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눈 가리고 아웅" 지도점검, 부실급식 못 막는다
"눈 가리고 아웅" 지도점검, 부실급식 못 막는다
  • 권현경 기자
  • 승인 2019.01.18 09: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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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시점검 늘려 지도점검 효율 높여야 한다는 목소리 높아

【베이비뉴스 권현경 기자】

최근 20일 사이 어린이집 급식 반찬에 수세미 한 번, 머리카락이 두 번 나왔다. ⓒ제보
어린이집 부실급식 제보 사진. 같은 어린이집 급식에서 20일 사이에 수세미 한 번, 머리카락이 두 번 나왔다. ⓒ제보자

#사례 1. “아이들 급식 반찬에 최근 20일 사이 수세미 한 번, 머리카락이 두 번 나왔어요. 음식에서 머리카락이 나오는 일은 아주 일상적인 일이에요.”

#사례 2. “저희 원에는 원아가 50명인데 두부 두 모로 국을 끓여줍니다. 자장면이 간식인 날에는 짜파게티(자장라면)가 나오고요, 뮤즐리 시리얼만 먹인다고 하고 7000원짜리 쌀 뻥튀기를 사와 간식으로 줘요. 식단표와 급식이 맞는 날이 한 달에 며칠 안 돼요.”

#사례 3. “썩은 고구마나 뻣뻣하게 말라비틀어진 식빵을 간식으로 내주라는 거예요. 식빵은 도저히 그냥 먹일 수가 없어서 잘라서 달걀 입혀 구워서 먹였어요. 양심상 도저히 그냥 못 먹이겠더라고요. 너무 속상해요.”

잊을만 하면 터져나오는 어린이집 부실급식 문제, 왜 반복될까. 이를 두고 현장의 보육교사들 등 일각에서는 사전에 통보하고 실시하는 지자체의 지도점검으로는 문제를 해결할 수 없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보육사업 안내'에 따르면, 현재 어린이집 지도점검은 시장·군수·구청장이 관내 어린이집 운영 전반에 대해 실시한다. 행정조사 기본법에 따라 지도점검 7일 전까지 해당 어린이집에 서면으로 통보하는 것을 원칙으로 한다.

다만 민원사항 조사, 부정수급 의심시설 점검 등 미리 통지할 경우 증거인멸 등으로 목적달성이 어렵다고 판단될 시는 행정조사의 개시와 동시에 점검의 목적을 대상자에게 구두로 통지할 수 있다.

보건복지부 관계자는 15일 베이비뉴스와 한 전화통화에서, 정기점검과 긴급점검 등 유형에 따라 지도점검 방식을 달리하고 있지만 원칙적으로 보육사업 안내의 행정조사기본법과 같은 입장임을 설명했다. 또한 "지자체에서도 '정기점검도 힘든데 불시점검까지 하는 것은 무리'라고 난색을 표하는 곳이 많다"고 전했다.

한 지자체 보육 담당 공무원 역시 "시군구마다 어린이집 수나 담당 공무원 인력 편차가 매우 크다"며, "지도점검 전담 인력이 있는 게 아니라서 예산교부, 정산, 당면 업무 등 실제 업무에서 지도점검을 할 수 있는 시간은 절반도 되지 않는다"고 말했다.

보육사업 안내. 어린이집 지도점검 관련해 행정조사기본법에 따라 7일 전 통보해야하지만 민원이 발생하거나 증거인멸의 가능성이 있을 때 지자체 판단에 따라 긴급점검을 할 수 있다. ⓒ베이비뉴스
'보육사업 안내'. 어린이집 지도점검 관련해 행정조사기본법에 따라 7일 전 통보해야하지만 민원이 발생하거나 증거인멸의 가능성이 있을 때 지자체 판단에 따라 긴급점검을 할 수 있다. ⓒ베이비뉴스

◇ 현직 원감도 “날짜 알려주고 준비하라는 지도점검, 효과 없다”

어린이집 현장의 목소리는 어떨까. 부실급식 사례를 제보한 경험이 있는 경기도의 한 보육교사는 "미리 연락하고 점검을 나오니 눈 가리고 아웅 하는 식인데 연락하지 말고 불시에 점검을 좀 나왔으면 좋겠다"며, "평소 조리사는 가운도 안 입고 모자도 안 쓰고 요리하는데 미리 다 알려주고 (점검을) 나오니 그때만 지키는 거다"라고 말했다.

문경자 대구 한사랑어린이집 원감 역시 "지도점검을 하되 날짜는 알려주지 않는 것이 중요하다"며 불시점검이 필요하다는 입장을 밝혔다. 문 원감은 "최근 한 지자체에서도 최근 1월, 2월 지도점검 일정표를 공개하고 어린이집에 점검을 준비해달라고 공지했다"며, "이렇게 해서는 지도점검 효과가 없을 것"이라고 지적했다.

