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랑 갈 곳이 없어요” 그래서 직접 만든 엄마들의 ‘공동거실’
“아이랑 갈 곳이 없어요” 그래서 직접 만든 엄마들의 ‘공동거실’
  • 최규화 기자
  • 승인 2019.04.26 12:05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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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 성북마더센터 맘콩 김혜선 대표, 고은선·호은규 운영위원

【베이비뉴스 최규화 기자】

성북마더센터 맘콩은 지난 15일 서울 동소문동6가에 문을 열었다. 최대성 기자 ©베이비뉴스
성북마더센터 맘콩은 지난 15일 서울 동소문동6가에 문을 열었다. 최대성 기자 ©베이비뉴스

지난겨울에 겪은 일이다. 동네 카페에 앉아 노트북으로 일을 하고 있었다. 엄마 두 명이 각각 유모차를 끌고 카페 문을 빼꼼 열었다. 앞에 선 엄마가 고개만 들이밀고 카페 주인에게 물었다.

“저기요… 저희 들어가도 되나요?”

왜 굳이 허락을 구한 걸까. ‘노키즈존’이 아닐까 걱정한 걸까. 다행히 카페 주인이 문을 열어주며 반겼지만, 그 모습을 지켜보는 마음이 꽤나 씁쓸했다.

밖에서는 미세먼지 때문에 걱정, 안에서는 주변 어른들 시선에 눈치. 아이 데리고 갈 곳이 없다고 하소연하는 엄마들이 많다. 지난 15일 서울 동소문동6가에 문을 연 ‘맘콩’은 그런 엄마들이 직접 힘을 모아 만든 공간이다. 비영리 여성단체 성북마더센터는 “동네의 공동거실을 꿈꾸는 열린 공간”으로 맘콩을 만들었다.

독일에서 시작돼 세계 100여 곳으로 번져나간 마더센터는 엄마들을 위한 자치공간이자 문화공간. 현재 독일에는 400여 개의 마더센터와, 마더센터를 모델로 한 500여 개의 다세대하우스 등이 운영되고 있다.

서울 성북구의 여성과 엄마들이 직접 꾸려가는 마더센터 맘콩. 이 공간은 엄마들을 위한 카페와 아이들을 위한 트램펄린 등 실내 놀이공간으로 구성됐다. ▲영유아 육아 강좌 ▲교육공동체 학부모 강좌 ▲자기치유 심리학 독서모임 ▲우쿨렐레 동아리 ▲여성영화제 ▲어린이 벼룩시장 등의 프로그램도 계획하고 있다.

오픈 이튿날인 지난 16일 맘콩에서 김혜선 대표, 고은선·호은규 운영위원을 만났다. ‘맘콩은 모두의 동아리방이다’(김혜선), ‘맘콩은 지지와 환대의 공간이다’(고은선), ‘맘콩은 모두의 바람이 들고 나는 소통의 문이다’(호은규)라고 정의한 세 사람. 맘콩의 시작부터 목표까지 그들의 이야기를 들어봤다.

Q. 맘콩 건립 준비는 언제, 어떻게 시작했나요?

김혜선(아래 ‘김’) : “2018년 1월에 성북나눔연대 회원들이 먼저 나서고, 주변 엄마들한테 제안해서 준비위원회를 꾸렸죠. 동네마다 경로당 있듯이 엄마들을 위한 공간도 동네마다 있으면 좋겠다는 생각이었죠. 아이가 있는 여성이라면 저희에게 쉽게 공감해주셨기 때문에 같이 해보자고 하는 건 어렵지 않았어요.”

고은선(아래 ‘고’) : “성북나눔연대 여성 회원들이 원래 소모임 활동을 많이 하고 있었어요. 여성들은 결혼을 하고 출산을 하면 큰 변화를 경험하게 되잖아요. 무엇보다 큰 것이 사회적 고립이더라고요. 특히 우리 사회에는 여성에 대한 차별이 구조적으로 존재하다 보니, 엄마들의 삶이 더 어렵고 외로워질 수밖에 없죠.

그런 점들을 공감하고 소모임 활동을 해왔고, 또 노키즈존 문제에 특히나 분노했어요. 저출생 문제가 심각하다고 하는데, 막상 아이를 데리고 있는 엄마를 경멸하고 차별하는 이 괴리가 어디서 오는 걸까. 그러면서 자연스럽게 ‘우리가 먼저 동네에서 여성과 엄마, 아이를 위한 공간을 만들어보자’ 하고 시작된 거죠.”

