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가 두 돌 즈음 되면 대부분의 말을 알아듣습니다. 저는 그래서 아이가 말을 알아들으면 많은 것들을 대화로 쉽게 해결할 수 있다고 생각했어요. 그런데 곧 그것이 잘못된 생각임을 알았습니다. 왜냐하면, 그 무렵의 아이들에게는 자아가 형성돼서 누가 시키지 않아도 자기가 아는 것은 스스로 하고, 고집도 생기기 마련이거든요. 그래서 더 말을 안듣고, 부모들은 '우리 아이도 드디어 훈육해야 할 시기가 온 것인가'라는 생각을 하게 됩니다.
부모가 아이를 대하는 태도에는 여러 방법이 있겠습니다만 대부분 그 방법을 '훈육'이라 착각하는 부모들이 많습니다.
사람마다 분류하기 나름이지만 통제가 약한 것부터 강한 순으로 나열해보면 방임, 권유, 회유, 타협, 협박, 강제로 그 단계를 분류할 수 있습니다.
이것은 아이에게만 적용되는 것이 아니라 어른에게도 해당되는 것입니다.
방임은 무한한 자율성을 부여하고, 권유는 약간의 규칙을 알려주는 정도입니다. 회유는 규칙을 지키도록 대화로써 풀어가는 과정이고, 타협은 조건을 제시하며 자발성을 이끌어내는 방법입니다. 앞의 과정들이 원만히 되지 않으면 통제가 강한 방법을 사용하게 됩니다. 협박은 말로, 강제는 행동으로 통제 합니다.
어느 날, 아이가 화면 가까이에 얼굴을 대고 만화를 보고 있었습니다. 저는 우선 가만히 지켜보고 있었어요. 어느정도 보다가 알아서 뒤로 물러나겠다고 생각하며 '방임'의 태도를 취했죠. 하지만 시간이 지나도 아이는 화면에서 얼굴을 뗄 줄 몰랐고 저는 아이의 행동을 '통제'하기 위해 태도를 변화했습니다.
"조금 더 뒤로 가서 보는 게 어때? 아빠는 네가 뒤로 가서 보면 좋겠어."
"아빠가 멀리 떨어져서 보랬지? 화면 바로 앞에서 보면 눈 나빠져요."
"멀리 떨어져서, 가만히 앉아서 보면 과자 줄게."
"자꾸 앞으로 가면 꺼버린다."
"앞으로 다시는 만화 안 보여줄 거야. 다른 방으로 가."
아이마다 성격이 다양하니 모두 같은 방법으로 훈육할 수는 없겠습니다. 하지만 처음부터 강하게 통제하기보단 권유나 회유부터 시작해 아이가 규칙을 익힐 수 있도록 알려주는 것이 중요합니다.
또한 훈육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규칙을 명확하게 하는 부모의 일관성입니다. 어떤 날엔 화면 가까이에서 본다고 혼났는데, 어떤 날엔 부모 기분이 좋다는 이유로 통제받았던 행동을 허용받으면 규칙에 대한 일관성이 허물어지거든요. 그러면 아이는 부모가 세운 규칙은 마음대로 해도 된다고 생각하게 될 수도 있답니다.
*칼럼니스트 황수웅은 4살의 딸을 직접 육아하는 아빠이며, 아기 성장동영상을 제작하는 '앙글방글'의 대표입니다. 딸이 태어나기 전에는 평범한 회사원이었으나, 육아를 위해 3개월의 육아휴직 후 퇴사를 하고 직접 육아하고 있습니다. 아빠가 하는 육아에 대해 많은 사람들에게 전하려고 글을 쓰게 되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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