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빠 육아, 왜 하필 사회성 발달에 좋다는 걸까?
아빠 육아, 왜 하필 사회성 발달에 좋다는 걸까?
  • 칼럼니스트 이기선
  • 승인 2018.07.26 10:55
  • 댓글 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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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아, 어떻게 이해할까] 아빠라는 존재가 과연 무엇이기에?
엄마를 통해서 자아상을 형성한 아기가 아빠를 만나게 되는데, 이 아빠가 실질적으로는 세상에서 만나는 첫 번째 타인이 된다. ⓒ베이비뉴스
엄마를 통해서 자아상을 형성한 아기가 아빠를 만나게 되는데, 이 아빠가 실질적으로는 세상에서 만나는 첫 번째 타인이 된다. ⓒ베이비뉴스

Q. 최근 대중매체에서 아빠육아를 자주 언급하고, 실제 방송프로그램을 보면, 엄마 없이 아빠만의 육아를 보여주는 경우가 많습니다. 아빠육아는 자녀의 사회성 발달에 긍정적인 영향을 미친다고 하는데, 왜 아빠육아는 다양한 발달 중에서도 특히 사회성 발달에 영향을 미치는 것인가요?

A. 최근 아빠육아가 대두되면서 아빠의 육아동참이 자녀에게 어떻게 영향을 미치는지에 대한 소식을 많이 접하게 된다. 학술논문, 단행본 도서, 신문기사 등에서 아빠육아가 자녀의 사회성 발달을 조장한다고 보도한다. 그런데 왜 하필 사회성일까? 인간의 발달에는 인지발달, 정서발달, 신체발달 등의 여러 가지 다양한 발달영역이 있는데, 특히 사회성 발달에 영향을 미치는 이유는 무엇일까? 아빠라는 존재가 과연 무엇이기에?

실제로 엄마들에게 아빠육아가 사회성 발달에 긍정적인 영향을 미치는 이유를 물어보면, 그 이유를 알고 있는 경우는 그리 많지 않다. 다만, 아빠육아가 자녀에게 좋다고 공공연하게 말하므로 남편에게 육아동참을 호소하기가 예전보다 훨씬 수월하다고 말한다.

그렇다면, 사회성이라는 발달의 의미부터 생각해보자. 사회성이란 타인과의 관계를 맺는 기술적인 측면이라고 볼 수 있다. 보통 ‘저 사람은 사회성이 좋아’ 또는 ‘저 사람은 사회성이 없어’라고 말한다면, 그 사람은 어떤 모양새일까? 전자는 타인들과 잘 어울리고 첫 만남에서도 먼저 인사하고 손을 내미는 사람일 것이다. 반대로 후자는 타인들과 잘 어울리지 않고 혼자 놀거나, 첫 만남의 자리에서는 먼저 인사를 하거나 말을 걸지는 않는 사람일 것이다. 이런 성향을 바로 사회성이라고 할 수 있다. 즉, 타인과 관계하는 방법을 의미한다고 볼 수 있다.

아이들에게 사회성의 뿌리는 언제부터 시작될까? 그 첫 단추가 바로 아빠와의 만남이다. 필자는 앞 글에서 엄마는 자아상의 기초를 형성하는 존재라고 밝힌 바 있다. 그 이유는 자타(自他)의 경계가 없는 초기 시절에 엄마의 모든 언행(言行)이 곧 자기인 줄로 지각하기 때문이라고 하였다. 그렇게 자타가 없는 시기를 지난 다음에 만나는 타인이 바로 아빠이다. 즉, 엄마는 타인이 아니라 자기개념 안에서 접하는 사람이다. 물리적으로는 타인이지만, 심리적으로는 자기의 의미를 갖는다.