◇ “노키즈존에 특히 분노… 엄마들이 동네에서 공간 만들자”

지난 16일 성북마더센터 맘콩에서 김혜선 대표, 고은선·호은규 운영위원(오른쪽부터)을 만났다. 최대성 기자 ©베이비뉴스
지난 16일 성북마더센터 맘콩에서 김혜선 대표, 고은선·호은규 운영위원(오른쪽부터)을 만났다. 최대성 기자 ©베이비뉴스

Q. 서울 관악구에 2017년 문을 연 행복마을마더센터가 있습니다. 준비하실 때 그곳 사례도 참고하셨나요?

김 : “성공적 사례로 관악구 마더센터를 많이 가서 봤죠. 공간 구성에서, 트램펄린이나 놀이공간 등도 그곳에서 따왔다고 봐도 돼요. 좋은 점은 배우고, 또 그곳보다 좀 더 발전시켜야겠다는 생각도 있었고요.”

고 : “처음 행복마을마더센터를 찾아갔을 때, 정말 인상적이었어요. ‘이게 새로운 여성운동의 한 형태가 아닐까?’ 결혼한 여성들, 아이가 있는 여성들이 활동할 수 있는 공간 또는 정형이 필요하다고 생각했거든요. 행복마을마더센터에서는 그런 문제를 스스로 해결하려는 의지가 많이 보여서 인상적이었어요.”

Q. 준비 기간이 1년 3개월 정도 걸렸습니다. 제일 어려웠던 점은 무엇이었나요?

김 : “예상보다 두 배나 걸린 거예요. 장소가 제일 큰 걸림돌이었어요. 적당한 장소를 찾느라고 육칠 개월은 동네를 돌아다녔어요. 근처 초등학교나 유치원, 어린이집 위치, 유모차 접근성도 다 고려해야 했죠.

여기로 결정하고 나서 내부를 구성하는 데도 어려움이 있었어요. 처음에는 이렇게까지 화려하게 될 거라고는 생각 못했어요. 이래저래 필요한 것들을 자꾸 더하다 보니까 점점 더 넓은 공간이 필요해진 거죠.”

고 : “공간 구하는 게 너무 힘들었어요. 우리가 원하는 규모와 조건을 갖춘 공간을 찾기도 어렵지만, 찾았다 해도 월세가 도저히 저희가 해결할 수 없는 수준으로 비쌌어요. 여러 가지 절충하고 또 절충한 게 결국 이 공간이죠. 막판까지도 굉장히 고민을 많이 했고, 지금도 조금 아쉬움은 있어요.

내부 공사 기간도 3개월쯤 걸렸는데, 예산이 넉넉하지 못하다 보니 했다면 업체에 맡겨서 빨리 했겠죠. 그럴 사정이 안 되다 보니 가구 리폼이라든지 페인트칠이라든지 저희가 손수 해결한 것들이 많아요.”

Q. 그런 고생 끝에 어제(15일, 취재일 기준) 드디어 문을 열었습니다. 소감은 어떠셨어요?

김 : “등산에 비유하자면, 암벽도 올라가고 폭포도 거슬러서 정상에 딱 올라갔더니, 바람이 막 부는 광활한 평야가 또 다시 펼쳐져 있는 것 같아요. 아직은 가야 할 길이 더 멀리 놓여 있는 것 같은 상황?(웃음)”

호은규(아래 ‘호’) : “실감이 안 나요. 이제부터 시작인데 ‘고생 끝 행복 시작’이 아니라, ‘이제부터 진짜 실전이구나!’ 하는 느낌. 이런 공간을 운영해본 경험도 없어서 긴장도 되고, 두고 봐야겠죠?”

고 : “책임감이 제일 많이 느껴져요. 같이하는 사람들 모두 고생만 하는 게 아니라, 뭔가 서로에게서 얻어갈 수 있는 공간을 만들어야겠다는 생각이 많이 들어요.”

Q. 여러 프로그램들도 계획하고 계시더라고요. 그중 제일 신경을 많이 쓰고 있는 것은?

김 : “엄마와 여성들이 스스로 공부하는 모임들이 가장 중심이 돼야 할 것 같아요. ‘마더센터는 모두의 공동거실이다’라는 말을 해요. 혼자 아이를 보느라 진이 다 빠진 엄마들이 같은 고민이나 취미를 가진 이웃들과 모이는 거죠. 그런 모임들이 스스로 필요한 것들을 기획해서 새로운 프로그램을 또 만들면 정말 좋겠죠.”

