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시태그로 보는 엄마맘] 수유 전쟁! 완모가 정답인가요?
[해시태그로 보는 엄마맘] 수유 전쟁! 완모가 정답인가요?
  • 칼럼니스트 여상미
  • 승인 2018.02.28 09: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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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유수유 #완모 #완분 #극한육아 #수유전쟁 #엄마의선택
모유 수유가 나에게 남긴 추억은 수유량이나 수유 기간이 아니라 아기와의 따뜻한 교감이었다. ⓒ여상미
모유 수유가 나에게 남긴 추억은 수유량이나 수유 기간이 아니라 아기와의 따뜻한 교감이었다. ⓒ여상미

신생아 육아 시절이 내리 힘들기만 했다면 세상 모든 엄마들은 분명 우울증에 걸려 몸과 마음에 상처만 입었을 것이다. 그러나 신은 공평하게도 위기의 순간마다 잠깐씩 고된 육아를 잊을 수 있는 날들을 선물해 주셨고 그것은 남들이 보았을 때 미처 느끼지 못할 정도의 미세한 것들일 수도 있었다. 나의 경우 그러한 순간들이 아기가 태어나고 50일을 전후로 찾아왔고 초보 엄마에게는 모든 것들이 기적 같았다. 특히 잠들기 전과 숙면을 취하고 일어났을 때 아기가 보여주는 환한 웃음! 분명 엄마가 느끼기엔 나와 눈을 맞추고 웃었던 찰나들이 그랬고 아직 언어라고 할 수는 없지만 울음소리가 아닌 옹알이를 시작했을 때 특히 더 그랬다.

그 시기에는 난생처음 아기와 바깥 외출을 하기도 했고 아주 가끔이지만 내가 하는 말을 아기가 알아듣는 것 같은 착각이 들기도 했다. 아기가 밤잠 자는 일에 조금씩 익숙해질수록 엄마는 그제야 다시 여자 사람으로 돌아가는 것 같아 생활에 활력도 되찾고 있었다. 그러면서 또 한편으로 더욱 바빠진 일들도 있었는데 나의 경우 그 즈음 아기의 수유텀과 내 모유량이 맞지 않아 모유 수유를 중단할 수밖에 없었고 그 때문에 아기와 맞는 분유를 찾느라 한동안 애를 먹기도 했다.

모유 수유는 아기를 가진 산모 시절부터 워낙 주변에서 강조해 오던 터라 내 선택과 의지에 상관없이 당연히 해야 하는 일로 여겼는데 막상 일이 이렇게 되고 보니 아기에 대한 죄책감과 스스로에 대한 책망으로 몸보다 마음이 더 괴로웠다. 생각해 보면 어떤 엄마도, 어떤 아기도 똑같을 수 없는데 교과서 같은 육아 지침들은 이러한 변수를 잘 허용하지 않는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더군다나 (개인적인 의견이지만) 모성애가 유달리 강한 대한민국 사회에서는 특정 기준 이하의 엄마들에 대한 시선이 그다지 자비롭지 않은 것 같다. 그런데 그 기준이라는 것이 정말 모호하다. 나에게 그런 상처로 남았던 기준 중 하나가 바로 모유 수유였다.

일부 소아과 의사들은 최소한 아기가 돌이 될 때까지 모유를 먹이는 것이 좋다고 했고, 주변 어른들은 먹일 수 있을 때까지 먹여야 한다고 하셨다. 주변 육아 선배들은 저마다 본인들의 경우를 이야기하며 아무래도 모유를 먹인 아이가 면역력이 좋았으니 이유식을 하기 전까지라도 먹여야 한다고 했고 어쩌다 피치 못할 상황으로 분유만 먹고 자란 아이가 오히려 더 건강하더라 하는 이야기도 들었다. 전문가든 비전문가든 그리고 내 생각도 엄마의 모유를 아이에게 조금이라도 더 먹이면 좋겠다는 생각이 왜 없으랴.

그러나 아무도 그렇게 할 수 없는 엄마의 마음에 대해서는 헤아려주지 않는 것 같았다. 내 몸이면서도 내 몸 같지 않아서 왜 아기가 원하는 만큼의 모유가 나오지 않을까 좋다는 유축기도 대여해 보고 전문 기관의 상담도 받았지만 아기와 엄마의 호흡이 맞지 않아 이른바 ‘완모’의 꿈이 깨졌을 때 엄마가 느끼는 좌절감은 아마 경험해 본 사람만 알 것이다. 물론 최근에는 젊은 엄마들의 생각이 많이 바뀌어서 꼭 모유 수유를 해야겠다는 의지가 예전만 못하다는 말들도 있다. 아기보다 자신의 인생을 더 중시해서 모유 수유를 일부러 중단하고 몸매 가꾸기에 열을 올리기도 한다고. 혹 그게 사실이라 한들 그 엄마의 선택을 비난할 권리는 누구에게도 없다고 생각한다.

하지만 내가 본 그네들은 10ml, 20ml의 모유량에 집착하면서 어떻게든 아이에게 좋다는 것을 조금이라도 더 오래 먹이려고 노력했고, 스스로 우리들이 젖소인가 농담처럼 이야기하고 실소하다가도 돌아서면 다시 유축하고 수유하기 바쁜 엄마들이 대부분이었다. 나는 누군가 ‘육아는 엄마가 먼저 행복해야 한다’고 한 말에 절대적으로 동의하는 사람이다. 내가 이기적인 ‘요즘 엄마’라 그런지 모르겠지만 내 몸과 마음이 건강해야 아기한테도 좋은 기운이 전해지는 것만큼은 언제나 변함없는 사실이었기 때문이다. 엄마의 선택이 세상의 기준에서 언제나 옳은 것은 아닐지라도 각자의 여건에 맞춘 결정들에 대해 조언과 충고보다는 지지와 응원이 필요하다고 생각한다.

아기가 건강하게 자라는데 있어 모유만큼 좋은 게 없다는 것은 분명 이론적으로 증명된 사실이다. 하지만 한 아이가 건강하고 바른 인간으로 자람에 있어 꼭 필요한 것이 비단 모유뿐이랴. 더 이상 모유 수유를 지속하지 못한 이유에 대해 변명하느라 시간을 허비하고 싶지 않다. 중요한 것은 그게 아니라고 생각한다. ‘자신감을 갖자. 내 아이에게 나만큼 좋은 엄마는 없을 것이다.’ 더 이상 아이에게 젖을 물릴 수 없어 남몰래 울었던 밤 스스로 다짐하고 또 다짐했던 말이다.

*칼럼니스트 여상미는 이화여자대학교 언론홍보학 석사를 수료했고 아이의 엄마가 되기 전까지 언론기관과 기업 등에서 주로 시사·교양 부문 글쓰기에 전념해왔다. 한 아이의 엄마가 된 지금은 아이와 함께 세상에 다시 태어난 심정으로 육아의 모든 것을 온몸으로 부딪히며 배워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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