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빠 육아휴직요? 회사가 먼저 움직여 줘야 해요"
“아빠 육아휴직요? 회사가 먼저 움직여 줘야 해요"
  • 김재희 기자
  • 승인 2018.03.22 18:21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인터뷰] 서울시은평직장맘지원센터 정원석 법률지원팀장

【베이비뉴스 김재희 기자】

은행과 증권사 등 금융회사가 모여 있는 여의도역, 서울 어느 곳보다 사람들이 빠르게 움직이는 것처럼 보인다. 역 안에서 누군가를 기다리거나 퇴근을 재촉하던 사람들은 '직장내 무료 고충상담'라고 적힌 상담 부스와 배너를 유심히 보기도 하고, 이따금 궁금증을 해결하기 위해 자리에 앉기도 했다. 

봄비와 눈이 오락가락 내리며 서울시를 적시던 지난 21일 저녁, 서울특별시 은평직장맘지원센터는 여의도동에 위치한 5·9호선 여의도역에서 ‘찾아가는 상담’을 진행했다. 3월 들어 다섯 번째로 운영하는 상담 현장에는 공인노무사인 정원석 은평센터 법률지원팀장이 자리를 지켰다.

지난 21일, 서울시 은평직장맘지원센터에서 여의도역에서 찾아가는 상담을 진행했다. 공인노무사인 정원석 법률지원팀장이 방문자와 상담을 하고 있다. 최대성 기자 ⓒ베이비뉴스
지난 21일, 서울시 은평직장맘지원센터에서 여의도역에서 찾아가는 상담을 진행했다. 공인노무사인 정원석 법률지원팀장이 방문자와 상담을 하고 있다. 최대성 기자 ⓒ베이비뉴스

찾아가는 상담은 직장에서 어려움을 겪는 직장맘·직장대디는 물론, 노동법률상담을 받고 싶은데 방법을 모르거나, 노무사를 직접 만나고 싶은 사람들을 위해 마련된 행사다. 전화 예약 후 찾아가도 되고, 현장에서 바로 상담을 받을 수 있다. 내용도 육아휴직이나 출산휴가 등의 모성보호와 관련한 내용을 포함해 근로자 권익에 연관한 내용이라면 무엇이든 상담 받을 수 있다. 여의도역에서는 은평센터가 격주 수요일에 상담을 진행하고 있다.

은평센터는 서울시직장맘지원센터와 금천직장맘지원센터에 이어 지난해 11월 24일 3번째로 문을 열었다. 이제 막 개소 100일이 지났지만, 점심시간 동안 꼭 필요한 노동상식을 빠르게 알려주는 ‘런치노동법’, 일도 가정도 잘 해내고 싶은 엄마들의 필수교양 ‘엄마사람학교’ 등을 진행했다. 직장맘·직장대디에게 권리를 찾아주는 일을 하는 정원석 팀장에게 은평센터와 찾아가는 상담에 대한 궁금한 점을 물어봤다.

◇ “찾아가는 상담으로 노동법 두려움 없애고 문턱 낮아졌으면” 

Q. 오늘 찾아가는 상담에 방문하신 분들은 어떤 사항을 질문하셨나요?

“근로기준법에 명시된 병가 사용을 질문하신 분도 계셨고, 육아기 근로시간 단축제도를 알고 싶다고 한 분도 계셨어요. 육아기 근로시간 단축제도를 질문하신 분은 본인 이야기가 아니라, 회사를 다니고 있는 자녀 대신 물어오신 거라 나중에 다시 전화로 안내해드리기로 했습니다.”

