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 '분노발작'에 부모가 같이 '분노'하면 안 됩니다
아이 '분노발작'에 부모가 같이 '분노'하면 안 됩니다
  • 칼럼니스트 김택선
  • 승인 2019.05.14 16: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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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닥터K의 육아코치] 부모는 아이 분노 조절의 중요한 롤 모델

아이는 12개월 무렵부터 아장아장 엄마 품에서 걸어 나가 세상으로의 모험을 시작한다. 이 과정은 아이가 서서히 자유와 독립을 선언하는 과정이라고 할 수 있다.

이때 아이가 사용할 수 있는 어휘의 양은 매우 적고 표현할 수 있는 능력도 제한적이다. 2년 6개월 이하의 아이는 50개 정도의 단어를 말할 수 있을 뿐이고 두 단어를 자유로이 연결하는 데 어려움을 느낀다. 그러므로 자신이 원하는 것을 가질 수 없을 때 아이는 좌절과 분노를 느끼게 된다.

이 좌절과 분노를 대화로 풀 능력이 없고 자기감정을 조절하는 능력도 없으므로 아이는 결국 자신의 요구를 ‘분노발작(Temper Tantrum)’을 통해 표출하게 된다.

아이의 분노발작은 이와 같은 이유로 1세 이후부터 시작된다. 아이는 소리치고 울부짖거나 바닥에 드러눕거나 발로 차는 등의 신체적 행동을 하다가, 울고 흐느끼는 과정을 거치면서 감정의 폭풍 상태가 잦아든다.

말 못 하는 아기는 '분노발작'으로 자신의 요구를 표현한다. ⓒ베이비뉴스
말 못 하는 아기는 '분노발작'으로 자신의 요구를 표현한다. ⓒ베이비뉴스

미국의 심리학자인 헬렌 이거(Helen Egger) 박사에 따르면 2세 아동의 75% 정도가 최근 3개월간 적어도 한 번 이상 분노발작을 경험했다. 결코 낮은 빈도가 아니다. 다만 4세 이후부터는 분노발작의 빈도가 현저히 줄어든다. 점차 자신의 의사를 말로 표현할 줄 알게 되고, 감정을 조절하는 능력도 높아지기 때문이다. 

아이가 성장하는 과정에서, 아이가 의사 소통방법을 알아나갈 때, 불쾌한 감정이나 분노를 조절하는 방법을 배울 때 부모는 중요한 역할을 한다.

만일 근사한 식당에서 분노발작을 일으킨 아이를 엄마가 화장실로 급하게 데리고 들어갔다가, 한참 후 아이가 진정된 상태로 걸어나오는 모습을 봤다면, 당신은 어떤 생각을 하겠는가? ‘저 아이는 분명 화장실 뒤에 가서 몇대 맞았을거야’ 라는 생각을 한다면, 당신은 아이들은 때려야만 훈육이 된다는 생각을 가진 사람이거나, 아니면 그런 환경에서 자랐을 가능성이 높은 사람일 것이다. 

언어적인 폭력이나 체벌의 문화는 대물림될 수 있는 가장 손쉬운 교육방법이다. 그러나 체벌은 교육적 효과도 없을뿐더러 아이들의 정신건강에도 악영향을 미칠 수 있다.

◇ 아이 분노발작 심할 때, 아이에게 혼자 감정 추스를 시간 주는 것도 방법 

그렇다면 아이의 분노발작을 예방하기 위해서는 어떻게 해야 할까?

우선 평소 아이와 시간을 정해서 함께 놀고 아이가 놀이를 스스로 선택할 수 있게 하는 것이 중요하다. 부모의 놀아주기는 곧 아이에 대한 사랑의 표현이다.

배고프지 않도록 간식을 잘 챙겨주고 졸리면 낮잠을 재우도록 한다. 배고프거나 졸린 경우에 분노발작이 증가할 수 있기 때문이다. 아이가 요구하는 것이 그리 중요한 것이 아니라면 흔쾌히 들어주라. 작은 것으로 실랑이할 필요가 없다.