그런 이후에 엄마를 통해서 자아상을 형성한 아기가 아빠를 만나게 되는데, 이 아빠가 실질적으로는 세상에서 만나는 첫 번째 타인이 된다. 아기는 아빠와 비로소 타인과 관계를 맺는 연습을 시작한다. 아빠가 아기와 말을 하고 몸짓으로 놀이를 할 때, 아기는 ‘아, 남들이랑 이렇게 노는 거구나’ ‘남들은 이런 사람이구나’ 라고 생각한다. 다시 말하면, 아기는 엄마를 통해서 자아상을 형성하고, 아빠를 통해서 타인상을 형성한다는 사실이다.

아빠가 아기와 잘 놀아주고, 친절하게 놀이를 안내해주면, 아기는 아빠라는 타인상이 또래관계에도 그대로 확장돼, 아빠랑 놀이할 때처럼 또래와 놀이를 하게 되고, 다른 사람도 자기를 아빠처럼 대할 것이라고 생각한다. 이런 이유로 아빠가 육아에 동참하고 아기랑 잘 놀아주면, 아기는 타인에 대한 긍정적인 이미지를 가지고 원만한 대인관계를 할 수 있기 때문에 자녀의 사회성을 발달시키게 된다.

그러나 종종 아이랑 잘 놀다가 아빠가 문득 화를 내면서 놀이가 무섭게 끝나는 경우가 있다. 그럴 때, 아빠는 아이한테 “아빠가 좀 놀아줬다고 버릇없이 굴면 어떡해” 하면서 소리를 친다. 아이는 즐거운 놀이에서 갑자기 영문도 모른 채 겁에 질려 눈물을 뚝뚝 흘린다.

이런 경험은 아빠가 놀아주기는 하지만, 무서운 사람이라는 개념으로 자리 잡을 수 있다. 사실 아이는 아빠가 왜 갑자기 화를 내는지 모른다. 지금까지 몸으로 치고받고 잘 놀았는데, 아빠의 얼굴(뺨)을 가격했더니 아빠가 갑자기 화를 내면서 호되게 꾸중을 한다. 이 때, 아빠는 아이에게 사람의 얼굴을 가격하면, 특히 뺨을 맞으면 기분이 상하고 화가 난다고 설명해 줄 필요가 있다. 그런 설명 없이 화만 내면 아빠는 그저 무서운 사람일 뿐이다.

‘아빠는 무서운 사람’이라는 타인상을 형성하면, 차후에 성인 남자를 무서워하고 꺼리는 성향으로 성장할 수 있다. 학교 선생님이나 직장에서 남자 상사에게 자기 의견을 표현하기 어려워진다. 아이는 어떤 행동은 괜찮고, 어떤 행동은 안되는지를 모르기 때문에 아빠의 얼굴을 칠 수도 있다. 아빠는 아이에게 되는 행동과 안되는 행동을 명확히 구분해주고, 그 이유를 명료하게 설명해줘야 한다. 그 과정을 통해서 아이는 타인과의 관계맺기와 행동의 한계선을 배우게 된다.

*칼럼니스트 이기선은 동덕여대에서 아동학(학석박사)을 공부하고, 메가원격평생교육원 아동학과 교수, 동덕여대와 서울한영대학교 대학원 외래교수, 학교 밖에서는 부모교육전문가로, 함께하는아버지들의 정책위원으로 활동하고 있다. 역서로는 「자녀와 싸우지 마라」, 「꼬마영웅 레니」, 저서로는 「봄의 요정 보미」 등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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zhouyan**** 2018-08-12 14:33:18
아빠가 알아야하는 정보 많이 공유해줘야 겟어요~
좋은 정보 감사합니다^^

whl89**** 2018-08-10 16:47:29
아빠가 처음으로 겪는 타인이라니~
그런생각은 못했는데 이해가되네요
육아에 도움되는 정보네여

ssan**** 2018-08-07 09:16:22
아빠와 함께하는 시간이 많으면 좋겠어요

db**** 2018-08-06 12:38:21
아빠와 엄마와의 애착관계가 다르니 함께 하는게 좋지요

lejp**** 2018-07-31 16:36:05
아빠가 해줄수 있는부분에 대해서 아이아빠에게 잘 알려줘야겠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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