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초딩이 열광하는 슬라임... 어른도 빠져든다
요즘 초딩이 열광하는 슬라임... 어른도 빠져든다
  • 칼럼니스트 최은경
  • 승인 2018.08.02 15:07
  • 댓글 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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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엄마가 한번 해봤어] 슬라임 카페에 가다

“엄마 슬라임 카페에 가고 싶어, 응?”

‘반려견카페’에 가고 싶다고 노래를 부르던 큰아이에 이어 여덟 살 둘째 윤이는 ‘슬라임카페’에 보내 달라고 졸라댔다. ‘슬라임카페는 또 뭔가...’ 새겨듣지 않아서 그런지, 관심이 없어서 그런지 아이들이 액괴와 슬라임의 차이를 아무리 이야기해줘도 잘 모를 때가 많다(그냥 모르고 싶은 건지도 모르겠다, 안다고 뭐 내가 할 것도 아니고).

“제발 소원이야”라는데 마냥 안 된다고 할 수도 없고 일단 그게 뭔가 싶어 ‘슬라임카페’를 검색해봤다. 대표적으로 강남, 홍대에 있다는 정보를 얻었다. 1회 체험 비용은 만원대 후반, 그것도 2시간을 대기해야 체험이 가능할 만큼 인기라는 소식도 동시에 접했다.

‘아, 이거 방송인 박지윤 인스타그램에서 본 거네.’

박지윤씨가 아이들과 청담에 있는 슬라임카페에 가서 찍은 사진을 본 게 생각났다. 반응도 나랑 비슷했다. 대체 이게 뭐라고(엄마들은 다 비슷한가 봐). 나는 돈도 돈이고, 시간도 너무 오래 걸리고, 집에서 거리도 만만치 않아 정말 가야하는 건가 고민스러웠다. 안 갈 수 있으면 안 가고 싶었다. 윤이는 아니었다. 슬라임 만드는 동영상을 보여달라고 계속 조르면서 엄마와 함께 슬라임 카페에 가는 날만 손꼽아 기다렸다. 틈만 나면 물었다.

“엄마, 언제 갈 거야?”

“너 방학하면 가야겠어. 2시간이나 대기해야 한다잖아. 엄마 쉬는 날 같이 가자.”

홍대까지 왔다갔다 3시간에, 대기시간 2시간, 체험하는데 드는 시간까지 포함하면 내 금쪽같은 휴가를 통째로 날려야 한다는 게 슬프긴 했지만 “소원”이라는데... 더 생각하지 않기로 했다. 그런데 이게 웬일? 집에서 비교적 가까운 안산에도 슬라임카페가 생겼다는 걸 알게 된 거다. 아싸.

일요일 아침, 애 아빠를 앞세워 차를 몰았다. 11시 오픈이라는데, 10분 전 도착한 카페는 이미 줄이 길었다. 삼삼오오 아이들과 엄마들이 잔뜩 기대한 표정으로 문쪽만 뚫어지게 바라보고 있다. 나는 모르는 세계로 들어가는 순간, 윤이는 표정부터 달랐다.

체험비도 알고 있는 거보다 쌌다. 1회에 8000~9000원 정도. 대신 음료는 무조건 시켜야했다. 슬라임에 넣을 수 있는 각종 팟츠는 체험을 마치고 돌아가는 길에 담아갈 수 있는 작은 비닐을 준다고 했다(카페에서 하면 난장판이 될 것 같긴 했다). 오픈시간에 사람이 몰려 30분이 지나서야 체험용품을 받을 수 있었다.

슬라임을 만드는 큰아이
슬라임을 만드는 큰아이. ⓒ최은경
점성을 테스트해보고 있다. ⓒ최은경
점성을 테스트해보고 있다. ⓒ최은경

큰아이가 집에서 하는 것과 크게 다른 건 없었다. 반죽 그릇에 물과 물풀을 넣고 무조건 쉐킷쉐킷. (렌즈 세척제) 리뉴를 조금씩 넣으면서 점성을 조정하면 그걸로 끝이다(아, 원하면 색소를 넣어주긴 하는 구나. 아크릴 물감을 쓴다고 했다). 그렇게 팔이 아프도록 저어주면 손에 묻지 않을 적당한 점성의 반죽이 된다. 여기에 또 쉐이빙폼(아빠들 면도할 때 쓰는 그거 맞다)을 넣으면 좀 더 부드러운 슬라임이 된다는 딸의 친절한 설명.

