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격 TMI' 새해 용산트윈스네 일어난 변화들
'본격 TMI' 새해 용산트윈스네 일어난 변화들
  • 칼럼니스트 전아름
  • 승인 2019.01.09 16: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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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용산트윈스 육아일기] 새해엔 우리의 삶이 어떻게 달라질까?

연말연초가 되면 ‘새해부터 바뀌는 복지정책’, ‘새해부터 바뀌는 교통정책’ 같은 기사들이 눈에 띈다. 유용한데다가 재미있다. 그래서 나도 써보기로 했다. ‘본격 투 머치 인포메이션(TMI)' 연말연초 용산트윈스에게 일어난 변화들을 소개해본다. 

새해에는 우리 경빈이 경진이 귀여운거 모르는 사람 없게 해주세요. ⓒ전아름
새해에는 우리 경빈이 경진이 귀여운 거 모르는 사람 없게 해주세요 ⓒ전아름

◇ 짜장면과 탕수육을 먹었다

경빈이 경진이가 짜장면과 탕수육을 먹었다. 지난해 12월 중순 즈음의 주말. 그날따라 유난히 밥 짓기가 귀찮았다. 남편도 별안간에 “짜장면과 탕수육이 먹고 싶어”라고 했다(사실 별난 일은 아니다. 남편은 늘 그런 것들을 먹고 싶어한다). 못 이기는 척 짜장면과 탕수육을 주문했다.

기름진 중국요리의 냄새가 쌍둥이들의 마음을 요동치게 만들었던 모양이다. 식탁 옆에 찰싹 붙어서는 제발 한 입만 달라는 듯이 앙앙대고 울어댔다. 우리는 못 이기는 척 짜장면 한 가닥을 입에 넣어줬다. 매번 슴슴한 아기용 카레나 아기용 짜장을 먹어온 쌍둥이들에게 생전 처음 먹은 짜장면은 어떤 맛이었을까? 어른인 우리는 짐작할 수 없었지만 엄청나게 맛있었던 것은 확실하다.

쌍둥이들은 발을 구르고 환호성을 지르며 집 안을 뛰어다녔다. 우리는 쌍둥이들의 입에 짜장면과 탕수육을 넣어주느라 제대로 식사하지 못했다. 나는 결국 그날 또 밥을 지었다. 

◇ 신혼희망주택을 신청했다

신혼희망주택 정책이 발표나자마자 남편은 “이것이야말로 우리를 위한 정책”이라고 매일같이 관련 기사를 검색하고 LH와 SH 홈페이지를 하루에도 수십 번씩 접속했다. 우리는 결혼한 지 아직 3년도 안 됐는데 애가 둘이다. 다행히도 무주택자고, 재산도 별로 없다. 서울에서 오래 산 서울 토박이들인데다가 청약통장도 있다!

서울 중구 정동에 국토발전전시관이 새로 개관했는데 거기 1층에 신혼희망주택 홍보관이 있다. 우리는 거기를 두 번이나 다녀왔고, “제발 당첨되게 해주세요”라고 소원을 쓴 포스트잇을 붙여놓고 오기까지 했다. 최근 경기 하남 위례와 평택 고덕의 청약접수가 시작됐다. 평택은 생활권이 너무 멀고, 위례가 그나마 남편의 직장과 가까운지라 접수했다. 

신혼희망주택에 들어간다고 해서 걱정이 끝나는 것은 아니다. 꽤 많은 대출금을 꽤 오랜 시간 갚아 나가야 하기 때문이다. 그러나 그럼에도 불구하고 우리가 신혼희망주택 입주를 바라는 이유는 그 도시의 목적이 아이를 키우는 일에 집중해 설계됐기 때문이다.

국공립 어린이집, 통학로, 공동육아공간, 육아지원센터, 비가와도놀이터(놀이터 이름이 그렇다. 놀이터 시설에 각각 지붕이 있어 비가 와도 아이들이 놀 수 있게 설계됐다), 학교, 교통 모든 것이 아이 키우기 좋게 만들어져 있다.

해방촌의 거친 노면과 나의 폐활량을 두 배가량 늘린 오르막길, 무법천지의 교통상황, 애들 데리고 마음 놓고 산책 나갈 수 없을 정도로 복잡한 도로환경에 지칠 대로 지친 우리가 기댈 곳은 신혼희망주택뿐이라는 생각마저 들었다. 

◇ 남편이 승진했다

아직 승진할 시기가 안 됐는데 2019년 1월자로 갑자기 승진했다. 승진 '턱'을 내느라 예상하지 못한 지출이 조금씩 생겼다. 남편이 회사 본부장에게 승진 감사 전화를 올리니 본부장님은 “그래, 쌍둥이들 잘 키우고…”라고 얘기했다고 한다. 쌍둥이들 덕에 승진한 것이 아닐까? 

