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엄마가 화내서 미안해” 말하자, 아이가 한 말
“엄마가 화내서 미안해” 말하자, 아이가 한 말
  • 정가영 기자
  • 승인 2019.04.02 09:25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AD
[정가영의 MOM대로 육아] “괜찮아요. 저 똑똑하잖아요!”

【베이비뉴스 정가영 기자】

화를 안내려고 했는데, 또 버럭 하고 말았다. ‘소리 지르지 말자. 버럭 하지 말자.’ 매일 아침 일어나 다짐하지만, 그 다짐은 또 금방 지키지 못할 약속이 돼버린다. 지난주 목요일 아침도 그랬다.

아침 9시 반까지 첫째 아이를 어린이집에 등원시키기. 그 임무를 완수하기 위해 내 입에선 “빨리 빨리”라는 말이 계속 튀어나왔다. 둘째 아이의 문화센터 수업까지 있어 더 급했다. 하지만 아이는 속 타는 엄마 마음을 아는지 모르는지 계속 장난만 치고 있었다. 밥도 안 먹고 옷도 안 입는다며 엄마를 피해 뱅글뱅글 돌았다. 다용도실에 들어간 사이 문을 잠가버린 바람에 한동안 엄마를 감금(?)시키기도 했다. 그것도 모자라 가만히 있는 동생을 건들기 시작했다. “귀염둥이~”하며 동생 볼 잡아당기기, 동생 몸 위에 올라가 레슬링 하기. 둘째 아이는 귀찮은지 계속 “엥~”하고 징징됐다.

“그런 장난은 동생이 싫어해. 다른 사람이 싫다고 그러면 하지 않는 거야. 얼른 어린이집 갈 준비해야지.”

“싫어 싫어~ 재밌잖아. 히히.”

‘저걸 그냥 콱!’

마음속에서 스멀스멀 올라오는 ‘욱’하는 감정을 꾹꾹 눌러 담았다. 아침동안 참은 ‘욱’이 몇 개인지 모른다. 그래도 아이를 기분 좋은 상태로 어린이집에 보내는 것이 제일 중요하니까, 그것만 생각하기로 했다. 즐겁게 아침을 시작해야 한다. 그래야 한다. 그런데! 어린이집 가방을 챙기고 있는 사이, 거실에서 쿵 하는 소리와 함께 둘째 아이의 울음소리가 퍼지는 게 아닌가! 동생이 들고 있던 장난감을 뺏으려다 동생을 밀어버린 것이다. 뒤로 넘어지며 바닥에 머리를 박은 둘째 아이는 기겁하 듯 울었다.

“야!!!!!!!!!!!!!!!!!”

누가 들었으면 동물의 포효 소리라고 착각했을지도 모른다. 참았던 화가 한꺼번에 밀려 올라왔다.

“엄마가 그건 안 되는 행동이라 그랬지! 너 정말 엄마 말을 듣고 있는 거야? 동생이 잘못되면 어쩌려고!!!!!!!!!!!!!!”

나의 쩌렁쩌렁한 목소리가 온 집안에 퍼졌다. 붉으락푸르락 하는 엄마의 얼굴이 아이 눈에 모두 입력되고 있었다.  ‘소리 지르지 않기로 했는데...’ 결국 아이는 잔뜩 기가 죽은 채로 어린이집에 갔다. 아침부터 아이 기분을 상하게 한 것 같아 나 또한 하루종일 마음이 편치 않았다.

바쁜 아침, 아이가 다용도실 문을 잠갔고 난 한동안 감금(?)됐다. 아침부터 화내진 않으려고 했는데, 쌓이고 쌓인 '욱' 감정이 터져버렸다. 정가영 기자 ⓒ베이비뉴스
바쁜 아침, 아이가 다용도실 문을 잠갔고 난 한동안 감금(?)됐다. 아침부터 화내진 않으려고 했는데, 쌓이고 쌓인 '욱' 감정이 터져버렸다. 정가영 기자 ⓒ베이비뉴스

하원 시간에 맞춰 아이를 데리러 가자 아이는 “엄마 화났어?”라고 묻는다. “엄마 화 안 났어~”하며 아이를 꼭 안아줬다. 하지만 집으로 돌아와서도 아침과 같은 상황이 두세 번 더 연출됐다. 아이는 동생에게 장난치고 나는 버럭 하는 상황. 육아라는 것이 어떤 날은 아이의 행동을 편안하게 받아들이지만, 또 어떤 날은 그게 어려워서 예민하게 반응해버리기도 한다.  특히 아이들의 다툼을 중재하거나 두 아이 모두를 다독여줘야 할 상황에서 난 더 예민해졌다. 육체적으로도 정신적으로도 지쳐있을 땐 더욱 그랬다. 

아이와 나란히 잠자리에 누워 말했다.

“엄마가 오늘 한결이에게 크게 소리 질러서 미안해. 많이 놀랐지?”

“네...”

“소리 안 지르려고 했는데, 동생이 다칠까봐 놀라고 화가 나서 엄마도 모르게 큰 소리가 나와 버렸어. 화가 난다고 소리를 지르면 안 되는 건데, 정말 미안해.”

“히히. 에이 뭘요~ 괜찮아요.”

“한결이가 미워서 그랬던 거 아닌데, 엄마 마음 알지? 엄마가 얼마나 한결이를 사랑하는지.”

“그럼요, 엄마~ 저 똑똑하잖아요~ 다 알아요~ 히히.”

아이 대답에 웃음이 나와 버렸다. 어찌 저렇게 대답하는지. ‘그렇게 똑똑하면 엄마 말도 더 잘 듣지 그래?’라는 말이 하고 싶은 걸 꾹 참고 고맙다며 안아줬다. 엄마의 사과를 쿨 하게 받아준 아이 덕분에 불편했던 엄마의 마음도 위로받는 느낌이다. 엄마도 엄마가 처음이라 다짐하고 다짐해도 실수하고 또 실수한다. 소리지르지 않기로 해놓고 또 소리지르고 다시 미안해하는 일상이 반복. 그래도 엄마의 마음을 조금은 공감해주는 것 같은 아이의 말에 다시 또 열심히 육아하기로 다짐해본다.

“미안하고 고마워. 오늘도 잘 해보자!”

*정가영은 베이비뉴스 기자로 아들, 딸 두 아이를 키우고 있습니다. 엄마의 눈으로 세상을 바라보며 아이들과 함께 성장하는 중입니다.

【Copyrightsⓒ베이비뉴스 pr@ibabynews.com】

기사가 마음에 드셨나요?

베이비뉴스는 창간 때부터 클린광고 정책을 유지하고 있습니다. 이것은 작은 언론으로서 쉬운 선택은 아니었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베이비뉴스는 앞으로도 기사 읽는데 불편한 광고는 싣지 않겠습니다.
베이비뉴스는 아이 낳고 기르기 좋은 세상을 만드는 대안언론입니다. 저희 기사가 마음에 드셨다면, 좋은 기사 후원하기에 동참해주세요. 여러분의 기사후원 참여는 아름다운 나비효과를 만들 것입니다.

베이비뉴스 좋은 기사 후원하기


※ 소중한 후원금은 더 좋은 기사를 만드는데 쓰겠습니다.


베이비뉴스와 친구해요!

많이 본 베이비뉴스
실시간 댓글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