만일 아이가 원하는 것을 들어줄 수 없는 경우에는 주의를 돌릴 수 있는 여러 가지 방법을 사용해본다. 아이들은 집중하는 시간이 짧으므로 이 방법은 효과가 크다. 예컨대 감기에 걸려 아이스크림을 먹으면 안 되는 아이가 아이스크림 진열대 앞에서 떼를 쓰는 경우, “와, 옆의 젤리는 빨간색이네. 무지개색 꿈틀이도 있어”라고 관심을 다른 곳으로 돌리는 방법이 있다.

여러 가지 노력에도 불구하고 아이가 분노발작을 일으키는 경우에는 어떻게 해야 할까?

우선 당황하지 말고 감정의 폭풍이 지나가기를 기다려야 한다. 분노발작 중간에 아이를 달래려고 하거나 “울지마, 집에 가서 혼난다” 등의 협박은 금기다. 분노가 가라앉을 때까지 모르는 척, 못 들은 척 외면하도록 한다.

아이가 집안의 안전한 장소에 있는 경우라면 아이에게서 눈길을 떼고 무심하게 멀리 떨어져 있는 것이 좋다. 가능하면 아이가 부모 없는 자신만의 공간에서 감정을 추스를때까지 기다려주는 것도 좋다. 어른이 감정을 조절하기 위해 혼자만의 시간, 혼자만의 공간이 필요한 것과 같다.

만일 공공장소에서 분노발작이 일어났다면 다른 사람에게 피해를 주지 않는 안전한 장소로 아이를 옮기도록 한다. 공공장소에서 아이가 분노발작을 일으킬 때 주위 사람들의 시선을 의식하고 나쁜 부모로 보일까봐 걱정하는 부모들이 있다. 

그럴 땐 심호흡을 크게 하고 모나리자 미소를 지어볼 것을 권한다. 사람들은 부모의 표정으로 그 상황을 판단한다. 엄마의 부드러운 표정을 보면 사람들은 당신을 당연히 좋은 부모라고 생각할 테니 너무 주위를 의식해 당황하지 않아도 된다.

만일 아이가 사탕을 먹겠다고 떼를 쓰다가 분노발작을 일으켰다면 진정이 된 후에 사탕을 주면 안 된다. 만일 아이가 떨어뜨린 장난감을 줍지 않겠다고 떼쓰다 분노발작을 일으켰다면 진정된 후에 그 장난감을 줍도록 유도해야한다. 그렇지 않으면 문제가 생긴다. 아이는 자신이 분노발작을 일으키면 부모를 당황스럽게 만들 수 있고 그렇게 하면 자신이 원하는 것을 다 얻을 수 있을 것이라고 학습할 수 있기 때문이다.

아이의 격한 감정이 가라앉으면 아이를 ‘꼭 안아주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비록 아이의 요구를 들어주지 않았더라도 부모가 크게 아이를 안아준다면 아이는 부모의 사랑을 느낄 수 있고 안정감을 가질 수 있다.

◇ 분노발작 시 이상 증상 보인다면 소아청소년과 상담도 필요 

만일 만 4세가 넘어서도 분노발작이 지속된다거나 4세 이전이라도 분노발작이 20분 이상 지속된다면, 또는 아이가 심하게 물거나, 물건을 던지거나, 머리를 박는 등 자신의 몸을 해치는 증상을 보인다면, 또 청색증이나 경련을 동반하는 경우라면 소아청소년과에 가서 상담을 받는 것이 필요하다.

이 경우는 발달단계 중 자연스럽게 지나가는 과정이라기보다는 ADHD나 자폐증, 우울증 등과 연관이 있을 수 있으며 신체에 기저질환이 동반돼 있을 수 있기 때문이다.

부모는 아이의 발달과정과 분노발작에 대해 잘 알고 있어야 한다. 그래야 아이의 분노발작에 같이 분노하지 않고 아이의 상태를 잘 이해하며 감정의 폭풍이 지나갈 때까지 잘 기다릴 수 있다.

부모는 아이가 감정을 조절하는 방법을 배우는 데 가장 중요한 롤 모델이다. 부모 스스로가 분노를 잘 조절할 줄 알아야 한다.

*칼럼니스트 김택선은 소아청소년과 전문의다. 중앙대 의대를 졸업하고 연세대 보건대학원에서 보건학 석사 학위를 취득했다. 서울 등 여러 병의원에서 소아청소년과 과장을 역임하고, 지금은 삼송늘푸른소아청소년과의원에서 일하고 있다. 그리고 두 아이의 엄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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