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아이의 첫 '재롱잔치', 어떠셨나요?
우리 아이의 첫 '재롱잔치', 어떠셨나요?
  • 정가영 기자
  • 승인 2019.01.07 10:07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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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가영의 MOM대로 육아] 아이도 선생님도 힘든 '재롱잔치' 고민해봤으면

【베이비뉴스 정가영 기자】

지난주 아이의 어린이집 재롱잔치가 있었다. 공식 이름은 ‘음악회’. 요즘에는 재롱잔치를 ‘음악회’, ‘발표회’ 등으로 부르기도 한단다. 우리 아이가 벌써 무대에 서다니. 재롱잔치는 다른 아이들 이야기인 줄만 알았던 난, 재롱잔치 안내문을 읽다가 묘한 기분에 휩싸였다.

처음엔 참석해야 하나 망설였다. 재롱잔치가 네 살 아이에게 얼마나 큰 의미가 있겠나 싶고 무엇보다 행사가 저녁 6시 시작이라 둘째 아이 돌보는 것도 버거울 것 같았다. 그런데 아이 재롱잔치에 갔던 지인들이 참석하길 적극 권유했다. “안 보면 후회한다”는 것이었다. 무대 위 아이 모습을 보면 잠시 잊고 있던 부모로서의 벅찬 감동을 느끼며 눈물을 흘릴지도 모른다고 귀띔했다. 어떤 지인은 “아이가 어릴수록 순수해서 더욱 예쁘다”고 강조했다. 하긴 가만히 있어도 예쁜 아이들인데 친구들과 같은 옷 입고 줄줄이 서서 율동하는 모습은 얼마나 예쁘고 사랑스러울까. 남편과 둘째 아이와 다 같이 참석하기로 했다.

재롱잔치 필수의상인 흰색스타킹을 사서 세탁하고 카메라 배터리도 가득 충전해뒀다. 멋진 공연을 펼친 아이에게 전달할 사탕꽃다발도 미리 인터넷으로 주문했다. 어떤 업체들은 아이 이름이 적힌 피켓이나 LED 조명 응원봉도 판매하고 있었다. 보통 연말 혹은 졸업을 앞둔 1, 2월에 재롱잔치가 열리는데, 이 시기 관련 업체들도 바삐 움직이는 것 같았다. 일부 어린이집은 부모 만족도를 높인다는 이유로 값비싼 의상을 대여하거나 USB 영상 제작 등을 위한 비용을 따로 걷기도 한단다.

걱정과 달리 무대 위에서 즐겁게 율동하고 있는 아이 모습. 정가영 기자 ⓒ베이비뉴스
걱정과 달리 무대 위에서 즐겁게 율동하고 있는 아이 모습. 정가영 기자 ⓒ베이비뉴스

재롱잔치 당일이 되자 내가 더 떨리는 것 같았다. 행사장에 도착하니 무대 바로 앞자리는 빈자리 없이 꽉 찼다. 아이들의 예쁜 모습을 가까이에서 담기 위해 많은 가족들이 일찍 온 것이다. 곳곳에선 피켓을 준비해 들고 있는 가족도 있었다. 아이들은 하원도 하지 않은 채 미리 행사장에 도착해 리허설을 한 뒤, 무대 옆 대기실에 모여 대기하고 있었다. 아이가 지치진 않았는지, 잘 기다리고 있는지 궁금했다. 하지만 대기실 출입이 허용되지 않아 얼른 아이가 무대 위에 오를 순서만 기다려야 했다. 드디어 원장 선생님의 인사말로 행사가 시작됐다.

“음악회에 와주신 모든 분들께 감사 말씀 드립니다. 아이들이 이 날을 위해 6개월 전부터 연습해왔답니다. 우는 아이도 있을 테고 실수하는 아이들도 있겠지만 속상해하지 마시고 큰 박수로 응원해주시기 바랍니다.”