김호연 어린이집비리고발센터 센터장도 “사전 통보를 하면 안 된다”고 강조했다. 덧붙여 “지자체가 어린이집 관리감독에 대한 계획이 있어야 한다"며, "급·간식에 대해 급식관리지원센터, 학부모 모니터링단, 지자체 세 곳에서 관리하지만 여전히 부실급식 문제가 사라지지 않는 것은 추적조사가 되지 않기 때문"이라고 꼬집었다.

김 센터장은 "(지도점검 때) 서류만 봐서는 절대 찾아낼 수 없다"고 지적했다. 김 센터장은 “지자체에서 지도점검을 나올 때 어떤 역할을 해야 하는지 무엇이 중요한지 잘 모르는 것 같다. 매뉴얼화 된 게 없고 주로 서류만 본다"며, "조리사 등 종사자 매뉴얼 기준을 상세히 해야 하고 먹거리가 굉장히 중요한 일이라는 것을 교육해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또, "지자체가 연간 지도점검 계획을 세우는 게 필요하다"며, "예를 들어 전체 어린이집 중 10%를 전수조사 하겠다고 계획했다면 5%는 행정조치 받았던 어린이집을 포함하는 등 데이터베이스를 만들어 담당공무원이 바뀌더라도 관리감독을 이어 갈 수 있도록 근거자료를 남겨야 한다"고 주장했다.

지난 10월 공공운수노조 보육 1, 2지부와 비영리단체 정치하는엄마들은 어린이집 비리를 유형별로 정리해 보육시설 비리 근절 대책 촉구 긴급 기자회견을 열고 부실 급식 내용을 상세히 폭로하기도 했다. 자료사진. ⓒ베이비뉴스
지난 10월 공공운수노조 보육 1, 2지부와 비영리단체 정치하는엄마들은 어린이집 비리를 유형별로 정리해 보육시설 비리 근절 대책 촉구 긴급 기자회견을 열고 부실급식 사례를 상세히 폭로하기도 했다. 자료사진. ⓒ베이비뉴스

◇ 보건복지부 “지도점검은 지자체 업무… 불시점검도 지자체 판단”

보건복지부는 지자체가 주체가 돼서 하는 정기점검은 1년에 한 번씩 전수조사 하도록 권고하고 있다. 그 외 보건복지부에서 집중점검을 기획해 기간을 공표하고 실시하거나 사회적 문제로 이슈가 되거나 민원이 발생하면 긴급점검(불시점검)을 실시한다.

지도점검을 사전에 알리지 않고 가는 방법은 없을까. 보건복지부 관계자는 "현장에서 말하는 불시점검을 나가려면 명분이 있어야 한다"며, "긴급점검 사유는 지자체에서 판단하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또한 관계자는 "사전 통보 없이 점검하면 보육 관련 단체에서 이의제기가 잇따른다"며, “원장님들이 '우리가 죄인이냐', '관련법엔 7일 전 고진데 왜 그냥 왔느냐'라고 항의하는 경우가 있다"고 말했다. 반대로 부실급식을 의심해 민원을 넣은 제보자 측에서는 "'내가 이 정도 (증거를 가지고) 민원을 넣었는데 왜 못 잡느냐'고 화를 내고 '원장들과 공무원이 한 팀 아니냐'는 의혹을 주장하기도 한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보건복지부는 어떤 해결방안을 모색하고 있을까. 보건복지부 관계자는 “어린이집 지도점검 자체가 지자체의 권한이라 불시점검에 대해서도 지자체가 판단하는 것”이라고 선을 그었다.

장지화 여성·엄마민중당 대표는 16일 베이비뉴스와 한 전화통화에서 "지도점검을 나가기 전에 통보해서 미리 준비를 다 해놓고 있으니 부정·불법행위를 적발할 수 없다"며, "1년 내내 불시점검을 하는 게 행정상 관리가 어렵다고 하면 상·하반기로 나눠 일정기간 실시하는 방법도 고려해볼 수 있지 않겠느냐"고 제안했다. 

국회 보건복지위원회 소속 더불어민주당 남인순 의원(서울 송파구병)은 또 다른 해법을 제안하기도 했다. 남 의원은 16일 베이비뉴스에 “지도점검이 사전에 통보되다 보니 실질적인 부실 사실을 확인하는 게 어렵고 몇몇 지자체에서 보육 담당 공무원과 어린이집 원장의 유착이 드러나기도 했다”면서, “담당 지자체가 아닌 다른 지자체가 어린이집 조사에 나서는 방안 등을 고려해야 한다”고 말했다. 

남 의원은 “실질적으로 어린이집 부실급식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내부고발이 가장 중요한데 내부고발자 보호체계가 미비해 내부고발자가 피해를 보는 경우가 많다”면서, “내부고발자 보호를 위한 세심하고 구체적인 메뉴얼를 만들고 제대로 수행하는지 확인을 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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