라오스까지 와서 한국 드라마만! 아이들과 '현실' 여행
라오스까지 와서 한국 드라마만! 아이들과 '현실' 여행
  • 칼럼니스트 엄미야
  • 승인 2018.08.10 09:27
  • 댓글 1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엄미야의 일하는 엄마의 눈으로] 우리 셋은 좋아하는 것이 다르다
두 아이와 함께 라오스 여행. 우리 셋은 좋아하는 것이 다르다. ⓒ엄미야

시험이다, 학원이다, 바빴을 아이들에게 선물을 주고 싶었다. 그래서 얼떨결에 시작된 라오스 여행, 욕심을 부려 큰아이 방학 시작하자마자 둘째 아이까지 데리고 떠난 여행은 책과 블로그, 온갖 여행 프로그램에서 봐온 그것과는 퍽이나 다른 ‘좌충우돌 현실 여행’이 됐다.

지금 나는 라오스의 북부, 루앙프라방의 남칸 강변에서 이 글을 쓰고 있다. 그런데 도시 전체가 유적지라는 이곳에서 우리 아이들이 하는 일이 지금 뭔가 하면, 작은아이는 인터넷 게임을 하고 있고, 큰아이는 한국 드라마를 보고 있다.

아이들과 하는 여행은 '현실'이다. 엄마인 내가 버려야 하는 것들이 많다는 뜻이다. 내가 라오스를 여행지로 택한 이유는 도시에서 벗어나고 싶은 마음이었다. 하지만, 그건 만고의 ‘어른이’인 내 생각이었지. 우리 아이들은 지구상 최고의 인터넷 속도와 문명의 이기를 자랑하는 대한민국의 아이들이었다.

우선 아이들은 식당이나 카페든 들어가기만 하면 와이파이 비밀번호를 알아보느라 정신이 없었다. 서로 태블릿 컴퓨터를 차지하기 위해 다퉜고, (한국에 비해) 느린 와이파이 속도에 답답해 죽어버리려고 했으며, 숙소에서 ‘밥 잘 사주는 예쁜 누나’에 빠져 오전 내 몰아보기를 하다가 엄마의 화를 돋운 적이 한 두 번이 아니었다.

◇ 모두에겐 나름의 행복방식이 있음을…

그런데 여행 일주일이 지나 아이들과 이번 여행의 ‘중간평가’를 나누다가 나는 ‘아이들에게도 나름의 여행의 행복방식’이 있음을 인정하게 됐다. 어느 아침, 나는 고수를 잔뜩 넣은 카오삐약(라오스식 쌀국수)을, 아이들은 빵과 달걀, 햄을 먹고 있었다. 우리는 이번 여행의 가장 좋은 점 한 가지씩을 이야기하기로 했는데, 두 아이 모두 엄마와 같은 행복 코드를 가지고 있는 것을 알고 우리는 모두 크게 웃었다.

나는 일정에 쫒기지 않고 멍 때릴 시간이 많은 것이 좋다고 말했고, 큰아이는 “아무것도 하지 않는 시간‘이 가장 좋다고 말했고, 작은아이는 ”(피아노) 학원에 가지 않아도 돼서“라고 말했다.(꼴랑 그 하나 다니는 피아노 학원도 다니기가 싫었다니~.) 사실 우리 셋은 모두 방법은 다르지만 공통적으로는 ‘게으른 시간’을 보내고 싶었던 것이었다. 하하.

아이들의 이야기를 듣고 나서 알았다. 돈 들여 해외에 나왔으니 영어 몇 마디라도 하고 다녔으면 하는 바람, 좋은 경치, 유명한 관광지 가능하면 많이 보고 다니겠다는 바람이 다 내 욕심이었다는 것을. 그 욕심 때문에 첫아이는 여행 시작하고 며칠 되지 않아 한 이틀 열이 나 고생을 했고, 작은아이는 배탈이 나기도 했다. 그러고 나니 포기가 한결 쉬워졌다. 그래. 드라마도 보고, 유튜브도 보고, 게임도 실컷 하렴. 너희도 너희만의 행복이 있을 테니.

걷기를 좋아하는 나와, 여기서도 틈만 나면 유튜브에서 뷰티메이크업을 챙겨보는 큰아이와, 라오스에서 워터파크를 찾아내라는 작은아이. 이래저래 서로 나눠 해보려고 노력 중이다. 물론 엄마라고 해서 나의 행복한 여행을 아이들에게 양보만 할 수는 없다. 자, 이제 엄마가 좋아하는 강변 산책을 마쳤으니 둘째가 좋아하는 수영을 하러 가자꾸나. 너희가 수영을 하는 동안 엄마는 좀 '멍 때리는' 시간을 가져야겠다.

그런데 얘들아. 솔직히 말이다. 다음에는 엄마 혼자 여행을 좀 가면 안 될까?

*칼럼니스트 엄미야는 초등학교 5학년, 중학교 2학년 두 딸의 엄마다. 노동조합 활동가이자, 노동자 남편의 아내이다. “아이는 국가가 키워야 한다”고 주장하는 공교육 추종자이며, 꿈이 있는 아이들로 키우고 싶은 따뜻한 낭만주의자이기도 하다. 현재 경기지방노동위원회 근로자위원, 민주노총 성평등 교육 강사로 활동하고 있으며 금속노조 경기지부 부지부장을 역임했다.

【Copyrightsⓒ베이비뉴스 pr@ibabynews.com】

베사모의 회원이 되어주세요!

베이비뉴스는 창간 때부터 클린광고 정책을 유지하고 있습니다. 이것은 작은 언론으로서 쉬운 선택은 아니었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베이비뉴스는 앞으로도 기사 읽는데 불편한 광고는 싣지 않겠습니다.
베이비뉴스는 아이 낳고 기르기 좋은 세상을 만드는 대안언론입니다. 저희 기사가 마음에 드셨다면, 좋은 기사 후원하기에 동참해주세요. 여러분의 기사후원 참여는 아름다운 나비효과를 만들 것입니다.

베이비뉴스 좋은 기사 후원하기


※ 소중한 후원금은 더 좋은 기사를 만드는데 쓰겠습니다.


베이비뉴스와 친구해요!

많이 본 베이비뉴스
실시간 댓글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1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
poren**** 2018-08-16 04:26:32
ㅎㅎ휴식은 아이들에게도 꼭 필요한부분인거같아요~~휴양느낌의 여행도 좋아보여요^^

  • 서울특별시 마포구 마포대로 78 경찰공제회 자람빌딩 B1
  • 대표전화 : 02-3443-3346
  • 팩스 : 02-3443-3347
  • 맘스클래스문의 : 1599-0535
  • 이메일 : pr@ibabynews.com
  • 법인명: 베이컨(주)
  • 사업자등록번호 : ​211-88-48112
  • 인터넷신문등록번호 : 서울 아 01331
  • 등록(발행)일 : 2010-08-20
  • 발행·편집인 : 소장섭
  • 저작권자 © 베이비뉴스(www.ibabynews.com)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 개인정보보호 배상책임보험가입(10억원보상한도, 소프트웨어공제조합)
  • 청소년보호책임자 : 박유미 실장
  • Copyright © 2024 베이비뉴스. All rights reserved. mail to pr@ibabynews.com
ND소프트