◇ 어린이집을 옮기기로 했다

현재 쌍둥이들이 다니고 있는 어린이집은 선생님들도 친절하고, 시설도 깨끗하고, 친한 형, 누나들도 많이 생겨 쌍둥이들이 즐겁게 다니고 있지만, 가는 길이 너무 험하다. 오르막길 두 개, 내리막길 한 개를 견뎌야 등원할 수 있다. 비나 눈이 많이 오는 날엔 전쟁이 따로 없다.

어떤 날은 진짜 너무 힘들어서 유모차 끌다가 주저앉았던 날도 있다. 인심 좋고 따스한 해방촌 주민들이 도와주지 않았더라면 집에 오지 못했을 것이다.

4시 30분 이후에는 통합보육을 하는데, 어린이집에서는 어지간하면 통합보육 이전에 하원하길 바란다. 여름방학과 겨울방학도 긴 편이고, 무엇보다 전염병에 대한 관리와 통제가 엄격해서 아기들이 조금만 이상을 보여도 가정보육을 권한다. 한동안 "선생님 30분만 더 봐주세요" 라는 말을 달고 살았다.

마침 집 바로 옆 어린이집에 자리가 났다고 연락이 와서 최근 상담을 다녀왔다. 새 어린이집 원장님은 엄마들이 일에 집중할 수 있게 아이들을 돌보고 있다고 했다. 아침 7시 30분부터 저녁 7시 30분까지는 마음 놓고 아이를 맡기고, 시간연장형 보육을 신청한다면 밤 9시 30분까지 책임지고 돌봐주겠다고 말했다.

심지어 “애가 갑자기 아픈데 엄마가 회사에서 어떻게 오겠어요. 그럴 때는 제가 애들 데리고 소아과도 다녀오니까 그런 부분은 걱정하지 마세요”라고까지 말했다. 애들이 감기를 앓을 때마다, 열이 오를 때마다 여기저기 죄송하다는 소리를 하고 다녀야 했던 날들이 생각나서 문득 울컥해졌다. 적응기간이 약간 걱정되긴 하지만 여러모로 옮기는 것이 좋을 것 같아서 입학서류를 받아왔다. 

◇ 이게 다 경빈이 경진이 덕분이다 

육아를 제외한 부부의 개인적인 목표도 세워봤다. 매일 “몸이 뻐근하고~ 붓고~ 자도 자도 피곤하고 안 자면 더 피곤하고~ 먹으면 살찌는데~ 안 먹으면 기운 없고~”라는 말을 달고 사는 나는 우선 운동을 하기 위한 ‘계획’을 세우기로 했다(운동이 아니라 운동 계획을 세운다는 계획이다). 체중 감량도 필요하고, 내가 건강해야 육아도, 일도, 살림도 잘 꾸려나갈 수 있다는 책임감 때문이다.

기필코 운동 계획을 세워서 그 계획이 실천으로 이어지도록 해보겠다. 남편도 역시 체중감량이 목표다. 남산 같은 뱃살은 아기들을 재우기에 최적화돼 있지만 시중 매장에서 맞는 옷을 찾기가 어렵다. 여기에 관련 자격증을 따기 위한 공부를 시작해 보기로 했다. 자격증을 따놓으면 진급도, 연봉 인상도 빠르다. 아이들을 잘 키우기 위해서 바쁘지만 여러모로 준비해보기로 한 것이다. 

새해가 시작된 지 어느덧 열흘 남짓 지났다. 서른 즈음엔 그렇게 눈물이 나더니, 서른 중반에 가까워지니까 이젠 뭐 아무렇지도 않다. 그래도 달라진 것이 있다면 매해 연말연초를 핑계로 술에 찌들어 살았던 내가 결혼하고 아이를 낳은 뒤 새해 계획을 세우고 다짐이라는 것을 하게 됐다는 것이다.

“아이를 키우면 사람이 깊어진다”는 말을 들었다. 내가 감히 스스로를 ‘깊어지고 있다’고 말할 수는 없겠다. 다만 아이를 위해 내일을 준비하는 모습, 새로운 계획을 세우는 모습이 싫지 않다. 다, 경빈이 경진이 덕분이다. 뜻하지 않게 우리에게 찾아온 쌍둥이가 우리의 삶을 조금씩 좋게 바꿔놓고 있다.

*칼럼니스트 전아름은 서울 용산에서 남편과 함께 쌍둥이 형제를 키우고 있는 전업주부다. 출산 전 이런저런 잡지를 만드는 일을 했지만 요즘은 애로 시작해 애로 끝나는 일상을 살아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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