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아동을 대상으로 저지르는 끔찍한 아동 학대 사례들이 연일 보도되고 있다. 이제 이 사건보다 더한 일은 없겠지, 싶었는데 속속 드러나는 만행들을 지켜보자니 정말 세상이 어떻게 돌아가고 있는지 혼란스러울 지경이다. 가뜩이나 출산율은 갈수록 저하되고, 아이 하나 키우기도 힘든 세상이라 말들이 많은데 어렵게 태어난 아이들을 괴롭히지 못해 안달인 어른들이 생각보다 너무 많아 누굴 믿고 아이를 키워야 하는지 모를 정도의 불신이 쌓여 간다.
게다가 남도 아닌, 친모와 친부 등 가족 내에서 일어나는 학대 사건은 아이를 키우는 부모로서 매 사건 울분이 터지게 만든다. 대체 그들은 어떤 마음으로 아이를 낳고 길렀던 걸까? 인간이 기본적으로 가져야 할 윤리 의식조차 없는, 메마르고 거친 정서들이 비수처럼 날아와 꽂힌다. 그리고 그것을 오로지 감내해야 하는 아이들의 상처를 생각하면 이루 말할 수 없이 비통한 심정이다.
이제 우리나라의 아동학대 건수는 (2019년 기준) 2015년 대비 2.5배나 더 증가해, 한 해에 3만 명 가까운 피해 아동이 발생한다고 한다. 인구 대비 영유아의 기준이 얼마나 낮은가를 감안하면 수치로 드러나는 피해 아동 수가 예상을 웃돌 정도로 끔찍한 현실로 다가온다. 그런데 이 많은 아이들이 힘든 사건을 겪은 이후, 어디서 어떻게 지내고 있는 걸까? 대체 왜 갈수록 아동 학대가 근절되기는커녕 더 잔혹한 방법으로 늘어나기만 하는 걸까?
학대 등을 이유로 우선 분리 조치된 아동은 10명 중 6명이 보호 시설로 보내진다고 한다. 그나마도 최근 개정된 아동학대법에 의해 증가된 사례이지만, 학대 피해 아동이 머물 수 있는 시설 자체가 턱없이 부족한 것이 현실이라고 한다. 그러면 시설에도 가지 못한 아이들은 어떻게 지낼까?
여기서 또 일부 아동은 위탁 부모에게 맡겨지게 된다. 사실 전문 위탁 부모에 의해 실제 가정과 유사한 환경에서 지내는 것이 피해 아동들의 치유와 회복에 훨씬 효과가 높다는 것이 전문가의 사례 연구로 입증되었다고 한다. 그렇지만 이러한 위탁 부모에 대한 정부의 지원이 거의 전무한 수준이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상처받은 아이를 품어주려는 위탁 부모들의 감사한 희생이 실질적으로 부족한 피해 아동 돌봄에 대안으로 활용되고 있는 것 같아 안타까운 마음이 든다. 가끔 나도 여유가 된다면 힘든 아이들을 위해 봉사하는 마음으로 무언가 보탬이 되는 일을 하고 싶다는 생각을 하는데, 현실적으로 위탁 부모들은 아이에 대해 아무런 권리도 없이 (심지어 급한 응급 수술 등이 발생할 경우에도 친부모의 동의가 없으면 치료조차 받을 수 없다고 한다) 양육만을 요구하고 있으니 선뜻 결정하기가 어려운 일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아직 더 많은, 따뜻한 어른들이 사랑과 희생으로 아이들을 보듬어 주고 있어 얼마나 감사한 일인지 모르겠다. 그렇다면 이제 국가 차원에서 이들이 피해 아동을 바르게 케어할 수 있도록 도와주어야 하지 않을까?
학대 피해 아동을 우선 분리시키는 것까지 현행법상 개정된 사항이라면, 이제 분리시킨 이후의 문제도 당연히 고민해 봐야 할 것이다. 어떤 아동이 어떤 방법으로 어떻게 학대를 받았는지 자극적인 내용만 서로 앞다투어 보도하고 사건만 파고드는 것은 아이의 상처를 두 번 건드리는 일이라고 생각한다. 부디 몸과 마음이 이미 다친 아이들의 마음이 하루라도 빨리 회복될 수 있도록 보다 현실적인 보호 조치, 분리 이후의 대안이 마련됐으면 하는 바람이다.
*칼럼니스트 여상미는 이화여자대학교 언론홍보학 석사를 수료했고 아이의 엄마가 되기 전까지 언론기관과 기업 등에서 주로 시사·교양 부문 글쓰기에 전념해왔다. 한 아이의 엄마가 된 지금은 아이와 함께 세상에 다시 태어난 심정으로 육아의 모든 것을 온몸으로 부딪히며 배워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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