순간 남편과 눈이 마주쳤다. 아마 남편도 ‘6개월 전부터 연습했다’는 말에 깜짝 놀랐으리라. 6개월 전부터 연습했으리라곤 생각도 못했기에 조금 놀랐다. 엄마, 아빠에게 보여주려고 반복 연습을 해왔을 아이들을 생각하니 미안했다. 집에도 못가고 리허설 후 줄곧 대기하고 있을 아이들이 밟혔다. 얼마나 피곤하고 지루할까 걱정스러웠다.

다행히 무대에 오른 아이는 즐거운 듯 했다. 처음에는 긴장해서 어디에 눈을 둬야 할지 몰라 하는 것 같더니 이내 엄마를 발견하고는 씩 웃는다. 그러고는 번개파워 음악에 맞춰 멋진 율동을 이어갔다. 옆에 선 친구보다 한 박자씩 느리긴 했지만 선생님 지도에 맞춰 열심히 따라하는 모습이 대견스러웠다. “얍!” 하는 소리와 함께 태권도 격파 시범까지 멋지게 해냈다. 아기천사 의상을 입고 영어노래도 불렀다. 진짜 천사들이 서있는 것 같았다. 아이가 또래들보다 개월 수가 느려 큰 기대 안했는데, 정말 벅찬 감동이 밀려오고 있었다. ‘어쩜 이렇게 예쁠 수가. 내가 이런 아이를 낳았다니!’ 객석에서 박수 소리가 터져 나오자 아이들도 뿌듯해하는 것 같았다. 즐겁게 잘 해준 아이가 너무 고마워서 몇 번이고 안아줬다.  

마냥 아기 같던 아이가 언제 이렇게 컸나, 만감이 교차했던 재롱잔치. 율동을 잘 따라하고 안 하고를 떠나 또래 친구들과 깔깔 거리며 웃는 아이 모습을 볼 수 있는 귀한 자리기도 했다. 어린이집에서 아이는 어떤 모습일지 친구들과는 잘 지낼지 궁금한 게 많은데, 그 궁금증을 아주 조금은 해소한 것 같은 기분도 들었다.

하지만 한편으로는 무대에 오르는 고작 몇 분을 위해, 부모에게 보여주기 위해 아이들이 무슨 고생인가 싶어 마음이 짠해졌다. 무대 위에 선 몇몇 아이들은 이게 무슨 상황인가 얼빠진 얼굴로 굳어 있기도 하고 울기도 했다. 대기실에 있던 세 살 아이는 속수무책으로 울다가 결국 엄마 품에 안겨서야 울음을 그쳤다. 네 살인 우리 아이도 늦은 행사에 피곤해했는데, 네 살 아이들은 더 견디기 힘들었을 것이다. 무엇보다 가장 애썼을 사람들은 교사들이다. 몇 개월간 이 날을 위해 얼마나 많은 신경을 썼을지 설명하지 않아도 알 것 같았다. 원장선생님과 부모들이 만족할 무대를 만들기 위해 아이들을 지도하느라 고생했을 것이다.

재롱잔치가 갖는 긍정적인 부분도 분명 있겠지만 그저 부모에게 보여주기 위한 잔치라면 꼭 해야 할지 한번쯤 고민해봤으면 좋겠다. 요즘에는 수요 조사를 통해 재롱잔치 동의 여부를 묻거나 격년으로 진행하는 곳들도 많아지는 추세라고 한다. 부모의 만족보다도 아이 연령이나 컨디션을 최우선으로 고려해 재롱잔치를 아예 안하는 곳들도 있단다. 생각해보면 굳이 재롱잔치가 아니어도 우리 아이들은 매 순간 얼마나 예쁘고 추억할 모습들이 많은가!

*정가영은 베이비뉴스 기자로 아들, 딸 두 아이를 키우고 있습니다. 엄마의 눈으로 세상을 바라보며 아이들과 함께 성장하는 중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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