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해 소망, 엄마와 아이의 '동상이몽'
​새해 소망, 엄마와 아이의 '동상이몽'
  • 칼럼니스트 한희숙
  • 승인 2019.01.09 09: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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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림책 한 장 육아일기 한 줄] 너의 일곱 살을 응원해

연말연시를 독감에 걸린 아이를 돌보며 보냈다. 한 해가 가고 새해가 오는 일이 나이 많은 엄마에게는 달가울 리 없지만 어린 아이에게는 다르다. 몇 밤만 더 자고 나면 일곱 살이 되냐며 아이는 지난 연말 꼬박꼬박 날짜를 헤아렸다. 하지만 해가 바뀌는 줄도 모르고 아이는 고열에 시달리다 까무룩 잠이 들었다.

아이는 며칠을 지독하게 앓은 뒤 몸을 회복했고 그제야 우리 가족도 일상으로 돌아왔다. 언제 아팠냐는 듯 장난치며 까불대는 아이를 보니 절로 웃음이 나왔다. 엄마 이거 하자 저거 하자며 끝도 없이 놀아달라는 요청도 다시 시작되었다. 평소라면 반복되는 요구가 힘들고 귀찮았을 테지만 기꺼운 마음으로 응하게 되었다. 며칠간 죽만 먹던 아이가 제 숟가락을 들고 밥을 비우니 이 또한 흐뭇했다.

곧 잊게 된대도 평온한 일상이 주는 즐거움은 컸다. 우리가 금방 손에 쥘 수 있는 작은 행복이 건강한 일상 속에 있었다. 내 머릿속에 수두룩했던 새해 계획과 소망 중 가장 윗자리를 비우고 ‘우리 가족 건강’으로 채웠다.

사실 새해 들어 일곱 살이 되는 아이를 생각하며 엄마 입장에서 여러 가지 계획을 세웠다. 한글은 어서 봐줘야겠다 싶었고 왼손잡이 교정도 시급한 숙제였다. 전에 흥미를 보였던 미술도 다시 시작할 기회를 엿보는 중이었고 괜찮은 레고수업이 있다기에 체험시켜줄까, 하는 마음도 있었다. 수영이나 축구팀 수업도 이제는 할 수 있겠다, 싶었다.

단지 해가 바뀌었을 뿐인데 초등 입학이 일 년 앞으로 다가왔다며 엄마 혼자 초조했던 것이다. 일곱 살이니까 이 정도는 해도 된다고 내 마음이 허락한 과제들이었다. 하지만 일곱 살이 되었다고 아이에게 당연한 일이란 없다. 아이가 당장 급하게 해내야 하는 과제라는 것도 없다.

물론 세상의 일곱 살들을 떠올리며 일곱 살이라면 ‘이쯤은 해야지’ 그려볼 수는 있을 것이다. 진정한 일곱 살은 앞니가 하나쯤 빠지고 채소도 가리지 않고 잘 먹으며 스피노사우루스가 어떤 공룡인지 알고 그림으로도 표현 가능해야 한다.

또한 마음이 통하는 단짝 친구가 있으며 어린 동생에게 좋아하는 장난감을 내주는 양보심도 있어야 한다. 집 주소와 전화번호를 외울 정도의 암기력은 갖춰야 하고 어른들의 실수도 눈감아주는 능청스러움도 있으면 좋다. 그림책 「진정한 일곱 살」(허은미·오정택, 만만한책방, 2017년)을 통해 엿본 일곱 살의 여러 모습 중 일부다.

그림책 [진정한 일곱 살]의 한 장면
그림책 「진정한 일곱 살」의 한 장면 ⓒ만만한책방

이 책에서 열거한 일곱 살의 모습을 보면 더러는 우리 아이와도 비슷하다. 예를 들어 우리 아이도 공룡 그림 그리기 정도는 가뿐하게 해낸다. 책에서 이 부분을 보고 아이는 당장 스케치북을 들고 와서 급하게 그림을 그렸다. 그러고는 이게 스피노사우루스라며 한껏 뽐을 냈다. 채소도 가리지 않고 잘 먹는 편이다.

하지만 아이가 막히는 부분도 많다. 책에서는 애완동물을 잘 돌볼 줄 알아야 한다지만 멀찍이 떨어져 있는 강아지도 겁내는 게 우리 아이다. 진정한 일곱 살은 진정한 용기가 있어야 한다지만 주삿바늘 앞에서 아이가 용기 내기는 어렵다. 그리고 책에서 언급한, 엄마 아빠와 떨어져 밤잠을 자는 건 더욱 못할 일이다.

우리 아이를 포함해 이런 과제가 힘든 일곱 살들이 세상에는 많고 많을 것이다. 그래서 책은 이야기한다.

“괜찮아. 진정한 일곱 살이 아니면 진정한 여덟 살이 되면 되고, 진정한 여덟 살이 안 되면 진정한 아홉 살이 되면 되고, 진정한 아홉 살이 안 되면 진정한 열 살이 되면 되니까.”

지금 못한다고 재촉하지도 타박하지도 않는다. 여유를 둔다. 중요한 건 '지금 아이가 무엇을 할 수 있고 없느냐'가 아니라 아이의 성장 리듬에 맞게 아이를 지켜봐주는 것이다. 그 나이에 무조건 해내야 하는 절대적인 과제라는 게 일곱 살에게 있을 리 없다.

아이를 키우며 되새기는 한 가지는 엄마의 욕심이 커지면 아이의 성취가 작아진다는 것이다. 작은 일일지라도 아이가 무언가 해냈을 때 높이 평가해줘야겠다, 다시금 다짐해본다.

최근 아이가 아파트 단지 내에 있는 공부방에서 무얼 하나 배우게 되었다. 엄마와 떨어지면 큰일 나는 줄 아는 아이였는데 컸다고 한 시간 넘는 수업시간을 잘 넘기고 있다. 어느 아이에게는 아주 쉬운 과제일 수 있지만 우리 아이에게는 큰 발전이고 성취라고 생각한다.

나이 차이가 많이 나는 낯선 이들 사이에서 아이가 씩씩하게 수업 횟수를 더해가는 게 나로서는 퍽 대견하다. 잠시 숨을 고르고 내 아이만 본다. 그러면 칭찬해줄 일이 수두룩해진다.

요 며칠 아이는 자기가 일곱 살이 되었다고 걸핏하면 일곱 살 타령이다. 누가 시키지 않았는데도 용변 후 뒤처리를 시도하고 모자며 목도리, 부츠까지 번거로운 겨울 외출 준비도 야무지게 해낸다. 양치질도 꾀부리지 않으며 잠자리에도 일찍 든다. 이 모든 게 자기가 일곱 살이기 때문에 할 수 있게 된 거라는데 엄마 입장에서는 반가운 변화다.

걱정 많은 엄마의 걱정을 덜어주며 아이는 이렇듯 잘 자란다. 아이를 믿고 조급함을 덜고 천천히 아이의 일곱 살을 따라서 올 한 해 잘 살아봐야겠다. 모쪼록 긍정적인 변화들이 아이에게 많이 찾아왔으면 좋겠다.

*칼럼니스트 한희숙은 좋은 그림책을 아이가 알아봐 주지 못할 때 발을 동동 구르는 아기엄마이다. 수년간 편집자로 남의 글만 만지다가 운 좋게 자기 글을 쓰게 된 아기엄마이기도 하다. 되짚어 육아일기 쓰기 딱 좋은 나이, 일곱 살 장난꾸러기를 키우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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