Q. 지난번에는 불광역과 은평구립도서관에서 찾아가는 상담을 진행하셨습니다. 상담을 진행하는 장소마다 특색이 있나요?

“여의도역이면 서비스업과 금융업 종사자가 많아요. 육아휴직이나 출산휴가가 가능한지를 물어보세요. 육아휴직이나 출산휴가는 아직까지는 어느 정도 근로조건이 되는 분들이 고려하시거든요. 회사 규모가 일정 이상이 되니까 제도를 운영할 수 있는 거고, 사용하려는 분도 계약직이 아니고, 1년 이상 일을 했기 때문에 사용을 고려하십니다. 불광역 쪽은 직장맘보다는 더 나이 있는 분들이 오세요. 임금체불, 최저임금, 실업급여 등과 관련한 문의를 하십니다.”

Q. 찾아가는 상담으로 센터에서는 어떤 효과가 있다고 보시나요?

“저희 은평센터를 알리는 홍보효과도 있지만, 노동법이 가진 문턱을 많이 낮추고 싶어서 나오기도 해요. 노동법이라고 하면 어렵고 무섭다고 생각하세요. 노동법을 회사에 들이대면 안 될 것 같고요. ‘노조’라는 단어를 들으면 부정적인 인식이 있죠. 하지만 노조는 근로자에게 정말 필요합니다. 꼭 있어야 하는 조직이에요. 부당한 걸 알면서도 회사에서 반기를 들면 안 된다고 생각마시고. 관계기관에 꼭 진정 넣으셔서 권리구제 받으셨으면 좋겠어요. 이름이 ‘직장맘지원센터’이지만 직장맘·직장대디도 지원합니다. 마찬가지로 저희가 은평센터지만 서울시에 계시는 누구나 이용하실 수 있어요. 지나가다 찾아가는 상담 발견하시면 편하게 생각하시고 물어봐주셨으면 합니다.”

지난 21일, 서울시 은평직장맘지원센터 진행하는 찾아가는 상담 후 정원석 법률지원팀장과 인터뷰를 진행했다. 최대성 기자 ⓒ베이비뉴스
지난 21일, 서울시 은평직장맘지원센터 진행하는 찾아가는 상담 후 정원석 법률지원팀장과 인터뷰를 진행했다. 최대성 기자 ⓒ베이비뉴스

Q. 노동분쟁이 발생했다고 문의해오시는 분들에게 직장맘지원센터에서는 어떤 도움을 주시나요?

“어디로 가서 이야기해야 하는지도 모르는 분들이 계세요. 절차를 따르기만 하면 해결하실 수 있는 부분들이 있거든요. 임금체불 사건으로 예를 들면, 노동청으로 가셔야 한다고 먼저 안내합니다. 각 절차마다 어떻게 하셔야 하는지 대비방법을 설명해드립니다. 실업급여는 고용센터에서, 부당해고는 노동위원회에서 다루고 있어요. 전문적으로 법리적인 조언이 필요하다고 판단하는 사건은 사건대리서비스로 도움을 드리고 있어요.”

◇ “법은 이미 잘 만들어 있다…육아휴직 용인하는 분위기가 더 중요”

Q. 최근 들어 육아휴직을 쓰고 싶어하는 아버지들이 늘고 있습니다. 아빠들의 육아휴직이 활성화되려면 어떤 것들이 필요할까요?

“통계적으로 아빠들의 육아휴직률이 낮게 나오는 건 회사 내 분위기가 원인입니다. 회사 분위기를 개개인이 바꾸려고 하면, 그 개인이 입는 피해가 큽니다. 근로자의 노력도 필요하지만 회사가 먼저 움직여야 하고요. 회사가 움직일 수 있도록 근로자가 육아휴직을 요구했는데 받아들이지 않으면 제재를 더 엄격하게 가하도록 하는 등의 제도적인 정비가 필요합니다. 여태까지 개인의 노력에 맡겼지만 해결되지 않았으니까요.”