◇ “소비하는 공간 아닌 이웃과 직접 만들어가는 공간 될 것”

맘콩 안 놀이공간. 최대성 기자 ©베이비뉴스
맘콩 안 놀이공간. 최대성 기자 ©베이비뉴스
맘콩 안 놀이공간. 최대성 기자 ©베이비뉴스
맘콩 안 놀이공간. 최대성 기자 ©베이비뉴스

Q. 마더센터 건립의 바탕에는 ‘엄마들이 아이를 데리고 마음 편히 갈 곳이 없다’는 공감대가 깔려 있습니다. 아이를 데리고 집 밖을 나갈 때 왜 이렇게 눈치를 봐야 하는지. 이유는 뭘까요?

김 : “미숙한 존재들을 받아줄 여유들이 없는 것 같아요. 자신의 삶에만 너무 각박하게 집중하고 살아가다 보니까, ‘아이 키우다 보면 그럴 수도 있지’라는 마음의 넉넉함이 너무나 부족해진 거죠.

바쁘게 돌아가는 세상에서 지켜야 할 에티켓들이 점점 더 많아지고 복잡해지는 건 맞죠. 아이들한테 그걸 가르치는 것도 당연하고요. 하지만 다른 곳에서는 좀 풀어주고 편하게 놀게 해주는 것도 필요하다고 봐요. 그게 바로 저희가 있어야 할 존재의 이유 아닐까 합니다.”

호 : “요즘은 아이들 놀 공간이 너무나 없어요. 옛날에는 공터도 있고 마당도 있었는데 요즘은 어떻게든 그런 공간들을 상업적인 곳으로 바꿔버리잖아요. 정부는 아이를 많이 낳으라고만 하고 아이들 놀이 공간에 대한 대책은 없어요. 아이와 엄마가 자유롭게 움직일 수 있는 공간이 더 마련돼야 하지 않나 생각합니다.”

Q. 주민들의 자발적인 노력으로 마더센터 같은 공간을 만드는 것이 대안이 될 수 있겠지만, 그것만으로 해결될 수는 없을 것 같습니다. 사회적으로는 어떤 노력들이 더 있어야 할까요?

김 : “아빠가 집에 일찍 와야 돼요. 노동시간이 줄어야죠. 엄마 아빠가 육아도 같이 하고 저녁에는 같이 밥 먹으면서 얘기도 나눌 수 있어야 되는데, 사실 애 키우다 보면 어른하고 얘기 못하거든요. 그러면 고립감이 더 커지는 거죠. 일하는 시간이 좀 줄고 양육자들의 여유가 더 많아져야 돼요.”

고 : “이 사회의 저출생 담론에서 여성은 ‘아이를 낳는 존재’로 대상화돼 있어요. 아이들도 한 사람의 사회 구성원이라는 관점보다 ‘앞으로 돈 벌어줄 존재’로 먼저 보죠. 그런 존재의 수가 줄어들고 있으니까 국가적 위기라고 하는 거잖아요. 이런 관점들이 근본적으로 너무나 문제라고 생각해요.

마더센터도 공공에서 진작에 많이 만들었어야죠. 너무 부족하다 보니 엄마들이 직접 만든 거잖아요. 예전에 관악구에서 마더센터 조례제정 운동을 할 때, 여론이 전반적으로 좋았지만 ‘세금 낭비’라고 하는 분들도 있더라고요. 많이 안타까웠어요. 공공에서 그런 사회적 합의들을 이끌어내는 게 필요하지 않을까 해요.”

Q. 말씀하신 것처럼 관악구에서는 ‘동마다 마더센터’를 만들기 위해 조례제정 서명운동도 했습니다. 맘콩에서도 마더센터를 더 큰 차원의 자치운동으로 넓혀나갈 생각이 있으신가요?

고 : “꼭 마더센터를 만들자는 운동은 아니더라도, 여기 모인 엄마들이 중심이 돼서 성북구의 여성 또는 보육 정책에 대한 목소리만 내도 굉장히 의미 있다고 생각해요. 정말 여기 살고 있는 엄마들이 바로 자신들을 위한 정책을 평가하고 제안하는 활동도 해보면 좋겠어요.”

Q. 맘콩의 목표는 뭔가요?

김 : “가까운 목표로는, 5월 안에 엄마 동아리가 다섯 개 정도는 생겼으면 좋겠어요. 제일 중요한 건 ‘엄마들이 주체적인 자신들의 공간으로 인지하느냐’ 하는 점이죠. 가서 소비하는 공간이 아니라 이웃들과 만나서 자기 삶을 풍요롭게 만드는 공간, 이웃들과 같이 만들어가는 공간을 만드는 게 바로 맘콩의 목표입니다.”

비영리 여성단체 성북마더센터는 “동네의 공동거실을 꿈꾸는 열린 공간”으로 맘콩을 만들었다. 최대성 기자 ©베이비뉴스
비영리 여성단체 성북마더센터는 “동네의 공동거실을 꿈꾸는 열린 공간”으로 맘콩을 만들었다. 최대성 기자 ©베이비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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