그걸 그냥 계속 찌르고, 주무르고 노는 게 슬라임이다. 아이들은 슬라임으로 누가 더 바풍을 크게 만드는지 겨루면서 논다. 바풍이 뭐냐고? ‘바닥 풍선’의 줄임말이다. “도대체 이게 왜 재밌는지 모르겠다”는 내 말에 남편이 말한다.

“애들이 흙을 가지고 놀아야 하는데, 그걸 못 하니까 이런 걸 주무르고 노는 거 아닐까, 흙 만지고 놀 기회가 없잖아.”

그런가 싶은데, 아이들이 서로 자기가 만든 슬라임을 만져보라고 난리다. 내가 그 느낌을 싫어하는지 알고 권하는 거다. 내 반응이 재밌어서.

“엄마는 이게 차가운 콧물 같아서 싫어. 가래 같기도 하고... 흑.”

“왜 그런 말을 해.”

남편이 옆에서 눈치를 준다. 아이들도 인상을 찡그린다. 아, 미안미안.

“엄마, 호박죽 같지 않아?”

“응. 그래 호박죽 같네. 먹음직스러워...”

바풍(바닥풍선)을 만든 큰아이. ⓒ최은경
바풍(바닥풍선)을 만든 큰아이. ⓒ최은경

주변에 아이들을 돌아봤다. 휴가철을 맞아 아빠랑 온 아이들이 많았다. 모두 눈빛이 반짝거렸다. 그중에는 아이들과 함께 바풍의 세계에 빠져든 엄마도 보였다. 어른들도 많이 한다는 소리만 들었지, 직접 보는 건 처음이라 신기하면서도 아이들과 놀이를 공유하는 모습이 좋아보였다. 나도 좀 만져볼까 싶은 마음이 드는 걸 보면.

다른 종류로 체험을 하나 더 하면 안 되겠냐고 묻는 아이들. “그럼 이게 니들 생일선물이다” 하고 꼼수를 부리는데 웬일로 아이들이 “알겠다”고 한다. 세상에나, 생일 선물을 양보할 만큼 이게 그렇게나 좋은 거야?

슬라임 카페 체험은 슬라임을 케이스에 담아 예쁘게 포장해주는 것으로 마무리 했다. 체험 시간만으로 부족했는지 집에 와서도 한동안 바풍을 하며 노는 아이들. 이번에는 가져온 팟츠를 넣어 또다른 슬라임을 만들고 좋아한다. 집안이 거의 슬라임 공장 수준이다.

“엄마는 진짜 궁금해. 이게 왜 좋아?”

“그냥 재밌어 엄마. 이거 하다보면 시간도 잘 가고, 만지는 느낌도 좋고. 엄마는 안 그래?”

“엄마는 뭐 그냥... 근데 그건 왜 매일 만져주는 거야.”

“안 그럼 굳어. 그래서 이렇게 한 번씩 만지고 주물러줘야 해.”

“아, 그렇구나. 정성도 완전.... 거의 애완동물 키우는 수준인데? 아참 그런데 너 도마뱀 먹이는 줬어?”

“아니...”

“키우자고 한 건 너거든? 살아있는 생명체도 좀 관심을 주라고요!”

*칼럼니스트 최은경은 오마이뉴스 기자로 두 딸을 키우는 직장맘입니다. [다다와 함께 읽은 그림책] 연재기사를 모아 「하루 11분 그림책, 짬짬이 육아」(2017년 5월 1일)를 펴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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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o**** 2018-08-19 17:12:13
인전하다니~저도해보고싶어요. 은근 중독성있죠 ㅎㅎㅎㅎ

0119986**** 2018-08-18 01:05:49
액괴보다 안전한 놀이감이라 좋네요.
그치만 체험해보지 않은 저로써는 
역시 저게 왜 재밌을까 싶네요..ㅎㅎ
그래도 아이들이 좋아한다면~~^^

db**** 2018-08-13 10:02:03
초등학생 사이에 유행 놀이죠 촉감이 재미나겠더군요 환경호로몬  때문에 직접 만드는 방법까지 알아 만들어 놀더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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