Q. 직장에 다니면서 아이를 키우는 직장맘이나 직장대디가 꼭 챙겨야 할 혜택에는 무엇이 있을까요?

“임신기와 육아기에 쓸 수 있는 근로시간 단축제도를 소개하고 싶어요. 임신기 근로시간 단축제도는 사산 위험이 높은 임신 12주 이내, 36주 이후에 시간을 단축해 근무하는 제도입니다. 육아기 근로시간 단축제도는 육아휴직 대신에 사용할 수 있는 제도로, 만8세 이하 자녀를 키우는 근로자가 근무시간을 주당 15~30시간으로 조절할 수 있습니다. 급여도 통상임금의 60% 정도로 보장이 된다는 장점이 있습니다. 아이를 어린이집이나 유치원에 맡기고 지각 걱정없이 출근하고, 퇴근 때는 어린이집에 아이 혼자 남기지 않고 일찍 데리러 갈 수 있습니다.”

Q. 직장맘과 직장대디가 마음 놓고 육아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들기 위해서 사업주가 꼭 지켜줬으면 하는 제도를 꼽는다면 무엇이 있을까요?

“상담을 해보면, 법적으로 보장하는 내용을 회사에 요구하라고 조언드릴 때가 있어요. 회사에 말해도 안 주는 걸 어떡하느냐고 말씀하시는 분이 있어요. 노동청 등의 기관에 이야기를 해보시라 말하면 '그럼 해고될 수도 있잖아요'라고 되묻는 패턴이 많아요. 적어도 임신·출산 등의 모성보호나 육아를 위한 제도는 근로자분들이 권리를 찾아서 자유롭게 사용할 수 있도록 분위기 조성을 주셨으면 합니다. 그렇게만 해도 법은 꽤 잘 돼있기 때문에 분위기만 조성되면 좋을 것 같아요.”

Q. 은평센터가 앞으로 진행하고자 하는 계획을 소개해주세요.

“은평센터는 노동법 외에도 직장맘 교육도 하고 직장에 다니는 부모를 위한 다른 행사도 진행을 할 예정이에요. 특히, 올해는 ‘서북권 직장맘 생태계 맵’을 만들 예정이에요. 서북권(은평·마포·서대문)에 사는 직장맘이라면 알아야 하는 정보·장소·기관 등을 안내하는 책자입니다.”

【Copyrightsⓒ베이비뉴스 pr@ibabynews.com】

베사모의 회원이 되어주세요!

베이비뉴스는 창간 때부터 클린광고 정책을 유지하고 있습니다. 이것은 작은 언론으로서 쉬운 선택은 아니었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베이비뉴스는 앞으로도 기사 읽는데 불편한 광고는 싣지 않겠습니다.
베이비뉴스는 아이 낳고 기르기 좋은 세상을 만드는 대안언론입니다. 저희 기사가 마음에 드셨다면, 좋은 기사 후원하기에 동참해주세요. 여러분의 기사후원 참여는 아름다운 나비효과를 만들 것입니다.

베이비뉴스 좋은 기사 후원하기


※ 소중한 후원금은 더 좋은 기사를 만드는데 쓰겠습니다.



베이비뉴스와 친구해요!

많이 본 베이비뉴스
실시간 댓글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

  • 서울특별시 마포구 마포대로 78 경찰공제회 자람빌딩 B1
  • 대표전화 : 02-3443-3346
  • 팩스 : 02-3443-3347
  • 맘스클래스문의 : 1599-0535
  • 이메일 : pr@ibabynews.com
  • 법인명: 베이컨(주)
  • 사업자등록번호 : ​211-88-48112
  • 인터넷신문등록번호 : 서울 아 01331
  • 등록(발행)일 : 2010-08-20
  • 발행·편집인 : 소장섭
  • 저작권자 © 베이비뉴스(www.ibabynews.com)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 개인정보보호 배상책임보험가입(10억원보상한도, 소프트웨어공제조합)
  • 청소년보호책임자 : 박유미 실장
  • Copyright © 2024 베이비뉴스. All rights reserved. mail to pr@ibabynews.com
ND소프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