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선생님에게 총 겨눈 그림'… 소원이에게 무슨 일이?
[단독] '선생님에게 총 겨눈 그림'… 소원이에게 무슨 일이?
  • 권현경 기자
  • 승인 2019.01.14 17:18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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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등 1학년 정서적 학대 의심… 아동보호전문기관은 '혐의 없음' 판단

【베이비뉴스 권현경 기자】

그림 속에는 울고 있는 한 아이, 손에 자를 들고 있는 여자, 그리고 그 뒤의 총이 그려져 있다. 소원이는 그림에 대해 “소원이를 괴롭히는 담임선생님이요. 이렇게 총으로 쏘면 선생님이 맨날 맨날 혼내지도 않고 좋을 것 같아요”라고 대답했다. ⓒ제보자 제공
소원이가 그린 그림. 울고 있는 한 아이, 손에 자를 들고 있는 여자, 그리고 그 뒤에 총이 그려져 있다. ⓒ제보자 제공

“선생님, 저는 왜 학교에서 혼나기만 할까요? 죽고 싶다는 생각을 해요.”

경기 용인시의 A초등학교 1학년인 강소원(가명) 군이 미술학원 선생님에게 한 말이다. 미술학원 선생님은 소원이가 학교 담임선생님에게 많이 혼나고 이 때문에 선생님에 대한 미움이 있다는 것은 알고 있었지만 이처럼 심각한지는 몰랐다고 했다. 소원이의 상처 치유를 위한 상담이 꼭 필요하다고 느낀 선생님. 그는 소원이 엄마 B 씨에게 소원이의 학교생활을 확인해보도록 진지하게 권유했다.

B 씨는 소원이가 1년 내내 ‘학교에 가기 싫다’, ‘홈스쿨링을 하고 싶다’라고 하거나 ‘선생님한테 전화 왔었느냐’라고 묻는 말을 들어왔다. ‘아이들이 잘못하면 엄마가 혼나고 경찰서에도 가야 한다’는 말을 선생님한테 자주 들었다면서, 혹시 엄마에게 무슨 일이 생길까 불안해했다는 것.

선생님이 자로 아이들의 머리를 때리거나 배를 찌르고, ‘사랑의 매’라면서 책상을 두드리거나 위협을 한다는 이야기도 들었지만, B 씨는 그 이야기만으로는 선생님의 행동이 크게 잘못됐다고 생각하지 못했다.

그러다 지난해 10월경부터 소원이의 행동이 평소와 달라진 것을 보고 학급에서 무슨 일이 벌어지고 있는지 확인이 필요하다고 판단했다. B 씨는 소원이가 직접 녹음한 내용을 듣고서야 소원이가 그동안 한 말과 행동의 이유를 찾을 수 있었다. 

◇ 초등 1학년 입에서 "저는 왜 혼나기만 할까요… 죽고 싶어요"

소원이가 직접 녹음을 시작한 것은 10월 16일부터 한 달여간. B 씨는 녹음파일을 통해 선생님 C 씨의 ▲언어폭력(학생을 한 마리, 두 마리, 바보 같은 것들, 못난이 등으로 부름)과 ▲정서적 위협(훈육 시 윽박지르거나 공포 분위기 조성) ▲신체적 아동학대(자로 아이의 머리를 때리거나 배를 찌르는 등)를 확인했다고 주장했다.

특히 C 씨는 소원이를 다른 친구들이 있는 앞에서 큰 소리로 야단을 쳤다. 학생들이 뭔가를 잘못하면, 부모가 야단을 맞아야 한다거나 경찰서에 가야 한다는 말로 아이들에게 겁을 주기도 했다.

B 씨는 지난해 11월 26일 이 같은 내용을 담은 내용증명을 해당 초등학교 교장선생님에게 보내 진상조사와 책임 있는 조치를 요청했다. 이후 12월 13일 학교폭력대책자치위원회(아래 학폭위원회)가 열렸으나 교사에 대한 조치사항엔 ‘조치 없음’으로 19일 결과를 통지받았다.

B 씨는 학폭위원회 때 “내용증명 내용에 대해 C 씨가 제출한 서면 답변서만 봤을 때 크게 문제가 없다고 느꼈던 위원들도 (학급에서) 녹음된 것을 듣자 분위기가 반전됐다”고 주장했다.

