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를 찾는 내국인 관광객이 3개월 연속 감소하고 있다는 슬픈 소식을 접했습니다. 올해 1월 제주 입도 내국인 관광객은 100만 1152명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 111만 9117명에 비해 10.5% 줄어들었는데요. 지난해 11월 -5.2%, 12월 -8.3%를 기록한 데 이어 감소 폭이 더 커졌습니다. 그동안 해외여행에 발이 묶여 제주를 찾았던 여행객들이 위드 코로나로 전환되면서 일본과 동남아 등으로 발길을 돌리고 있기 때문인데요. 그야말로 제주에 비상이 생긴 셈이지요. 그래서 오늘은 조금 특별한 제주 여행을 제안해보려 하는데요.
제주의 과거와 현대사를 모두 느낄 수 있는 제주의 원도심. 도심 곳곳에서 만나는 제주의 역사와 문화는 숨은 보물을 찾는 것처럼 즐거운 시간을 보낼 수 있는 곳입니다. 제주시 원도심 지역은 견고한 성(城)으로 둘러싸여 있어 예로부터 성의 안쪽이라는 의미로 ‘성안’으로 불렸습니다. 어느 역사에서든 중요한 거점지역은 성을 쌓아 외적의 침입을 막으려 했었죠. 나라의 중심에는 종묘와 왕궁을 둘러싼 도성(都城)이 있었고, 관아(官衙)가 있는 지방의 읍치(邑治) 고을들은 읍성(邑城)이 둘러싸고 있었고요. 제주에는 일찍부터 관아가 있었기에 원도심에는 둘레 3㎞가 조금 넘는 제주읍성이 자리 잡았습니다. 그래서 제주 사람들은 원도심을 ‘성안’이라고 불렀던 것이죠.
제주뿐만이 아니라 어느 지역에서든 밝고 화려한 도시의 풍경보다 로컬스러움과 문화와 역사의 흔적들을 머금고 있는 원도심을 찾는 이들이 많아지는 추세입니다. 투박하고 촌스럽지만 그 속에서 풍기는 은은한 옛 정취를 느껴보고 싶은 것일 텐데요. 그런 분들을 위해 제주에서는 2019년부터 3년 동안 운영했던 ‘원도심 심쿵투어’를 보완해 방문객들이 도보 코스가 있는 원도심의 가치를 접하고 더 오랜 기간 체류할 수 있도록 지난해 ‘성안올레’ 코스를 개장했습니다.
이 코스는 산지천을 출발해 동자복, 김만덕객주(김만덕기념관), 건입동벽화길, 산지등대, 사라봉, 모충사, 두맹이골목, 운주당지구역사공원, 제주동문시장 등을 거쳐 다시 산지천으로 돌아오는 약 6km 코스로 구성되었는데요. 코스마다 성안올레 표지와 리본을 달아 방문객을 안내하고 있습니다. 성인 기준으로 2시간 내외면 충분히 돌 수가 있고요.
옛 제주성 내 원도심의 주요 역사·문화 유산을 볼 수 있도록 조성된 성안올레는 동자복, 모충사, 운주당 지구 역사공원 등이 포함돼 있어 제주의 역사탐방을 비롯해 사라봉에서는 제주항과 제주 시내를 내려다 볼 수 있고, 두맹이골목은 60~70년대의 운치가 느껴지는 벽화마을이 조성돼 있어 인생 사진 명소로도 사랑받고 있고요. 제주 전통의 먹을거리와 청년 상인들의 재기 발랄한 음식이 가득한 동문시장은 걷기 여행의 마지막 코스로도 손색이 없습니다.
시간적 여유가 있는 분들은 성안올레에서 잠시 벗어나 제주목관아 주변을 탐방해 보는 것도 좋습니다. 제주 원도심 정취를 느낄 수 있는 고즈넉한 거리부터 쇼핑을 즐길 수 있는 칠성로상점가와 중앙지하상가 등이 성안올레 코스 주변과 가까우니까요. 남문사거리 방향으로 조금 더 걸어도 좋습니다. 옛 남문터 주변으로 제주성지와 오현단 그리고 제이각이 존재하며 제주민속자연사박물관과 함께 그 주변으로는 도심 속 휴식공간인 신산공원이 있고, 주변에는 국수거리가 있어 따뜻한 국물로 추위를 달랠 수도 있으니까요.
제주를 많이 여행 왔던 분들도 ‘이런 곳이 있었는지 미처 몰랐다’는 반응을 보일 정도로 성안올레 코스는 볼걸리와 먹거리 등 여러 재미를 느낄 수 있는 코스입니다. 제주의 자연과 함께 걷는 올레길도 좋지만 원도심을 깊이 느끼며 걷는 올레길 탐방은 또 다른 재미와 추억을 선사할 것입니다. 특별한 제주 로컬 여행 성안올레길을 걸어보시면 어떨까요?
오늘은 여기까지입니다.
*칼럼니스트 김재원은 작가이자 자유기고가다. 대학시절 세계 100여 국을 배낭여행하며 세상을 향한 시선을 넓히기 시작했다. 이때부터 작가의 꿈을 키웠다. 삶의 대부분을 보낸 도시 생활을 마감하고, 제주에 사는 '이주민'이 되었다. 지금은 제주의 아름다움을 제주인의 시선으로 알리기 위해 글을 쓰고 사진을 찍으며 에세이 집필과 제주여행에 대한 콘텐츠를 생산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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