호 및 지원 부분에 2015년 195억 원을 편성했지만, 2016년에 174억 원으로 줄었다가 2017년 182억 원, 2018년 193억 원으로 소폭 늘었다.

복권기금의 경우 2015년 57억 원, 2016년 137억 원, 2017년 163억 원, 2018년 191억 원이다. 아동복지를 다루는 소관부처인 복지부 예산은 2017년 기준으로 고작 10억 원에 불과하다.

지난 7월 5일 더불어민주당 남인순 의원(서울 송파구병)은 국회 정론관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아동학대 예방 및 피해아동 보호 예산을 증액하고 종사자들의 열악한 처우를 개선할 것을 촉구했다.

이날 남인순 의원은 “아동학대 예방사업의 운영 부처는 보건복지부이지만 설치 및 운영 재원은 법무부의 범죄피해자보호기금으로 나누어져 있어 아동학대 예방사업의 일관적 추진이 어렵고 적정 예산 확보가 곤란하다”며, “안정적인 사업 추진을 위해 아동학대 예방사업 예산을 보건복지부 일반회계로 전환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하지만 이날 남 의원의 기자회견 이후 지금까지 그와 관련한 정치권의 움직임은 더 이상 없는 상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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