예를 들어, C 씨는 서면 답변서에 “단체기합이라는 용어를 사용한 적도 단체기합을 준 적도 없다”고 했다. 그러나 기자가 확보한 녹음 파일을 확인한 결과, “전체기합이야. 다 일어나. 팔 번쩍 들어, 못난 것들이 그냥”이라고 윽박지른 것을 확인할 수 있었다.

◇ 그림 본 미술 선생님, “아이에게 심각한 마음의 병” 상담 권유

소원이의 미술학원 선생님이 작성한 사실확인서. 소원이의 담임선생님에 대한 미움이 이렇게 심각한지 몰랐다며 어머니께 소원이의 학교생활 확인을 권유했다. ⓒ제보자 제공
소원이의 미술학원 선생님이 작성한 사실확인서. 소원이의 담임선생님에 대한 미움이 이렇게 심각한지 몰랐다며 어머니께 소원이의 학교생활 확인을 권유했다. ⓒ제보자 제공

미술학원 선생님을 놀라게 한 소원이의 그림에는 무엇이 그려져 있었을까.

그림 속에는 울고 있는 한 아이, 손에 자를 들고 있는 여자, 그리고 그 뒤의 총이 그려져 있다. 소원이는 그림에 대해 “소원이를 괴롭히는 담임선생님이요. 이렇게 총으로 쏘면 선생님이 맨날 맨날 혼내지도 않고 좋을 것 같아요”라고 대답했다는 것. 이런 그림은 여러 차례 반복됐다.

지난해 10월 13일 경기 김포시의 한 어린이집 교사가 아동학대 가해자로 몰려 극단적 선택을 한 사건이 있었다. B 씨는 소원이가 그 사건을 두고 “엄마, 어린이집 선생님이 하지도 않은 일을 다른 사람들이 했다고 그래서 죽었잖아. 나도 그렇게 죽었으면 좋겠어”라며 눈물을 흘렸다고 말했다.

B 씨는 깜짝 놀라 무슨 일이 있었는지 물었다. 소원이는 “나는 친구 목을 조르지 않았는데 선생님이 아이들 앞에서 내가 친구의 목을 졸랐다고 야단치면서 자로 머리를 때리고 배를 세 번 찔렀어. 목을 조르지 않았다고 이야기했지만, 거짓말을 한다고 더 야단을 쳤어”라고 말했다고 B 씨는 전했다.

이후 소원이는 잠을 자다가도 일어나서 가슴을 치며 우는 일이 여러 차례 있었고, 낮에도 가슴이 아프다며 통증을 호소하기도 했다는 것이 B 씨의 주장이다. 하루는 소원이가 "엄마, 나는 나쁜 아이야. 학교에 불 지르고 싶어. 학교가 불에 타면 나는 다른 학교에 갈 수 있고 담임선생님은 안 보니까 살 수 있을 것 같아서…"라고 말한 날도 있다고 B 씨는 말했다.

또한 B 씨는 소원이가 아침마다 등교를 거부하고 때로는 전학 가게 해달라면서 사정하기도 했다고 주장했다. “나는 잘못한 게 없는 것 같은데 선생님이 친구들 보는 앞에서 ‘나쁜 아이’라고 큰 소리로 혼을 내며 귀를 세게 잡아당겨서 아프고 너무 창피했어”라고 말했다는 것.

◇ “어린이집 시절 정서적 학대 겪은 소원이… 특별히 부탁했는데…”

아동보호전문기관은 녹음파일을 듣지 못한 채 아동학대 혐의없음 결론을 내렸다. ⓒ베이비뉴스
아동보호전문기관은 녹음파일을 듣지 못한 채 아동학대 혐의 없음 결론을 내렸다. ⓒ베이비뉴스

특히 소원이에게는 과거 어린이집에서 정서적 학대를 당한 경험이 있다. B 씨는 그 뒤로 소원이가, 어른이 강압적인 말투를 쓰거나 공포 분위기를 조성하면 말을 제대로 못할 정도로 무서워하면서 안 하던 실수를 하는 등 심리적으로 크게 위축감을 느끼게 됐다고 전했다.

B 씨는 지난해 4월경 담임선생님 C 씨와 한 대면 상담에서 소원이의 이런 사정을 설명하고, 소원이가 초등학교 생활에 잘 적응할 수 있도록 부탁한 적도 있다고 말했다.

C 씨의 입장은 어떨까. C 씨의 입장을 듣고자 해당 학교로 수 차례 연락했으나 현재 병가 중이라는 답변만 돌아왔다. 여러 차례 시도한 끝에 C 씨와 연락이 닿았으나, C 씨는 문자메시지로 "아동보호전문기관에서 조사한 결과 아동학대 혐의 없음으로 통보받았다"며, "저도 몸과 마음이 힘든 상태라 더 이상 이야기하고 싶지 않다"고 밝혔다.   

성남시아동보호전문기관에서는 이번 사안을 아동학대가 아니라고 판단했다. 관계자는 7일 베이비뉴스와 한 전화 통화에서 "경찰, 교육지원청, 학교와 협력해 (학부모 동의를 얻은 학생에 한해) 해당 학급에 대한 전수조사를 실시했다"며, "교사로서 올바른 것만은 아니지만 종합적으로 판단했을 때 아동학대로 보기 어렵다는 결론이 나왔다"고 말했다. 다만 이 결론은 녹음파일을 확인하지 못한 채 내린 것이다.

◇ 아동보호전문기관은 '혐의 없음' 판단… 부모는 고소 예정

C 씨의 입장은 학폭위원회에 제출한 서면 답변서를 통해 확인할 수 있었다. C 씨는 자신을 향한 의심들에 대해 하나하나 반박했다.

언어폭력과 관련해, “잘못된 행동을 한 학생들에게 ‘마리’, ‘바보 같은 것들’, ‘못난이’라고 표현한 적이 있다는 것”은 인정하면서도 “‘마리’는 ‘개구리 한 마리’ 노래에서 나오는 것으로 개구리가 철없이 뛰어다니다가 다치게 된 것을 비유하며 교실에서 뛰어다니는 아이에게 ‘마리’라고 부른 적이 있다”고 설명했다.

정서적 위협과 관련해선, “수업 시간에 아이들이 집중을 못 할 때 ‘애들아, 선생님 좀 봐’ 이야기를 한 후, 듣지 않을 때 책상을 두 번 두드려 집중시킨 적 있다. 자는 학습도구이지만 ‘사랑의 매’라고 이야기한 적이 있다”고 했다. 또 “‘부모가 야단을 맞아야 한다’거나 ‘경찰서에 가야 한다’고 말한 적이 있다"면서, 이는 "친구의 목을 졸랐을 때, 화장실 창틀에 올라갔을 때, 위험성을 알리는 과정에서 말한 적이 있다”고 했다.

또 ‘자와 책 등으로 아이들에게 신체적으로 폭력을 가했다’는 의심에 대해서는, “쉬는 시간에 서너 번 위험한 행동을 할 경우, 혼난다는 의미로 배를 콕 치거나 머리를 친 적이 있다”고 해명했다.

아동학대 의혹에 대한 진상조사는 어떻게 진행됐을까. A초등학교 관계자는 4일 베이비뉴스와 한 전화통화에서 “매뉴얼에 따라 아동학대 신고 의무자로서 아동보호전문기관과 경찰에 신고했다. 학교는 무엇보다 피해 학생 보호조치에 집중했다”고 말했다. 교사에 대해선, “학교는 인사기관이 아니기 때문에 주의 조치는 내렸고, 수사 결과에 따라 교육청에서 (징계 여부를) 결정할 것”이라고 밝혔다.

용인교육지원청 역시 '수사기관의 수사 결과에 따라 인사 조치를 검토하겠다'는 원론적인 입장이다.

사건을 수사 중인 용인동부경찰서 관계자는 8일 베이비뉴스와 한 전화통화에서 “아동보호전문기관은 아동학대의 유무를 판단하는 것이지 수사기관이 아니기 때문에 아동학대에 대한 판단이 (경찰서와) 다를 수 있다”고 설명했다. B 씨는 금주 내로 교사 C씨를 고소할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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